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파주 시민화합 체육대회 체험기. - 단체줄넘기 선수 H씨를 따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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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파주 시민화합 체육대회 체험기. - 단체줄넘기 선수 H씨를 따라가다.
H씨는 산책을 하려고 현관문을 나서던 중, 반가운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파주시민화합체육대회에 우리동네 단체줄넘기에 출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못한다 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오죽 선수가 없었으면 너한테까지 전화했겠냐고 했다. H씨는 T면 단체줄넘기 선수가 되었다.
파주시민화합체육대회는 9월 15일에 파주스타디움에서 열린 파주시민 한마당 큰잔치다. 17개 읍면동 시민들이 참가했다.
며칠 후, 선수단 오리엔테이션이 있다는 문자가 왔다. 장소가 큰 고기집이다. 가보니 파주시 T면 체육회 회장, 사무국장, 이사, 줄넘기를 돌려주는 남자 주민 두 명이 한 상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고, 학부모로 친분이 있는 주부들 열 댓 명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줄넘기 선수는 10명이라고 했다. 연습은 한 일주일쯤 뒤 대회 2주 전부터 이루어졌다. 일주일에 두 번. 처음 2회까지는 연습에 참여할 수 없었다. 연습 일정 안내 문자가 너무 늦게 와서 선약을 취소할 수 없었다.
3회 연습 때부터 갔다. T면 체육회 이사이자 줄넘기 팀 감독은 H씨가 자꾸 줄에 걸려 답답한 모양이었다. 연습 안한 티가 팍팍 난다며. 그런데 자꾸 뒷짐을 지고 허리를 주무르며 구경만 하는 선수가 있었다. 왜 그러나 물어보니 몇 달 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허리가 안좋은데 선수가 없어 인원수 채워주러 나왔다 했다. 연습이 끝나고 삼겹살 무한리필 집에서 저녁 겸 회포를 풀었다. 계산은 체육회 이사가 했다. 그 자리에서 H씨는 연습 기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말을 했다. 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도 한참 뒤에 연습을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체육회 이사가 답하기를 운영비가 이제 나왔다고 했다.
4회 연습 때 H씨는 무릎 부상을 당했다. 무거운 체중으로 갑자기 뛰니 오른쪽 무릎이 부서질 듯 아팠다. 걸을 때는 괜찮아서 다시 뛰어보니 통증이 더 커졌다. 교통사고로 허리가 아프다던 분은 개인 돈으로 추나요법 치료를 받고 와 열심히 뛰었다. 이 날도 무한리필 삼겹살집에 갔다. 5회 연습 때 H씨는 무릎이 아파 선수를 못하겠다 했다. 이 날은 물회를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못먹어 아쉽다 생각했다. 다음날 H씨는 추나요법 치료를 받으며 뛰는 선수 K씨의 전화를 받았다. 회식 자리에서 상처받았다는 말을 했다. 줄 돌려주던 남자 주민이 자기더러 근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H씨는 아픈 거 아는 사람이 어찌 그런 말을 하냐며, 쓰레기 같은 말이니 마음에 담지 마라 위로했다. 이리 힘듦을 서로 위로하니 시민화합이 참 잘 된다 생각했다.
H씨는 9월 15일 오전 9시에 집을 나섰다. 비록 선수로 뛰지는 않지만 단체복을 받기도 했으니 응원을 간 것이다. 파주스타디움은 주차 전쟁이었다. 주차요원들은 주차장 입구마다 있었지만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주차할 곳이 없는 건가요?” “차들이 나오는 걸 보니 없는 것 같네요.” “여기 기자가 있어요. 취재를 해야 하니 확실히 알려주세요.” “그럼 주최측에 물어봐요. 저한테 물어보지 마시고.” “아니, 주차요원 아니에요? 주차할 곳이 있냐고 물었잖아요.” “없다구요.” 싸움이 될 것 같아 스타디움을 나왔다. 월롱으로 통하는 옆 도로 500미터 이상이 차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H씨는 주차 자리가 날 때까지 스타디움 주변을 30분가량 돌다가 겨우 주차하고 개막식이 시작되고 들어갔다. H씨는 “이럴 거면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안내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들어가니 최종환 파주시장의 축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시민 축구단, 육상 등 직장 운동 경기를 육성하고 시민들의 건강을 살필 수 있는 각종 스포츠인프라를 각축하기 위해 배드민턴장, 실내체육관 게이트볼장 등을 파주시 전역 골고루 설립하여 가까운 거리에서 스포츠로 화합할 수 있게 하겠다”했다. 윤후덕 국회의원은 “파주는 대한민국의 끝자락 접경지역 변방이 아니다, 북방으로 대륙으로 진출하는 그 중심에 우뚝 섰다”며 축사했다. 박정 국회의원, 손배찬 시의원 의장도 축사했다.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술이홀’의 멋진 태권도 격파 시범 등 여러 축하공연을 보고 T면 선수 대기소에 가보니 점심을 먹으라 했다. 도시락이 나왔나 물어보니 저기 나가면 밥 먹는 곳이 있다 했다. 커다란 천막 세 개가 설치된 곳에서 부녀회 임원들이 밥을 내왔다. 소머리국과 각종 밑반찬, 떡, 음료와 맥주도 있었다. 걸판진 잔치 마당이었다. 스타디움 주변 모두 읍면동의 천막이었고 먹거리가 너무나 풍성했다. 술에 취한 시민들도 있었다.
H씨는 밥을 먹고 오후 일정이 있어 ‘여자 승부차기’에 출전하라는 권유를 만류하고 스타디움을 나왔다. 바쁜 오후 일정 도중 H씨는 또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폐회식이 끝나면 L음식점 (동네에서 제일 큰 가든)으로 오세요.’
H씨는 말했다. 돈을 엄청나게 쓴다고. G읍 L씨는 “함께 먹고 마시고, 체육을 즐기며 시민이 화합하는 것 같아 좋지만 무슨 번개 불에 콩 구워먹듯 일들이 진행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동원된 것 같다”며 “이런 큰 행사는 시일을 두고 준비를 했다면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경기케이블TV에서는 파주시민화합체육대회가 2007년 이후로 경기 불황 등의 이후로 열리지 않다가 9년 만에 재개되었다고 보도했다. 경기가 나아졌다는 말인가? 파주시에 예산을 얼마나 썼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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