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⑬ 운정성당 박성욱 신부

입력 : 2015-04-15 10:31: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⑬ 운정성당 박성욱 신부

 

  

"오늘 성 목요일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오늘 성 목요일도 ‘아름다운 밤"이라고 말하기가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1년이 되었지만, 오늘의 이 사회와 우리는, 희생자들을 재수가 없어서 사고당한 사람들로, 유가족들을 희생자 팔아서 돈 몇 푼 더 받으려는 파렴치한으로, 매도하고 조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의 원인과 ‘구조를 안 한 이유"가 뭔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노력은 하지 않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희생자 유가족과 선량한 국민들을 불순세력으로 매도합니다. 정치권력은 어렵게 마련된 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못하도록 괴상한 시행령을 만들고, 무심한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지겨워 합니다."(4월 2일 성목요일 저녁 미사 박성욱 신부 강론 중)

 

▲박성욱 신부가 부활절 강론을 하고 있다.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직도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졌어도 진상규명 활동은 개시도 못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모른채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특별법이 짓밟혔다. 세월호 인양해야 한다. 유가족이 거리에 있다"는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데,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이 받는 보상금이 얼마라며 ‘죽음은 끝이니 돈이나 받아라"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피해자가 삼보일배를 하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것이 종북이 되고,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부모가 ‘자식 팔아먹은 놈"이 되버린 세상. 아프고 힘든 자에게 손 내미는 것조차 이상하게 쳐다보는 세태가 당연지사인 듯한 세상.

이렇게 세상 정의가 흔들리고,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어둠의 시대에 빛이 되고 지표가 되는 것은 종교가 아닐까?

그래서 운정성당의 박성욱 엘리아(48세)신부를 찾았다.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것을 정의로 삼아야하는가?

 

진실을 알기 위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물어봐야

작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아이들과 어른들 304명이 죽었다.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도 구조하지 않은 채 모두 수장되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이 수장되었고, 우리는 경악조차 하지 못한 채, 방송이 보내주는 소리에 홀려있었다. 그러다 깨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진실을 알기 위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물어봐야 한다"고 박종욱 신부는 말했다. 세월호를 왜 인양하지 않는 거지요? 이렇게 묻고, 답에 대해 또 순수하게 물어봐야한다는 것. "순수해지기 위해서는 욕심이 없어야해요. 자기 체면이 앞서거나, 저들이 무슨 장난을 치려는가를 의심하지 않고. 아주 순수하게 어린애처럼 물어봐야해요. 그것이 진실을 찾는 방법이예요."

이렇게 우리는 순수하게 물었던 것 아닐까? 그 순수한 물음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이었다. 13만명의 천주교인이 서명을 했다. 운정성당에선 75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난 부활절 기간 동안 580명이 세월호 인양 촉구 서명을 했다. 지난 3월 21일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촉구를 위한 팽목항 순례 미사"에는 버스 4대에 150여명의 신자가 팽목항을 다녀왔다. 운정성당에선 세월호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순수한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신부님이 진실을 찾는 방법이었다.

신자들 중에 "세월호 얘기 그만하셔야 하지 않나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신부는 "당신의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원인을 모른다면 밝히는 게 자식의 도리 아닌가요? 죽었으니 잊는 것이 자식의 도리인가요?"라고 답했다 했다.

 

▲팽목항 순례에 참여한 운정성당 신자들.

  

"모든 사람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 정의"

신부님은 적절한 비유를 써가며 시대의 아픔에 대해 말씀했다. "아파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있어요. 먹을 것 갖다주고, 돈을 갖다주면 좋아하지요. 그 사람이 고맙다고 받으면서 ‘내 얘기 들어달라 억울하다"라고 할 때, 그건 몰라요. ‘말하지 마세요. 내가 주는 것만 받아 드세요"라고 한다면...그것이 사람의 도리인가요? 당신이라면 그런 베품을 받겠어요? 그것은 자비를 포장한 교만밖에 안되는 것이지요." 신부님의 이 말씀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보상금 운운하며 떠드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신부님은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없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운정성당의 사회사목은 매우 활발하다.

‘천사모임"은 1,004명이 기도하고, 활동하는 모임이다. 가정 방문, 도시락 반찬 배달을 할 뿐 아니라 얘기를 나누고, 필요하다면 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일도 한다. 50여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신자들이 돈을 모아 어려운 형편의 19가구에 매월 10~20만원을 꼬박꼬박 지원하고 있다.

새터민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새터민 가정체험을 하고 있고, ‘천주교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의 남북간의 평화 통일을 위한 민족화해교육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주사목 위원회는 인종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엑소더스 이주민지원센터"에 한국어 교실 봉사활동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운동, 농촌돕기, EM활용하기, 유기농 먹거리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은 신부님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말로는 정의 평화 얘기하면서 자기 희생을 안하는 사람은 진심이 아니지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편이 되자는 것이 프란체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신 ‘연대하라"입니다. 모든 사람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사회 사목활동을 격려하는 박성욱 신부.

 

죽음은 끝이 아니며 부활은 영원한 생명의 시작

"세상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습니다. 죽음은 끝이라고,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를 어리석다고 비웃습니다. 이것이 탐욕과 죄악, 불의와 주정에 지든 이 세상의 계산과 논리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 사회, 정치, 경제, 문화는 세월호 참사를 보상금의 문제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부활은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라는 것을 믿습니다."(예수부활 대축일 4월5일 강론 중)

신부는 어둠은 빛에 대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빛이 켜지는 순간, 어둠은 일시에 없어지는 것. 그러니 우리 안에 빛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 했다.

박정욱 신부는 말씀을 마치고 자신보다 훌륭한 다른 사제들을 추천하면서, 자신을 전면에 싣는 것을 마다했다. 그리곤 밤이 가득 내린 사제관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죽음을 끝이라 믿는 이 어둔 세상에게 ‘순수하게 질문을 던지"며 정의를 찾고 있었다.

 

 

글 임현주 기자

사진 운정성당 김형래 신자

 

 


#12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