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의 학교 ⑬ 후각과 공감 능력의 상관관계는?
수정 : 0000-00-00 00:00:00
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후각과 공감 능력의 상관관계는?
인간의 감각기능 중에 가장 민감한 감각은 무엇일까? 바로 후각이다. 포유류의 경우 냄새를 수용하는 유전자는 약 1천여 종으로 전체 유전자의 3%인데,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 개수로는 매우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이 중 375개만이 실제로 작동한다고 한다. 이는 직립보행과 도구 사용을 통해 후각보다는 시각과 청각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간이 냄새를 어떻게 감각하고 구별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후각의 메커니즘’은 불과 10여 년 전에 밝혀졌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약 1만 개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다른 감각들도 그러하듯이―후각은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다. 후각정보는 대뇌의 변연계에 직접 연결되는데 이는 포유류 이상의 동물에서만 발견되는 대뇌의 한 부분으로 기억이나 감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을 자극하면 특정 생각이나 감정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후각마케팅이 이러한 원리를 활용한 것으로, 모든 백화점의 1층엔 향수 매장이 있는 이유도 무의식적으로 공간에 대한 호감과 편안함을 주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만약 후각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후각 장애를 ‘취맹(臭盲)’이라고 하는데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굉장히 떨어지게 된다. 일례로 후각 기능이 둔화되거나 마비된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보통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인 불안감을 더 많이 느끼고, 특히 남성의 경우 후각 기능이 떨어질수록 연애의 경험도 같이 줄어들었다. 눈으로 보이지 않고 귀로 들리지 않은 상황적 흐름이 후각이라는 바탕 정보로 감지되어야 하는데, 보이고 들리는 그대로 반응하게 되면 공감능력이 떨어져 상대방의 본뜻을 곡해하거나 고지식하게 고집만 피우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사상의학의 이제마 선생께선 이를 ‘비취인륜(鼻臭人倫)’이라 하여 후각이 갖고 있는 사회적 기능을 언급하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해야 될 말과 행동이 코로 들어오는 향(香)을 통해 다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향기’라는 표현도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감각되는 사실이다.
문제는 타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하기 팍팍한 사회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주변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후각이 자꾸 퇴화하고 있는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인터넷에는 소셜네트워크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현실 어디에도 진정한 소셜은 없다. 그저 자신만의 취향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픈 고독한 외침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다. 때문에 타고난 본래의 후각(鼻根)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분명하고 정확하게 행동하는 방법을 다시 학습해야 한다. 이를 오감학습에서는 ‘쓰기’라고 한다.
글 카페 방하 봄동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