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77> 날씬함을 부르는 미생물 (2)
수정 : 0000-00-00 00:00:00
흥미진진 과학스토리 <77> 날씬함을 부르는 미생물 (2)
▲ 녹조의 주범 남조류
그런데 이런 기적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 또한 고든 휘하에서 연구한 또 다른 대학원생 바네사 리다우라 Vanessa Ridaura 였다. 그녀는 날씬함을 불러오는 미생물과 비만을 불러오는 미생물 간의 전쟁을 유도하여 인류의 꿈을 침몰시켰다. 쥐들은 상대방의 배설물을 먹는다. 서로의 미생물을 공유하는 것이다. 리다우라는 무균생쥐에게 비만유발세균을 먹인 그룹과 날씬 유발세균을 먹인 그룹을 만들었다. 뚱뚱이와 날씬이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한 우리에 넣었다. 그리고 서로의 배설물을 먹음으로써 두 미생물 간의 경쟁을 지켜봤다. 결과는 날씬이의 승리였다. 비만을 불러오는 미생물이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비만을 불러오는 미생물은 날씬함을 불러오는 미생물에게는 꼬리를 내리는 이 현상은 또 다른 기적이란 말인가? 얼마나 바라는 소망인가? 날씬한 사람과 같이 있기만 해도 살이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결말은 정말 유감스러웠다. 비밀은 리다우라가 식물성 먹이를 제공했던 것이다. 식물성 먹이는 섬유질이 풍부해서 섬유질을 잘 분해하는 날씬이 미생물에게는 보약이었다.
▲ 박테리아의 표면에 달라붙어 감염공격 하고 있는 수많은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들. 출처 Wikimedia Commons
”기름진 먹이를 좋아하는 뚱뚱이 미생물 군단에는 채식주의자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중략)...뚱뚱이 미생물 군단이 날씬한 생쥐의 소화관으로 쳐들어갔을 때 먹이는 이미 바닥이 났고, 영양 상태가 양호한 날씬이 미생물 군단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뚱뚱이 미생물들은 싸움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맞아 죽거나 굶어 죽었다.” - 에드 용,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중에서
결과는 내가 어떤 식습관을 가지는가에 따라서 장내 미생물의 종류가 결정된다는 아주 당연한 상식이 거듭 증명된 것이다. 기름진 음식은 우리의 비만을 돕는 미생물의 번성을 돕고, 채식은 날씬함을 지지하는 미생물들을 돕는 것이었다.
우리의 소화관 안은 미생물들의 터전이며, 전쟁터이기도 하다. 내가 무엇을 먹느냐가 미생물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이다. 기적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세상에는 각종 유산균 음료가 있다. 건강을 위해서 유산균 정제를 먹는 사람 중에는 필자의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다. 세균은 먹이만 충분히 주면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지구를 채울 만큼 번식한다는데 건강한 유산균을 매일 먹으면서 배가 터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세균을 몸에 넣어주면서 그 세균이 좋아하는 밥은 주지 않고, 오히려 적군이 좋아하는 밥을 주고 있지는 않은가?
건강에 유익한 소화기 내 미생물은 좋은 식습관이 결정한다는 상식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기적은 없었다.
(이 칼럼은 어크로스에서 출간한 에드 용의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를 참고 발췌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있는 분들이 일독을 권합니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에 관한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 책벗은 매월 2, 4주 수요일 저녁에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이크로바이옴 :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전체“
#111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