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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의 교육칼럼 풀씨 <9> 교사의 길을 묻는다  

입력 : 2020-05-09 02:07:47
수정 : 2020-05-09 02:24:01

전종호의 교육칼럼 풀씨 <9> 교사의 길을 묻는다

 

 

지난주에는 난데없이 지방의 한 초등학교 학생의 숙제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속옷 빨래 인증사진을 올리라는 이른바 효행학습 사건으로 숙제의 적절성을 넘어 교사의 성희롱 멘트가 더 논란이 되었고 교사의 성인지 감수성까지 시비의 대상이 되었다. 당사자의 해명이나 사건의 전체 맥락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논평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숙제의 점검 과정에서 교사가 보여준 발언과 태도는 학부모와 네티즌들이 분노하기에 충분한 사유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학생을 짐승으로, 자신을 사육하는 짐승주로 표현한 것은 교사라고 믿기에는 경악할 만한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엄숙주의, 보수주의, 모험 회피적인 교직의 일반적인 문화에 비추어 보면, 출판, 출강, 블로그와 유튜브 운영을 하는 등 보통의 교사와는 달리 상당히 과시적이고 명리(名利)에 밝은 특이한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이상과 혁신이 결국에는 교사 수준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육에서 교사 역할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듯이 교직에도 이런 교사 저런 교사가 있기 마련이다. 범주의 지나친 단순화를 무릅쓰면 교사집단은 혁신형(성장형), 직업형(관리형), 냉담형(오락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한 교사가 반드시 하나의 유형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형 교사가 자신에게 부과된 임무 이상의 교육의 진보에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면, 직업형 교사는 법과 규정에 지정된 교사의 역할에 충실한 교사들이다. 학교가 이런 두 유형의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교육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느 직업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직에도 냉담형의 인간들이 있다. 이들은 학교 일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개인적 관심사 이익과 오락에 몰입한다. 모든 학교마다 비율이 다를 뿐 이러한 유형의 교사들이 섞여 있기 마련이어서 교육의 개혁은 결국 직업형, 냉담형 교사들을 어떻게, 얼마나 많이 혁신형 교사들로 전환하여 편입시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민주화 이후 많은 혁신형 교사들이 교육행정과 제도개혁의 전선으로 이동해 갔지만, 강호에는 아직 학교개혁과 수업혁신을 위해 어두운 곳에 숨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는 수많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선수들의 분투는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헌신적이고 혁신적이고 영웅적인 교사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이와 대비적으로 권위주의적이고 현실 안주에 급급한 점잖은 자리에 앉아 있는 찌질한 교사와 교장들의 모습과 교육체제의 모순을 함께 배경으로 보여준다. 극적 요소가 강한 스포츠나 음악 분야의 교육영화로는, <코치 카터(2005)>, <리멤버 타이탄(2001)>, <코러스(2004)>, <홀랜드 오퍼스(1996)>, <스쿨 오브 락(2003)>, <페임(2009)>, <라 멜로디(2018)> 등이 있다. <코치 카터(2005)>는 농구 코치로, 분노 가득한 거리의 아이들로 조직된 농구팀을 지도하기에 앞서, 선수는 선수 이전에 학생임을 강조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방해하는 학교제도와 교장, 교사, 학부모들과 싸우면서 맡은 농구팀을 전국적인 명문 팀으로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의 이야기이다.

 

 

<스쿨 오브 락(2003)>은 명문 사립초등학교에 친구를 속이고 들어간 가짜 교사 듀이의 학교 락 밴드 이야기로 기존학교의 상식과 규율과 성적 지상주의에 물든 학교체제의 모순을 고발하는 도발적 영화다. 저항의 음악을 통해서 학교규율과 등수 경쟁에 저항하고 해방감을 갖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한다. 락 음악에 미친 가짜 선생의 이야기로 학부모로부터 받는 압박감과 교사들과의 교제 및 소통부재로 고립된 교장의 민낯을 코믹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프리덤 라이터스(2007)><리멤버 타이탄(2001)>, <위험한 아이들(1995)>은 인종문제와 흑인 학생의 학습권 등 현실적인 문제와 맞서 싸운 교사의 영웅적 서사다. 윌슨고등학교에 새로 온 그루웰 선생님은 일기 쓰기를 기본적 도구로 흑인 학생을 지도하면서 부딪치는 예상치 않은 상황을 돌파한다. 인종간의 적대와 빈곤, 폭력, 방임 등 현실적 절망을 딛고, 포기의 교실을 살아있는 교실로 만들어 빈민 학교에서 인종 화합과 교육 개선을 위해 헌신하는 변화를 위한 교육이야기다. <리멤버 타이탄(2001)>은 풋볼코치인 분과 요스트가 인종통합정책에 의해서 통합된 고등학교의 통합 풋볼 팀 타이탄에서 수석코치와 수비코치로 일하면서 흑백 학생간의 갈등 관리와 풋볼 지도 방법에 대한 코치간의 갈등과 해결방법을 제시한 영화이다. 흑인 학생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학업성취가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운동만이 아니라 학업성취에 대한 관심과 격려를 하면서 진행되고, 동료 간의 파트너십을 특히 강조한다.

