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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과학스토리 <70> 절대음감과 음악 (1)

입력 : 2019-07-05 06:48:42
수정 : 2019-07-05 06:54:19

흥미진진 과학스토리 <70>

 

절대음감과 음악 (1)

 

출처: youtube <Think that you have perfect pitch? test yourself> 한 장면

 

절대음감의 소유자들은 어떤 음을 들어도, 생각하거나 다른 기준을 들어 비교하지 않고도 바로 그 음높이인지 알아맞힌다” _ 올리버 색스 <뮤지코필리아> 중에서

원숭이들이 일반적으로 절대음감을 바탕으로 한 음악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스티븐 미슨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중에서

음을 들을 때 다른 음과 비교하여 그 음의 음높이 차이를 알아챈다. 이것을 상대음감이라고 하며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음이 높은지 낮은지 알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절대음감 소유자는 그냥 알아맞춘다. 상대적 비교가 아닌 음의 주파수를 통해서 음의 높이를 아는 것이다. 이들 안에는 확고한 기준이 있어서 틀림이 없다. 이런 사람은 1만 명당 1명 꼴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절대음감이 굉장한 천재성처럼 느껴지지만 원숭이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는 스티븐 미슨의 주장은 아주 역설적이기도 하다. 영장류의 진화사에서 절대음감이 언어보다 먼저 나타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흥미로운 상관관계는 절대음감과 언어적 배경 사이의 상관관계일 것이다. ... 베트남어와 만다린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어를 읽을 때 상당히 정확한 절대음감 능력을 보인다.” _ <뮤지코필리아> 중에서

 

베트남어와 만디린어(중국어)는 성조가 있는 언어다. 중국어의 경우 ‘4성조가 있다고 하는데, 글자가 같아도 읽을 때 성조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고 한다. 중국어를 글로 배우는 것보다 로 배우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어는 6성조를 자랑한다고 하니 이정도면 성인이 되면 결코 네이티브 스피커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 미묘한 성조의 차이에 의해서 말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도 장난 삼아서 가가 가가 말한 그 가가가?” 라고 말할 때, 경상도 사람들은 그냥 알아 듣는다지만 충청도 사람인 나에게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가지 더 신기한 일은 이들 성조를 가진 언어권에서 유독 절대음감이 흔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2006년 다이애나 도이치라는 학자의 연구를 올리버 색스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각각 중국과 미국에 위치한 음악전문학교에서 네 살과 다섯 살 사이에 음악교육을 받은 학생을 비교한 결과 중국의 경우 60%의 학생이, 성조가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미국 학생은 14% 만이 절대음감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한다. 이보다 늦은 여덟 살과 아홉 살 사이에 배우기 시작한 학생은 두 그룹에서 모두 수치가 현저히 떨어져 각각 55%6% 였다고 한다.

확실하게 성조가 있는 언어권에서 절대음감이 더 많이 살아남았고, 6세 이전에 음악교육을 시작해야 하며 8세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말은 인류는 절대음감을 소유한 채로 태어나지만 어휘의 다양성을 학습하면서 절대음감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성조를 가진 단순 언어로 소통했던 초기 인류가 점점 복잡한 어휘를 구사하게 되면서 성조가 퇴색하고 그 자리를 어휘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원숭이가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것과 연관하여 생각해 본다면 의미심장한 일이다. 언어영역은 전두엽의 신피질에 있으며 진화사에서 보면 아주 최근에 생긴 곳이다.

절대음감은 언어가 발달하기 이전의 영장류들이 성조를 바탕으로 소통을 하던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음악가들의 훌륭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절대음감이 음악가를 위해서 진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해가 될 때도 있다.

 

교하도서관 독서클럽 <책벗> 회원 허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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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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