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㉟ 옹달샘과 물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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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숲도 다 필요한 물장군! 옹달샘을 지켜주세요.
“쌤! 이거 경찰서에 신고하면 개발 안될 수도 있대요. 우리 경찰서에 신고해요.”
아이들이 발견한 것은 ‘물장군’. 이곳에서 종종 발견되는 놈인데 아마도 어린 새끼인 듯, 이름만큼 장군스럽지 않고 작으마하다. 아이들과 함께 즉시 검색에 나섰다.
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 물장군
‘물장군은 몸길이 5~7센티미터로 노린재류 가운데 가장 큰 곤충. 한국, 일본, 중국, 극동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에 분포함. 물 밖에서 알을 낳고 척추동물인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는 포식성이 강한 특이한 곤충. 수면 밖으로 자란 나뭇가지나 식물 줄기에 암컷이 알을 낳으면 깰 때까지는 수컷이 돌보는, 부성애가 지극한 곤충. 수컷은 물 밖에 낳은 알에 주기적으로 물을 적셔준다. 이렇게 수분을 공급해주지 않은 알은 대부분 깨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임을 확인한다.
“야~ 멸종위기종이래. 물장군이야”라며, 물장군을 들고 있는 아이는 호들갑을 떤다.
아이들이 몰려오고 그 중에 한 명이 던진 말이다.
‘가뭄극복 프로젝트’
전국적으로 가뭄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천수답인 우리 열두달 어린이 농부학교의 논 사정도 마찬가지다. 논 바닥이 말라 쩍쩍 갈라져 있고, 못자리엔 물이 말라 모가 자라지 않고 타들어가기 직전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못자리에 물을 길어 나르기로 했다. 일명, ‘가뭄극복 프로젝트’.
아이들은 조루, 페트병, 물동이 등등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들고 숲 입구 옹달샘으로 갔다. 그리고 긴 장대에 물동이를 메달고 “으샤으샤” 하며 물을 나른다. 긴 장대에 아이들은 페트병에 끈을 달아 물을 가득 채우고 더 많이 나르려고 주렁주렁 매단다. 급한 녀석들은 그냥 하나씩 물을 담고 뛴다. 뉴스로만 듣던 가뭄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실감하는 날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천수답인 우리 논은 모내기를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개울에 물이 말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놀이 흙놀이를 못하게 된 것도 못내 아쉽다. 그래서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모라도 지키려 못자리에 물을 길어 나르게 된 것이다.
해타굴 옹달샘
아이들이 물을 길어 나르는 옹달샘은 큰 숲으로 가는 입구에 있다.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냥 그 자리에 있었던 옹달샘. 그 옹달샘에서 황금 닭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뽀글뽀글 물이 뿜어 올라오는 데 그 힘이 엄청 쎘다고 한다. 사실 옛날 같으면 굳이 비가 오지 않아도 옹달샘 물만으로도 논 농사는 가능했다. 일 년 열두 달 마르지 않고 얼지 않아 겨우내 산짐승이나 날짐승 그리고 이렇게 수서생물들을 살렸다. 또 오랜 세월 주변 농부들에게 목을 축여주었고, 농사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해타굴의 논 농사는 옹달샘과 더불어 이루어진다. 4월 모짜리 만들기부터 아이들은 옹달샘에서부터 흘러나온 해타굴 개울을 지나 논으로 흘러들어오는 물로 놀이가 시작된다.
5월 물을 가두어 둔 논은 ‘즐거운 흙놀이터’가 된다. 모두가 흙강아지가 되어 논다. 이땐 아이들도 물장군도 장구애비도 땅강아지도 옆새우도 쌀미꾸리도 개구리도 거머리도 다 하나다. 옹달샘이 주는 생명의 움직임이다. 그리고 6월 평탄작업과 써래질을 하고 모내기를 한다. 물을 가두고 있는 논에는 아주 많은 생명들이 깃든다. 10월 가을 추수가 지나고 빈 논엔 또다시 물이 채워진다. 깊은 겨울 얼음이 얼면 아이들은 또다시 논 놀이터에서 즐겁다. 얼음썰매를 타며... 그리고 갯버들이 꽃을 피우면서 또다시 봄이 시작되고, 또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난다.
서울문산간 고속도로로 숲이 없어지면 옹달샘도 말라.
그런 옹달샘이 점점 마르기 시작한 것은 숲에 나무가 없어지면서부터다. 개인소유지로 있는 밤나무 숲이 허물어지면서부터 차츰차츰 물이 줄기 시작했다. 또 기후변화와 가뭄 등이 원인인듯 싶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옹달샘에서 몇 미터 안되는 곳에는 서울문산간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길이라 나무가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폴리텍대학이 들어서는 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자연에겐 여러모로 힘겨운 부딪힘이 계속되고 있다.
이 너머로 서울 문산간 고속도로가 지나갈 것이고 그러면 이 옹달샘도 마를 것이고, 우리가 사계절 담아왔던 아름다운 숲도 못 볼 것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 숲이 없어지고 옹달샘이 없어진다니 아이들의 상실감이 컸나보다.
물장군 하나로 개발을 막을 수 없을까 하는 희망을 내세우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
어쨌거나, 옹달샘이 기후변화와 개발로 인해 마르고 있고, 그와 더불어 많은 생명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안타깝다.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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