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교육칼럼 풀씨> (2) 졸업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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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 교육칼럼 풀씨>
졸업식 단상
전종호(경기도 백마고등학교 교감)
졸업식 시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올 해 맞는 졸업식은 유난히 쓸쓸했다. 그래도 한 과정을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욱 쓸쓸하고 허전했으리라 생각된다.
졸업식 때마다 맞는 씁쓸함은 꼭 신종 바이러스 때문은 아니다. 졸업식에는 학사보고라는 순서가 있고, 대개 그 학교가 한 학년 동안 수행한 교육활동 및 공적, 상급학교 진학상황 등을 소개하는데, 씁쓸함은 상급학교 진학 상황 소개 중에 나오는 00대학교 외 다수 대학, 000 외 0명 등의 표현에 등장하는 ‘외’라는 말 때문이다. 소개되는 000 대학교나 누구누구는 대학을 나오고 사회에 진출하여 그런대로 잘 사는 대열에 편입하게 되겠지만, ‘외 다수 대학’에 진학하거나 또는 그 곳마저 못간 학생들, 또 누구누구 ‘외’로 호명 받지 못한 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갈 것인지 생각하면 우울하다.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대로 학교가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춘’ 학생을 양성해 왔다면 이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겠지만, 대학입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 학생들은 대개 차별적인 학벌사회와 분절화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삶을 위해서 개인마다 불평등한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서 노력은 하겠지만 앞선 세대가 그러했던 것처럼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유지되도록 방치해야만 할까? ‘외 다수대학’ 또는 ‘외 다수’의 학생들도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인 자아와 진취적 성취감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게 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은 결국 고등학교가 앞으로도 계속 비생산적인 대학입시준비기관으로 머물러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다. 학자들의 얘기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학교의 모습으로는 미래사회를 준비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수시나 정시냐 하는 입시 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개인적인 노력이나 교육 섹터만의 노력으로 사회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상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상상하지 않고는 변화를 시도할 수 없다. 불안에 기초한 부모들의 입시경쟁을 멈추지 않고는 진정으로 부모들이 원하는 자녀들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의 보장할 수 없다. 형식적인 공정기제에 기초한 대학입시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여 대학의 선발권을 보장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근본적인 것은 고등학교를 대학입시 또는 선발기관이 아니라 독자적인 보통교육기관으로 명실상부하게 독립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기본법에 명시한대로 자주적인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을 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식과 시험으로 변별화된 학력과 학벌이 자동적으로 자주적인 생활능력을 배양시켜주지는 않는다. 본인 스스로 삶과 학습의 문제를 기획해 보고 추진함으로써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하고 또 새로운 시도로 더 높은 과제를 추구하는 경험을 학교에서 많이 제공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안착되어 이런 일이 앞당겨졌으면 좋겠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여 시민권뿐만 아니라 시민성 교육을 해야 하고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의 현상과 구조를 바로 보고 그것들에 맞서 싸우고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마침 올해부터 18세 학생들/청소년들도이 선거에 참여한다. 정치적 중립성과 아울러 유권자로 정당한 권리의식과 사회개선의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쓸쓸하게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에게 그래도 앞날의 행복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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