교육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도 있다. 너무나 유명한 <죽은 시인의 사회(1989)>의 키팅 선생님은 명문 웰튼 아카데미의 살인적인 규율과 주입식 입시 교육에 저항하며 카르페 디엠을 외치고 전통과 기성 체제에서 벗어나 독특하게 삶의 의미를 추구하라고 강조한다. 책을 찢으라, 이론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중시하라, 자기 목소리로 살아라. 아이들은 책상에 올라가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결국 쫓겨나는 선생님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 <패치 아담스(1999)>는 한 의대생이 거대한 의학교육체제과 싸우는 이야기이다. 의사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고 하면서, 의학은 죽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병과 싸우려면 가장 지독한 병 즉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퇴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기 신념대로 공부하고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이야기이다.

 

 

<페임(2009)>은 예술적 명성을 추구하는 뉴욕의 한 예술고등학교의 이야기로, 교실의 일상을 통해서 가장 보통적인 교사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발레 단원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했던 사랑하는 학생의 추천서를 끝내 거절하는 발레 교사 크라프트는 엄격한 평가를 통해 학생의 진로를 잡아주는 냉철한 평가자와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교사 도우드는 음악 활동에 앞서 사물과 현상의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게 하면서 삶과 예술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한다. 저항적인 음악()을 하는 학생 말릭에게 미움의 대상인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도록 권고한다. 교사는 단순한 교과 담당이 아니라 삶의 스승이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라자르 선생님(2011)>은 교사의 자살로 공석이 된 자리에 들어온 무자격 교사이다. 교실에서 일어난 담임교사의 자살 사건으로 인한 슬픔을 모두 회피하려 하지만 라자르는 아이들로 하여금 죽음을 직면하게 하고 아이들의 마음과 갈등관계를 세밀히 살피며 슬픔을 치료한다. 극적인 요소 없이 담담히 교실에서 아이들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읽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조용한 영화이다.

<디태치먼트(2014)>는 문제 학교의 임시 교사 헨리 바스를 통하여, 무너지고 있는 학교문제의 해결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모두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방관하고 있는 냉담형의 교사들과 문제 원인과 처방을 잘못하는 교장과 행정 당국의 현실을 고발한다. 학교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리고 아이들에게 세상사는 이치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복도를 걷거나 수업을 들을 때 마음의 무게를 느낀 적 있는가 하는 헨리의 물음은 아이들에 대한 질문일 뿐만이 아니라 교사 스스로 묻는 질문으로 보인다.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 너머를 봐야 하는데 현실에서 한 발 빼고 거리두기(디태치먼트)를 유지하려는 학교 문제점을 철학적으로 사유한다.

감동을 주는 영화는, 교육의 개선을 위한 정확한 현실 인식, 모순에 맞설 수 있는 용기, 불리한 상황을 이끄는 리더십, 삶과 교육의 밀착성에 대한 깨달음, 주변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평가와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적절한 진로지도, 교사간의 동료성과 협업 등을 행하는 교사들뿐 아니라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틀 안에 갇혀서 무엇이 문제인지,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른 채 여전히 성적 지상주의와 입시에 매달리고 있는 한심하고 찌질한 교장과 교사들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불확실성의 현실에 갇혀서 방향을 잃은 무기력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감동적인 영화의 공통점은 교육의 문제는 불신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불신당하는 제도와 교사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현실 교육사회도 마찬가지 아닐까?

남의 입에 오르내리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교사들의 문제 행동은 교육의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교육문제는 팔짱을 끼고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방관하고 있는 냉담형 교사들의 차가운 무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유례없는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마음이 무겁고 모두가 유폐된 시절에 이런 한심한 뉴스를 들어야 하는 국민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영웅적인 교사 못지않게 가까운 우리나라 우리 주변에도 교육과 교실 개선을 위해 쉬지 않고 고민하고 교사의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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