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75> 근본있는 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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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 <75> 근본있는 멍게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에서 황선도 박사는 “하등동물인 줄 알았던 멍게가 분류 체계에서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등한 동물에 속한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앞으로 멍게가 날 우습게 보지 마라고 경고한다 해도 할말이 없다.”라고 감탄한다. 무슨 말일까?
멍게는 동물이다. 분류학상으로는‘척삭동물문’에 속한다. 척삭동물문에는 척추동물, 미삭동물, 두삭동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중에서 멍게가 미삭동물인 것이다. 황박사는“척삭이란 몸길이 방향으로 있는 몸을 지지하는 막대 모양의 지지기관을 말한다. 인간같은 척추동물은 척삭이 발전하면서 쉽게 말해 등뼈, 곧 척추가 되지만, 멍게 같은 미삭동물은 유생기에 가지고 있던 척삭이 발전하지 못한 채 성체가 된다.”고 말한다. 적어도 분류학상으로 볼 때, 조상을 공유했다는 말이다. 생명공학자들은 멍게를 통해서 진화 초기의 인류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니 하등동물이니 하면서 멍게를 무시하면 안된다. 실제로 유생시기의 멍게는 올챙이와 비슷하게 생겨서 꼬리를 따라 긴 원시적인 척추가 생겨나지만 바위에 고착을 하면서 성체로 변태하는 과정에서 척추는 사라진다. 근본(뿌리)있는 동물이 되는 것이다.
동물들은 피 속의 포도당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그리고 여분의 포도당이 생기면 작게 뭉쳐서 글리코겐이라는 물질로 전환하여 언제든 분해해서 쓸 수 있도록 한다. 장기간 저장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이 글리코겐을 지방으로 만들어 세포 내에 쌓아둔다. 멍게를 새콤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나는 바다 내음이 물씬 나도록 그냥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뒷맛으로 강하게 남는 쌉사롬한 단 맛을 음미한다. 황박사는 “멍게 특유의 맛과 향은 불포화알코올인 신티올 때문이며, 다량 함유된 글리코겐은 인체가 포도당을 급히 필요로 할 때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다당류라서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멍게는 특히 여름철에 맛이 좋은데 수온이 높아지면 글리코겐의 함량도 높아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풍부한 글리코겐은 멍게의 뒷맛을 마치 진한 초콜릿을 먹고 난 후의 쌉싸름한 개운함을 남겨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글리코겐은 먹이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에 더욱 진하다보니 겨울에 제철인 해삼과는 반대로 여름에 먹어야 제맛이란다.
이제 멍게를 보면서 근본(뿌리) 있는(?), 그리고 인간과 꽤 가까운 동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최소한 무시는 하지 말자!
(이 글은 물고기 박사 황성도님의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서해문집 출간>를 참고하여 베끼다 시피했으면서 참고했다고 주장합니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에 관한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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