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리 척결 운동 본부] 입주민 의견 게시글, 동의 없이 철거 ‘불가’ 서울중앙지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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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의견 게시글, 동의 없이 철거 ‘불가’
서울중앙지법 판결
입주민이 관리비 정보 제공, 주택관리업자 재계약 의견 개진을 위해 게시판에 글을 게시했다면 관리주체는 입주민 동의 없이 게시물을 철거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동작구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대표회의와 위탁관리업체 C사를 상대로 제기한 동의권 부존재 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게시판에 게시하는 게시글을 게시일로부터 2주간 원고 B씨 사전동의 없어 철거해서는 안되고,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 B씨에게 30만원을 지급,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지난 5월 회의를 개최해 관리업체 C사와 위탁관리 재계약을 체결하되 수수료 인하 등으로 관리비를 줄이도록 요구키로 의결하고 이에 이의가 있는 입주자 등은 10일간 서면으로 이의서를 제출해야 하며 제출기간 중 입주자 등 10분의 1 이상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의결대로 재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이틀 뒤 입주민 B씨는 C사와의 재계약 체결과 관련해 대표회의에게 주택관리업자 선정방식, 이의제기 절차, 재계약 조건, 위탁관리수수료 액수 등 의문사항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내용의 1차 공개질의서를 작성한 후 동 엘리베이터 출입구 옆에 설치된 게시판에 게시했으나 대표회의는 다음 날 C사에 지시해 공개질의서를 철거했다.
이에 입주민 B씨는 같은 날 대표회의와 C사가 공개질의서를 임의로 철거한 것은 관리규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내용을 추가한 2차 공개질의서를 게시판에 다시 게시, 대표회의는 다음 날 2차 공개질의서를 다시 철거하고 B씨에게 공개질의서는 관련 법령 및 관리규약에서 정한 관리주체 동의기준을 위반한 게시물이므로 관리주체에 통보해 철거했다는 사실을 통지했다.
지난 8월 B씨는 이 아파트와 다른 아파트의 관리비를 비교·분석한 ‘아파트 관리비 비교자료’를 게시판에 게시했으나 대표회의는 비교자료가 관리주체 동의기준을 위반해 자진 철거하라는 통보문을 보낸 후 비교자료를 철거, B씨가 비교자료 철거가 B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는 내용을 추가로 기재한 2차 비교자료를 다시 게시했으나 대표회의는 이를 철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파트 입주자 등은 소유권 또는 임차권에 기초해 각자의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을 사용· 수익할 권리를 가진다”며 “관련 법령이나 관리규약에 따른 개개인의 사용· 수익권 제한은 입주자 등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어 권리 제한은 가급적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돼야 하고 공동 이익 추구라는 명목으로 사용· 수익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공동주택에 광고물· 표지물 또는 표지를 부착하는 행위’를 관리주체의 동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 아파트 관리규약은 이에 따른 관리주체의 세부적 동의기준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 아파트 입주자 등은 원칙적으로 공용부분 게시판 등에 정보 제공, 의견 개진 등을 위한 게시물을 게시할 권리가 있어 피고 대표회의 등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규정 부분을 넘어서 입주자 등의 게시물 게시행위 등을 제한하는 것은 입주자 등의 기본권, 특히 표현의 자유를 법률 근거 없이 제한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 대표회의의 공적 업무수행에 관한 질의사항이 기재되거나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된 이 사건 각 게시물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서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게시물 내용이 입주자들 사이에 의견대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게시행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면 이는 사실상 사전 검열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들은 원고 B씨가 이 사건 게시물을 게시할 경우 이를 철거하지 않고 용인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들은 게시물의 철거는 피고 대표회의가 동대표 의견을 취합해 결정· 지시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주장하나 피고 대표회의가 법률 근거 없이 입주자 등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입주자 등의 사용· 수익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입주민 B씨는 게시물을 게시판에 게시할 권리가 있고 피고들은 게시글을 게시일로부터 2주간 원고 B씨의 사전 동의 없이 철거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므로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 B씨에게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B씨의 청구는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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