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과학스토리 <68> 언어를 전담하는 브로카와 베로니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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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 <68> 언어를 전담하는 브로카와 베로니케 영역
우리 뇌가 영역별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19세기 중반의 일이다. 폴 피에르 브로카(1824~1880, 프랑스 외과의사, 신경학자, 해부학자, 인류학자)에 의해서 시작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 날 신경과학에서 발하는 ‘브로카 영역’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신경심리학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1961년 파리의 갖바치였던 르보르뉴(Leborgne)를 진료하게 된다. 그는 쉰 한 살이었고, 21년 전에 뇌졸중을 경험한 바가 있었다. 그는 실어증 환자였다. 르보르뉴는 갖바치를 계속할 정도로 운동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직업을 유지할 정도로 잘 알아들었으며, 외마디를 내뱉거나 멜로디를 흥얼거렸지만 문법적으로 완전한 문장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글로 표현하지도 못했다. 말과 글을 잃어버린 것이다.
브로카를 만난지 일주일 만에 그는 사망을 했고, 해부를 통해서 브로카는 오늘날 ‘브로카 영역’이라는 전두엽의 한 영역에서 병변을 발견했다. 그 후 말을 잃어버린 여덟 명의 환자를 더 해부하는 기회를 얻었다.
▲ 폴 브로카, 인간의 뇌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한편으로 ‘골상학’에 빠져 두개골의 용적을 통해서 인종차별, 성차별의 조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브로카의 발견은 잘 정리된 정신 능력을 피질의 특정 영역에 할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경험적 근거였다. 검사한 모든 환자의 병변이 좌뇌에 있었으므로, 브로카는 두 대뇌반구가 겉보기 대칭적일지라도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발견에 고무된 그는 1864년에 뇌의 기능에 관한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를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우리는 좌뇌로 말한다!" _ 에릭 캔들, <기억을 찾아서> 중에서
이로써 뇌 중에서 말이 되도록 합리적으로 문장을 완성해 주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귀신의 장난이 아니고 뇌졸중으로 브로카 영역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어증에는 또 다른 유형이 있다. 르보르뉴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알아듣기는 했다. 르보르뉴와는 달리 말과 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실어증도 있다. 그들은 말을 할 수는 있었지만 맥락이 없었다. 누가 들어도 이들의 말은 일관성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이 실어증은 ‘베르니케 영역’의 병변으로 발생한다. 독일의 신경병리학자 카를 베르니케(Carl Wernicke,1848~1905) 가 1879년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내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베르니케의 영역에서 언어의 전반에 대한 이해를 실행하고 브로카 영역이 표현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이다. 원활한 소통은 적어도 이 둘의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우리의 뇌가 귀신처럼 감쪽같이 작동하는 증거를 찾은 것이다.
살아 있는 뇌를 연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두뇌를 누가 함부로 열어 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유럽에 불어닥친 세계대전은 많은 머리 부상자를 만들어 냈고, 그들을 통해서 두뇌의 영역별 활동은 아주 많은 부분이 규명되었다. 그러나 혁명적인 변화는 1990년대 까지 기다려야 한다. MRI라는 장비가 나타나서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뇌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라마 찬드란 박사도 이 시기에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복 받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이제 그와 올리버 색스가 맞이 했던 특이한 환자들을 통해서 우리 뇌를 들여다 보자.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독서클럽에 관한 문의 : 문발동 ‘발전소책방 5’. 이정은 010-2270-6934)
#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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