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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이야기 <83> 똑똑한 사람들의 이상한 믿음 – 플라세보(2) 

입력 : 2020-08-04 08:28:58
수정 : 0000-00-00 00:00:00

흥미진진 과학이야기 <83> 똑똑한 사람들의 이상한 믿음 – 플라세보(2) 

 

우리는 다양한 민간요법을 알고 있다. 벌에 쏘이면 된장을 바르고, 체했을 때 손을 따고, 홍삼을 먹거나 비타민 주사를 맞으면 피로가 회복되고, 특히 한약보약을 먹으면 몸에 좋다는 생각들 말이다. 유감스럽지만 근거는 아주 부족하지만 믿음은 강력하다. 최근에는 강아지 구충제가 암에 좋다는 소문에 강아지 구충제가 바닥났다. 크릴오일이 좋다는 소문에 펭귄이 먹을 크릴까지 남획하여 남극이 황폐화되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라며 암암리에 거래되는 약들도 있다. 이런 일들은 늘 5%의 사실에 근거하여 황당한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필수 교양은 이런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의사들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검증해 나가는데, 그 대표주자는 근거중심의학이다. 언젠가 소개하고 싶은 의학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일단 넘어 간다.

 

 

(그림출처:동아사이언스)

 

효과를 검증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대조실험이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치료법을 달리하고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다. 맹검시험(盲檢試驗)은 플라세보효과가 엄연히 존재하므로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고안된 실험이다. 즉 대조군 환자에게 같은 약이라고 속이고 한쪽에만 진짜 약을 주고 다른 쪽에는 가짜 약을 주는 것이다. 맹검시험은 재미있는 이력이 있다. 18세기 프랑스, 최면술로 유명한 프란츠 메스머는 평생 자기(磁氣)가 건강에 좋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한국에서도 육각수, 혹은 자화 육각수가 몸에 좋다는 주장이 풍미했던 것을 기억하면 그리 특이한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수소수가 몸에 좋다는 말도 돌고 있다.(어쩌면 집에 이미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메스머는 자화수(磁化水)가 치료 효과가 있으며, 자화수를 마시면 발작, 혹은 실신을 하는 명현현상 같은 극적인 치료효과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화수를 마시고 기절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러자 1785년 루이 16세는 메스머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이때 맹검시험을 실시한다. 실험참가자에게 자화수와 일반 맹물을 무작위로 제공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자화수와 맹물에서 전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화수라고 믿는 사람은 맹물이건 자화수건 졸도하거나 그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 것이다. 명백한 플라세보효과다. 위원회는 사기라고 결론을 내렸다.

요즘은 이중맹검시험이라는 한걸음 더 나아간 실험을 한다. 왜냐하면 가짜약을 제공하는 의사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실험자에게 어떤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사 조차도 가짜약인지 알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플라세보효과는 현재의 의학과 과학이 밝혀낸 것보다 우리 몸이 훨씬 더 현명하다는 사실 뿐이다. 한편, 플라세보교화를 이해한다면 우리가 이중맹검시험이 아닌 논리적 사고만으로도많은 속임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순대국집 사장님은 고혈압에 걸리지 않아야 하고, 여주라는 열매는 흔하므로 당뇨환자는 모두 치료되어야 하며, 편백나무 숲이 존재하는 한 암 환자는 사라져야 한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에 관한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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