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이야기 <82> 똑똑한 사람들의 이상한 믿음 – 플라세보
수정 : 2020-08-04 08:24:16
흥미진진 과학이야기 <82>
똑똑한 사람들의 이상한 믿음 – 플라세보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그 믿음도 다양하다. 그 다양성은 인류문화의 소중한 자산이고 특히 상상력의 다양성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탁월한 장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근거가 부족한 상상들이 나타난다. 오늘의 이야기는 플라세보효과이다. ‘플라세보’는 ‘즐거워질 것이다’ 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플라세보가 의학적으로 ‘가짜 치료’나 ‘효과 없는 치료’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은 1832년, 영국의 은퇴한 의사 존 헤이가스에 의해서라고 한다.
1796년 미국의 코네티컷의 의사 엘리샤 퍼킨스는 ‘트랙터( tractor:견인봉)’라는 금속합금으로 쇠막대를 만들었고, 이 쇠막대는 미국 헌법 제정 후 최초로 의료분야의 특허를 따낸다. 견인봉은 아픈 부위를 단지 몇 분간만 문지르기만 하면 치료가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시대는 막 전기에 눈을 뜬 시대였다. 루이지 갈바니에 의해서 죽은 개구리의 다리에 전기를 통하게 하자 움직이는 현상이 전기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런 신비한 전기현상이 막 세상에 알려졌고, 약장사들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암의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 음료수병에 담아서 만병통치약으로 팔린 사실을 상기하라.) 퍼킨스의 견인봉은 전기의 효능으로 온갖 종류의 통증을 치료한다고 주장했다. 의료특허를 받았고, 의과대학의 후원을 받았고, 심지어 조지 워싱턴 같은 유명한 정치인도 구매했다.
다들 트랙터의 견인봉 효과에 열광하고 있을 때, 은퇴한 의사 존 헤이가스는 심리적인 효과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는다. 그래서 환자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전기가 통하지 않는 뼈나 점토, 담배 파이프에 색깔만 칠한 가짜 트랙터로 치료를 검증해보았다. 실험결과는 가짜 트랙터로 치료받은 환자들 모두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효과는 있지만 견인봉의 효과는 아니었던 것이다. 헤이가스가 보기에는 권위있는 의사가 효과가 확실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 진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추후에 플라세보효과로 명명되는 현상이다.
이런 플라세보효과는 점점 널리 알려져 2차세계대전 중에 진통제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용된다. 마취과 의사 헨리 비치는 전쟁의 와중에 진통제가 부족하자 생리식염수를 진통제로 속여 주사한 것이다. 실제로 극심한 통증도 플라세보효과를 통해서 효과를 거둔 것이다. 두통약도 30% 선에서 위약효과가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플라세보효과를 즐기는 약장사들은 여전히 즐비하다. 홈쇼핑에도 있고 마트뿐만 아니라 실제 약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에 관한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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