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교육칼럼 풀씨> (3) 온라인 학교
수정 : 2020-04-01 02:57:40
<전종호 교육칼럼 풀씨> (3)
온라인 학교
전종호(백마고등학교 교감)
미래학교의 모습으로 그려지던 온라인 학교가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의 습격으로 갑작스럽게 도입될 전망이다.
장기간의 등교부재로 인한 학습결손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온라인 학교의 도입은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으나, 온라인 학교의 도입과 관련하여 현 시점에서 두 가지 논점이 쟁점이다. 하나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온라인 학교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온라인 학교가 학교를 정말 대체할 수 있는가, 준비도 없이 도입되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입장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 두 입장은 교육의 목적 또는 기능에 대한 근본적 가정을 달리 하고 있다. 전자는 교육의 기능적 관점의 입장에서, 후자는 교육의 규범적 입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기능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은 지식과 기술의 학습과 사회적응이다. 따라서 학습과 적응이 일어날 수 있다면 적응이 일어나는 장소는 구태여 오프라인이든지 온라인이든지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ICT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전국에 수만 개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관료적이고 비생산적이고 게으른 학습체제를 적은 비용에 고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부분적으로는 EBS가 대한민국 온라인 학교의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EBS와 수능의 70%연계 출제로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은 EBS에 종속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교과서 출판사도 이미 자기 교과서를 공부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고, 남의 나라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학교 학습을 대신하는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이 영업을 하고 있다.
교육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교육은 인지적 학습 또는 성장 이상의 것으로 인성, 창의성, 시민성 등의 전인적 관점에서 보아야 하며 지금의 ‘밖’에서 ‘안’으로 주입하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안’에 있는 가능성들이 밖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방식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교과의 형태로 변환된 과거의 문화가 전달(transmission)되는 형식의 지금까지의 교육방식에서 탈피하여 특정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preparation)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전환되어야 하는데 온라인 학습이 이를 감당할 수 없으며, 기존의 인강을 강화하여 학교교육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두 가지 입장은 다 옳다. 하나는 현실이 그래서이고 또 하나는 그리로 나아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엄습해 이미 우리 일상의 바로 옆에 앉아 있고 아이들은 학교에 나갈 수 없고 학교는 마냥 닫힌 상태로 지속될 수 없는 현실에서, 교육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당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지만, 디지털 혁명시대에 디지털 기술의 효과적인 방법과 결과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교육에 접목시키고 학교구성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논쟁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단기적, 장기적 과제로 접근되어야 한다.
당장의 문제는 학교를 어떻게 온라인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가도 단위학교도 기술발전에 따른 온라인 학교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다. 학교마다 독립된 단위의 온라인 플랫폼이나 온라인 스튜디오나 수업을 찍고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집집마다 온라인 수신체제가 되어 있는지도 점검해야 될 사항이다. 온라인 학교 문제는 엉뚱하게도 계층간, 도농간, 학교별, 학교급별로 교육조건의 격차를 드러낼 수도 있다. 교육부가 온라인 학교를 서두르는 이유가 입시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입시에 대한 사회의 압력에 대한 순응이라면 우리 학교체제의 입시 종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시도교육청별로 온라인체제를 구축하기에 야단이지만 접속량의 폭주로 벌써 서버가 다운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잘못하면 전국의 모든 학교가 EBS의 분교가 될지도 모른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교육의 민낯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형국이다. 우리는 현실의 수렁에 빠져있고 아직 미래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그래도 아이들의 삶을 준비한다면 미래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한 걸음씩 길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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