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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재의 디지털 성범죄 이야기 (6)-지금, 아이들의 디지털 공간은 안전한가?

입력 : 2021-12-27 02:02:15
수정 : 2021-12-27 03:06:30

정연재의 디지털 성범죄 이야기(6)

지금, 아이들의 디지털 공간은 안전한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성인이나 미성년이나 온라인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배재현 교수의 디지털미디어 과사용과 건강포럼발표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미디어 과사용그룹이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이용과 스크린 타임 시간이 길수록 스마트폰 과의존, 인터넷 게임장애, SNS 중독의 위험과 더불어 안과 질환, 근골격계 질환, 우울증, 충동성 등 정신신체적 건강 문제 발생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술을 가장 쉽게 접하고 다룰 수 있는 청소년들은 더욱 쉽게 역기능의 세상으로 연결된다. 청소년이 주로 사용하는 SNS, 게임, 메신저 등을 통해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피해자 증가가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연령대를 분석해 보면, 단속에 적발된 전체 피의자 중 30% 이상을 10대 청소년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의 조사에 의하면 가해 행위 유형별로는 불법촬영물 게시나 공유 등 통신매체 이용43%를 차지했고 불법촬영 등 카메라 등 이용촬영19%였다. 이어 불법촬영물 소지’(11%), ‘불법촬영물 제작·배포’(6%) 순이다. 아동·청소년들 사이에서 디지털성범죄는 SNS(41%), 웹사이트(19%), 메신저(16%)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디지털성범죄 가해 아동·청소년 10명 중 9명은 범죄라는 인식 없이 디지털성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발표한 디지털성폭력 가해자 상담사업의 아동·청소년 상담 사례를 분석을 보면 디지털성범죄 가해 동기로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함’(21%·중복 답변), ‘호기심’(19%), ‘재미나 장난’(19%), ‘충동적으로’(16%), ‘남들도 하니까 따라 해보고 싶어서’(10%), ‘음란성 문자를 함께 공유’(5%), ‘연애하고 싶어서’(5%), ‘합의된 것이라고 생각해서’(4%)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본인의 행동에 대해 성폭력 가해 행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해 상담 진행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디지털 미디어상 주로 나타나는 혐오성 언어와 여성 대상화 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스며든 잘못된 성인식들로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열세 살인 A군은 반에서 좋아하는 여학생이 자신을 거부하자 여학생의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해 단체대화방에 유포했다. A군은 온라인에서는 사진합성이 흔한 일이라 장난삼아한번 따라해 봤다고 했다. 열다섯 살 B군은 초등학생 때 SNS에서 우연히 화장실 불법촬영물을 보게 됐고, ‘호기심에 영상을 계속 보다가 중학생이 되면서는 직접 불법촬영을 시도했다.

이들 모두는 범죄인지 몰랐다며 억울해 했다. 그러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것, 불법 촬영을 한 것,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것 모두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청소년들의 가벼운 인식'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 질문 란을 보면 '학교 친구의 다리와 엉덩이를 몰래 장난으로 찍었는데 처벌 받나요?' '장난으로 친구의 얼굴을 다른 성인물에 합성을 해서 메신저에 올렸는데 문제가 되나요?' 라는 식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청소년들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근본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피해자 예방교육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닌 명백한 범죄이며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깨우칠 수 있게 도와주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빠르고 간편하고 변화무쌍한 디지털 공간은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무지개색 이지만 그 뒤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나락이 있다.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디지털성범죄예방 전문가 정연재

 

 #1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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