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㉙ 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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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의 발달로 내 나라 뿐 아니라, 지구의 전 곳을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과 한세기 전만 해도 마을 이외의 지역을 나가보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고 하니 세상은 참 좁아졌습니다. 오래전 아주 넓은 세상이었지만, 세계 곳곳을 누빈 식물, 별꽃(Stellaria media (Linne) Villars)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아, 어쩌면 이 녀석은 하늘에서 내린 별이어서 지구 곳곳에 분포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쇠별꽃의 우리 이름은 잣나물
번루(蘩蔞)라는 한방명은 별꽃과 쇠별꽃을 구분하지 않는 이름이지만, 일본에서는 쇠별꽃을 우번루(牛繁婁, 우시하꼬배)라고 불러 쇠별꽃과 별꽃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쇠별꽃 우리식 이름은 닭의십가비, 혹은 잣나물이었다는군요. 쇠별꽃에 비해 별꽃이 드물게 보이는 편이고 과거 둘을 구분하지 않았기에 쇠별꽃의 이름은 별꽃의 이름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식물의 우리 이름을 되살리고자 쇠별꽃의 이름이 잣나물이 된다면 별꽃은 어떤 이름을 가지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하더라도, 학명의 스테라리아(Stellaria)가 별을 의미하는 말이니 그냥 별꽃이라 불려도 불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쇠별꽃 암술머리 5개, 별꽃은 3개
보통 식물은 산수공부하기 참 좋습니다.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이 대체적으로 배수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쇠별꽃의 꽃잎은 깊게 갈라져 열장으로 보이는 다섯장의 꽃잎, 그리고 다섯 개의 암술머리, 열 개의 수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참 명확하죠? 하지만 별꽃은 이 규칙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별꽃과 쇠별꽃의 구분점이 암술머리 개수에 있는데, 별꽃은 암술머리가 세 개로 식물 산수의 규칙을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꽃잎의 경우도 조금 이상합니다. 다섯 개의 꽃잎을 더 많게 보이기 위해 깊게 갈라져 열 개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갈래꽃이 통꽃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어 이것 역시 식물의 진화 규칙과 동떨어져 있네요. 뭐, 결국 비밀은 별꽃만 알고 있으려나요?
별꽃은 꽃피는 시기가 짧고, 크기도 아주 작아
덩치도 크고 꽃피는 시기가 긴 쇠별꽃에 비해 별꽃은 크기도 작은 편이고 꽃피는 시기가 아주 짧습니다. 꽃 피는 시기가 3~4월이지만 조건만 나쁘지 않다면 겨울에도 화단에 핀 별꽃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꽃이 작아 눈이라도 조금 내려버리면 꽃인지 눈인지 알 수 없게 되버리는 것이 흠이겠네요. 그 이전에 잡초로 취급 받는 이 녀석이 화단에서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요? 흔한데도 여러모로 보기 어려운 꽃입니다. 과거에는 쑥, 냉이와 더불어 나물로 먹기도 했다지만, 맛이 덜한 탓인지 요즘에는 식용으로도 잘 이용되지 않습니다. 물론 TV에서 별꽃의 엄청난 효능(?)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멸종의 위기에 빠질테지만 말입니다.
부지런한 별꽃이 봄을 먼저 알려
숲이 우거지기전에 꽃을 빨리 피워야하는 산속의 바람꽃 종류와 노루귀, 복수초 같은 식물과 달리 들판에 자라는 식물은 그리 급히 꽃을 피워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일찍 꽃이 피면 냉해를 입을 위험도 있고 도움 곤충을 만나지 못하면 난감해질테니까요. 그런면에서 별꽃은 아주 부지런한 꽃입니다. 이름 때문에 봄맞이나 꽃마리가 들판의 봄을 알리는 꽃 같지만, 오히려 들녘의 봄을 알리는 꽃은 작은 별꽃이 아닐까 싶네요. 이미 집 앞에 별꽃이 피어 있음에도 올해의 첫 꽃을 찾는다고 숲을 헤멨던 하루를 반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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