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 (73) 자아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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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 (73)
자아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2)
라마찬드란 박사는 자아란 ‘불행’ 혹은 ‘행복’이란 단어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그것이 실재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특정하거나 정의를 내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그것은 ‘마치 수은처럼, 그것을 손에 쥐려하면 할수록 손에서 빠져 나간다’라고 말한다. 항상 ‘나답게’하는 자아는 우리 안의 어디에 있을까 하는 질문은 인류가 문명과 함께 품어온 의문이지만 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것은 피어니스 게이지 사건의 100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해부학 발전의 도움으로 시작된다. “특정한 정신능력이 피질의 특정 영역에 위치 한다는 생각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1781년부터 1802년까지 빈 대학에서 가르친 독일 의사 겸 신경해부학자 프란츠 요제프 갈(Franz Joseph Gall)이었다. 그는 정신과학에 길이 남을 두 가지 개념적 기여를 했다. 첫째, 그는 모든 정신 과정이 생물학적이며 따라서 뇌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둘째, 그는 대뇌피질이 각각 특수한 정신 기능을 관장하는 다수의 독특한 영역들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_에릭 캔들의 <기억을 찾아서> 중에서
아직 브로카와 베르니케가 등장하기 이전의 시기이기도 하다. 해부학자는 역시 대뇌피질을 주목한다. 당시는 이원론이 지배하던 시절이라서 뇌의 물질적인 생각과 비물질적인 영혼이 함께 있다고 믿었다. 에릭 캔들은 이것을 카톨릭이 해부학의 발전에 밀려서 받아들인 일종의 타협이라고 말한다. 이때 뜬금없기는 하지만 데카르트가 등장하는데, 이 두 작용이 일어나는 장소를 대뇌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송과선(Pineal gland)이라고 특정한다. 어쩌면 해부학자가 아닌 철학자여서 이런 과감한 주장이 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가 말한 송과샘은 대뇌의 깊은 곳에 자리잡은 완두콩 만한 내분비 기관으로 그의 용감한 주장과는 달리 빛과 관련한 정보를 처리하여 멜라토닌이라는 분자를 분비한다. 이 멜라토닌으로 송과샘은 해외여행 할 때처럼 시차적응을 담당하는 생체시계 기능을 한다.
라마찬드란 박사의 주장을 이어가 보자.“나는 탐구의 범위를 더욱 좁혀, 의식은 두뇌 전체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유형의 계산을 수행하는 특정 두뇌회로에서 생겨나는 것임을 제안한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의 자리가 전두엽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왜냐하면 비록 전두엽에 손상을 입어도 감각질이나 의식 자체에는 극적인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 환자의 인성에는 심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그리고 그는 주의를 돌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나는 대부분의 의식활동이 전두엽이 아닌 측두엽에서 난다고 제안한다. 의식에 현저한 혼란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원인은 이 조직에 생긴 상처나 여기서 일어나는 과잉활동이다....측두엽, 특히 왼편 측두엽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여기가 언어의 많은 부분이 표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아가 측두엽의 어느 지점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한다. (위의 책 12장에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여기서는 간단한 결론만 전한다.) 마무리를 하면서 “자아가 상당 정도는 타인을 위해 우리가 꾸며낸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자아’는 데카르트처럼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말하지만 그 이유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찾고 있다. 진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주장한다. 타인과의 관계맺음을 위해 준비한 일종의 가상적 실체가 ‘자아’라는 것이다. 뇌가 만들어 낸 허상이라는 것이다.
신경과학은 워낙 심오한 영역이라서 배움이 부족함을 절감하면서 부끄러움을 안고 이 부분의 연재를 마친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새로운 신세계인 것은 분명하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에 관한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5>. 이정은 010-2270-6934)
* 책벗은 매월 2, 4주 수요일 저녁에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새로운 주제는 미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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