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⑫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김현승 원장

입력 : 2015-04-06 10:19: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에서 만난 공공의료의 전설

 

  

파주에 새로운 전설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파주병원 김현승원장. 그는 2007년 4월에 부임해 와서 지금까지 파주병원을 지키고 있다. 8년째이다.

그가 세브란스 심장내과를 정년퇴임한 후, 원장 공모 지원하여 부임할 때만해도 파주병원(당시 금촌의료원)은 시민들 대부분이 외면하는 병원이었다. 중풍, 치매, 만성 알코올 중독자 등 장기 입원환자들이 주로 이용했고, 전임 의사 없이 공중보건의 8명만 있었다. 복도에 비가 새기도 하고, 화장실 세면대는 배수관이 빠져서 물에 발이 젖기도 했다.

 

8년간의 변화, 시민이 사랑하는 병원

당시와 지금의 병원 모습은 상전벽해라는 말 그대로이다. 8년이란 짧은 기간에 이룬 성과로 보기에는 어마어마한 변화이다.

도대체 김현승 원장이 어떤 요술을 부렸기에, 전문의 28명, 15개 진료과, 간호사 115명, 201개 병상, MRI 3.0T, CT128채널, 유방촬영기, 고밀도측정기, 생화학자동분석기 등 고급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으로서 탈바꿈 한 것일까? 단지 시설 변화만이 아니다. 파주병원의 의료 수준을 대학병원 수준급으로 높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노동조합에게 공을 돌렸다. "파주병원의 변화 발전에는 3가지 요인이 있어요. 첫째가 ‘상생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김현승 원장이 부임해서 온 첫 달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모자랐다. 병원의 모든 경영 상태를 밝히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고민을 같이 나눴다. 노동조합이 마음을 열었고, 노사대타협안을 이끌어냈다(직원들 월급 80%지급, 5급 이상 간부들 3개월 월급 반납. 그 후로도 경영이 어려우면 각종 수당 반납). 이 소식이 도지사의 귀에 들어가 결국 350억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고, 2011년 지하 2층 지상 5층의 본관동을 새로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김현승 원장의 고향이 파주 교하여서 당시 기관장이나 단체장에게 쉽게 인정받고 협조를 구할 수 있었던 것. 셋째는 직원들과 민원인의 얘기를 많이 듣고 공공마인드가 있고 실력 있는 사람들로 전문의를 채우고, 진료 과를 늘려나간 것. 이 세 가지가 파주병원를 사랑받는 병원으로 바꾼 요인이라 했다.

그래서 김 원장은 "제가 한 것은 별로 없어요. 그저 제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먼저 스마일 하고, 먼저......." 그는 끝까지 병원 직원들에게 공을 돌린다.

 

▲ 오늘을 만든 김현승 원장

  

좋은 병원을 알아보는 노하우

요새 사람들은 여러 병원을 다니며 자신의 병명을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병원쇼핑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의사와 병원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해서 물었다. 김현승 원장은 병원이나 의사를 택할 때 가장 확실한 기준이 있다고 했다.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가 그 병원의 실상을 제일 잘 알아요. 의사와 간호사가 자기나 가족이 아팠을 때 몸을 맡기면 더 이상 물어볼 것 없어요. 의료장비나 의료진의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기준은, 의사와 간호사 가족이 그 병원에서 진료 받는 지를 보면 됩니다. 지금 파주병원 직원들 가족들 전부 여기서 진료 받아요."

  

다른 병원을 소개하는 것도 의사의 실력이며 윤리

김 원장은 의사의 자질을 논할 때, 자기 능력 밖이라 판단할 경우 다른 병원을 소개하는 것도 의사의 실력이며, 의료 윤리라고 강조했다. 아픈 사람을 붙들고 이러 저러한 검사를 하고 자신에게 버거운 환자를 붙들고 있는 것이야말로 치료의 적기를 놓치고 환자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과급에 눈이 먼 의사나 병원이 진료를 붙들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파주병원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실 파주병원은 인근 고양시의 5개 대학병원급 대형병원들과 경쟁하는 셈이다. 조금만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파주시민은 곧바로 고양시로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주병원이 이렇게 성장하고, 시민들이 찾는 병원이 된 것은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 의료원 파주병원 전경

  

‘안과와 신장내과를 개설하고 싶어"

"파주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1.4%정도예요. 노인들을 위해 안과가 개설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노인들에게 많은 병중 하나가 백내장인데, 백내장은 수술만 하면 완쾌가 돼요." 김 원장은 지금 파주병원에서 가장 먼저 개설해야할 것으로 안과를 꼽았다. 파주지역의 특성을 파악한 결과이다.

또 하나의 바람은 콩팥내과(신장 내과) 개설. 이 과의 주 진료는 신장의 인공투석이다. "만성신부전 환자는 몸이 띵띵 붓고 소변을 잘 내 보내지 못해서 요독증이 와서 죽는 거거든요. 인공투석하면 만성신부전 환자가 10년 20년 잘 살 수 있는데, 비교적 저소득층에 이런 병이 많아요. 저희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이 병의 치료를 맡아야 한다고 봐요." 김현승 원장은 파주병원에 신장내과가 없어서 인근 고양시까지 인공 투석하러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전국 제일의 호스피스 병동

근래에 지인의 부친상으로 파주병원 장례식장에 갔다. 지인의 부친이 파주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했는데, 정말 편하게 임종을 맞이했고, 가족들도 모두 만족했다는 얘기를 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 환자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병동에 들어올 때 아무 검사도 하자 않고, 아무런 시술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사로 수입을 올리는 민간 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간호사도 많이 배정해야하고, 사회복지사가 있어야 해서 공공의료에서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공의료원이라고 호스피스 병동이 다 있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이 적어 적자를 보고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공공 의료에서 담당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목욕, 이발 등의 간호 지원만 아니라, 시, 그림, 음악, 꽃꽂이 등의 심리 치료를 돕고 있었다. 환자 가족을 위한 상담과 교육도 하고 있다. 병동을 맡고 있는 간호사가 말했다. "돌아가신 환자 가족에게 석 달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고 있어요." 호스피스 병동 앞에는 환자 가족이 보내온 편지와 카드가 걸려있었다. 이 병동 간호사들이 성심으로 환자와 가족을 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족이 아프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을 쓰는 병원. 이것이야말로 공공의료가 찾아야할 길이 아닐까?

 

▲ 병동에 전시된 환자와 가족들의 작품과 편지

  

남북교류의 첫 단추는 의료 교류

이외에도 파주병원은 저소득층,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진료사업, 전염병의 관리 및 예방사업, 보건 의료사업을 해왔다. 지역주민을 위한 의료 교육사업과 외국인 무료진료 사업을 충실히 해오며 공공의료기관의 모범(2010년 공공의료 최우수기관, 국가인권상, 통일부장관상 등)을 보여 왔다. 올 5월부터는 개성공단에 김현승 원장을 포함한 5명의 의사가 교대로 개성공단에 상주하게 된다. 기존에 간헐적으로 개성공단 남북한 의료 협력 사업을 해오던 것을 확대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혜택을 보게 될 뿐 아니라, 북한과의 의료 교류도 활발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그 첫 단추는 의료 교류입니다. 저희가 최일선입니다."

아플 때 친철하게 치료 받을 수 있고, 가족의 아픔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지역 실정에 맞는 공공의료 서비스를 고민하는 파주병원. 그 공공의료의 길을 경기의료원 파주병원은 김현승 원장과 217명의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다. 파주에서 시작된 공공의료의 전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글 임현주 기자 | 사진 오교진 작가

 

 

 

#13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