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81> 크릴오일과 인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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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 <81> 크릴오일과 인지질
동네 대형마트에 갔다가 입구에 산처럼 쌓인 크릴오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홈쇼핑에서 잘 팔린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동네의 마트까지 점령할 줄이야! 무슨 이유로 이렇게 잘 팔릴까? 궁금해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광고 화면을 집중해 보았다. 인지질의 함량이 56%이고, 인지질은 세포의 핵심성분으로 어찌어찌하여 뇌세포에 좋고, 지방을 녹여서 혈관을 건강하게 하고 심지어 살도 빠진다고 한다. 전형적인 만병통치약이다. 아이들 학습에 도움이 되고, 노인에게는 치매를 예방하고, 보너스로 살도 빠진다고 하니 안 사면 바보다. 정말 그럴까? 산 사람과 안 산 사람 중에 누가 더 바보일까? 인지질이 56%나 된다는 광고 화면을 보면서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 몸에서 잘 만들어 내는 것이 인지질이기 때문이다.
인지질이라는 말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포막이 성분이라서 비누로 씻으면 파괴된다는 말을 들은 바가 있어 기억에 남았다. 세포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이니 바이러스를 포함한 모든 생명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물질인 것은 분명하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56% 인지질 제품 60캡슬을 20,900원에 파는데 58%짜리 90캡슐이 29.900원이니 당연히 58%가 윈이다. 56% 혹은 58%라는 엄청난 함량경쟁은 상술이다. 이 말이 사실이려면 비타민 C처럼 인체 내에서 생성이 되지 않거나 부족해야 한다. 거듭 검색으로 확인해 봐도 인체에서 잘 만든다고 한다. 음식은 세포로 된 것이 많아서 식사만 해도 충분해 보인다. 여기에다 광고는 과학 논문 몇 편을 소개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논문이 더 신뢰할 만하고 많지만 그런 이야기는 절대 없다. 그러니 인지질 58%니까 어쩌라고?
더욱 선정적인 장면은 붉은색 크릴오일을 물에 넣자 고르게 퍼지는 장면이다. 돼지기름을 넣고 흔들어 주니까 녹아 없어진듯 보인다. 지방을 녹여주니까 일단 뱃살이 빠지는 느낌을 주고,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이라는 나쁜 중성지방을 녹여서 피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니 뇌에도 좋다고 말한다(콜레스테롤은 인지질 만큼이나 생명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유튜브를 검색하면 그 한 시간 후의 이야기가 나온다. 흩어졌던 지방들이 다시 뭉치는 것이다. 비누처럼 기름을 흩어지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뭉치는 것이다. 말대로 기름기를 녹이는 것이 문제라면 차라리 계란 노른자를 드시라! 레시틴이라는 성분이 그 역할을 하는데 계란에 탁월하게 많다. 식용유와 노른자위가 만나면 마요네즈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지질은 그렇다 치고, 크릴오일은 생선기름이므로 오메가 3이 풍부하다고 주장한다. 이건 인체 내에서 합성이 안되므로 섭취가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품질 좋고 저렴하며 함량도 충분한 오메가 3 상품은 널려있다. 같은 가격으로 두 배 이상 살 수 있다. 오메가 3의 원료로 크릴오일을 사용하지 않고 생선기름을 사용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크릴오일이 산폐가 쉬워 역겨운 냄새가 나기 때문이었다. 어느 식품전문가는 외국처럼 크릴오일이 건강식품군에 끼지 않고 그냥 식품이라서 한국에서는 덜 엄격하게 관리되다 보니 ‘아무말 대찬치식’ 광고가 생긴 것 같다고 한다. 하여간 나에게는 크릴오일을 마치 만병통치약인 듯 파는 것이 불편하다. 그리고 상식인들조차도 그 말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또한 불편하다.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만 광고에서처럼 효과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순대국 집의 벽에 붙어 있는 “순대국은 성인병에 좋아요”라는 헛소리처럼 일부의 사실로 전체를 호도하는 일에는 찬성할 수 없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
(독서클럽에 관한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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