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㉗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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㉗ 냉이
“봄색시,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새해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어느 틈에 입춘이 지나버렸습니다. 벌써 제주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꽃소식이 전해오는군요. 간간히 눈이 내리기도하고 날씨가 아직은 쌀쌀하지만 봄이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늘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째 봄 이전의 계절인 겨울을 악당처럼 취급하게 되는군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겨울이 싫어서라기보다 봄이 많은 생명을 자라나게 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물은 직간접적으로 식물이 만든 영양을 이용하기 때문에 식물이 새로 싹을 틔우는 봄은 아주 중요한 계절이기도 합니다. 요즘 같이 재배시설과 저장 시설이 잘 발달한 시기에는 사시사철 싱싱한 식물을 섭취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봄나물이야 말로 겨우내 부족했던 식물 영양소를 채워주는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봄나물 중 으뜸인 냉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냉이가 속해 있는 십자화과의 식물은 대체적으로 독성을 지니지 않아 나물로 인기가 좋고 배추, 무, 브로콜리 등의 많은 채소로 개량되어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식물자원입니다. 냉이가 이른 봄나물로 인기를 차지한 이유 중에 하나는 독특한 생명주기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해살이인 냉이는 해넘이한해살이식물이기도 합니다. 해넘이식물은 가을에 싹을 틔워 로제트(방석잎)로 겨울을 난 후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이른 시기 들판을 채우는데 아주 유리한 방식입니다. 봄철 들판에서 냉이를 일찍 만날 수 있는 이유죠.
이르게 꽃이 핀 냉이에게서 떨어진 씨앗은 싹을 틔우고 계절을 이어가다 가을에 해넘이를 위한 씨앗을 퍼트립니다. 환경만 좋다면 1년에 3세대까지도 번식을 한다고 합니다. 또한 냉이는 경작지를 중심으로 자라는 덕분에 다른 나물에 비해 채집이 수월한 편입니다. 비타민 B1과 C가 풍부해 겨우내 부족할 수 있는 영양을 채워주는데 제격입니다.
요즘은 냉이를 재배하는 농가가 생겨나 1년 내내 냉이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냉이의 종류는 다양한 편인데, 모두 식용은 가능하지만 주로 먹기 좋은 냉이와 황새냉이를 이용합니다. 노란 꽃이 피는 꽃다지는 냉이와 서식지를 함께하지만 나물로는 거의 이용되지 않습니다. 으뜸의 나물이었던 냉이는 그 이름의 유래 자체가 나물에서 변형된 말입니다. 즉 냉이라는 말 자체가 나물과 같은 뜻인 셈입니다. 지역에 따라 남새, 나생이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 연예인 부부의 청혼에 냉이 꽃이 쓰이면서 다른 의미로도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먹는 식재료였던 냉이가 청혼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꽃말에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봄색시,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활용성과 하트 모양의 열매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꽃말입니다. 다가오는 봄, 식탁에 향긋함으로 가득한 냉이 요리로 맞이한다면 더욱 건강한 봄이 될 것입니다.
#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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