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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 교육칼럼 풀씨> (1) 학교의 보건 및 방역체계

입력 : 2020-03-26 07:42:32
수정 : 2020-04-01 02:05:38

<전종호 교육칼럼 풀씨> (1)
             

          학교의 보건 및 방역체계

 

전종호(백마고등학교 교감)

 

개학이 4월로 연기되었다. 초유가 일상이 되었다. 날마다 초유의 사태요 초유의 경험이다. 안전이나 안정이라는 말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것 같이 느껴진다. 공고하다고 생각하던 관계도 질서도 인간관계도 일시에 흔들린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안전한 곳이라는 믿음도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한 순간에 미망이 되었다. 인류사적 대재앙에 직면한 지금 학교 안팎의 보건 및 방역체계에 대한 종합적 점검을 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가장 기초적인 것으로 질병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념이 학교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질병과 건강은 아주 소극적인 개념으로 접근되어 왔다. 학교 보건실의 주요기능은 학교 내 교육활동 시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신속한 대처, 학생 개인이 보유한 질병의 교육활동 중의 사후적 영향 관리에 집중해 있어서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학생건강관리나, 개인 건강의 권리 측면과 타인에 대한 의무, 질병과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생태학적 의미에 등에 대한 체계적, 종합적인 교육은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학교 내 보건 인프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학교 의사가 없고 아직 보건교사가 배치되지 못한 학교도 여전히 있다. 보건교사는 치료라는 개념보다는 예방이나 사고 발생 이후 대응이 주 업무이고 학생의 질병과 사고를 병원의 치료와 연결시키는 고리의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개인적인 질병이나 사고가 아닌 이번 코로나 19 사태와 같은 감염병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에 다수의 학생들을 측정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는 물론 접촉, 비접촉 체온측정기나 마스크와 같은 필수적인 장비들도 태부족한 형편이다. 학교에 따라서 보건교사 혼자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돌보아야 학교도 많다.

셋째로, 학교의 감염병 대응체계는 어떻게 기능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는 2018년부터 매년 감염병 예방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훈련의 효과성은 따져 볼 필요가 있 다. 현재 교장 교감 등 학교관리자와 보건교사는 3년에 1회씩 감염병 예방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일반교사의 경우 안전교육과는 달리 필수적인 연수/교육의 의무는 없다. 이번 사태와 같이 전국적인 상황의 감염병은 국가 위기경보 수준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의 단계별로 움직이면 되지만, 학교별로 감염병이 발생하는 경우 학교 내 유증상자 또는 확진자의 수에 따라 대응14단계로 되어 있어서 학교구성원의 감염병에 대한 지식과 대처요령의 습득이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의 경우 발생 시 전염속도나 규모에서 파괴력은 크지만 일상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할 경우 우왕좌왕하다가 사고를 키울 가능성이 있어 평소의 훈련체계 및 훈련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학교감염병 대응체계는 학교안전예방체계와 분리되어 있다. 학교안전교육과 예방체계는 지진, 화재 등 재난상황, 학교시설, 체험학습 등의 안전문제와 관련된 것이 중심으로 되어 있고, 감염병 대비와 관련된 것들은 빠져 있다. 따라서 학교안전교육체계와 감염병 예장체계의 통합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의 건강과 안전문제는 학교 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므로 가정과 지역사회와의 통합적 관리체계 또한 필수적이다. 현재에도 다수 발생하는 사례처럼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동안의 가정에서의 학생관리, 학원 등의 교육활동, PC, 노래방 등의 오락 활동, 교회 등의 종교 활동, 피트니스 센터 등의 체육활동 등이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정말 우리는 날마다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은 정말 중요하지만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지 않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이 기회에 건강은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문제이며,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이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세계적인 재난 앞에서 배움이 없다면 인류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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