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역사교실 제2부 ㉑ 600년 역사, 파주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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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서산 정상 부근에서 파주 읍내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왼쪽으로 파주 향교가 있다. 향교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지방에 둔 공립학교이다. 향교에 대해 살펴보자.
원평군에 향교가 설치되다
조선이 건국될 당시 파주 일대는 서원현과 파평현으로 나뉘어 있었다. 서원현은 고구려 때 술이홀, 신라 통일 후 봉성, 고려 시대에 임진 또는 서원으로 불린 곳이다. 대략 문산과 파주, 광탄, 법원 일대로 여겨진다. 고구려 때 파해평사로 불리던 파평현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붙인 명칭으로서, 대략 파평과 적성 일대로 여겨진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개국한 뒤 즉위 교서에서 다음과 같이 반포하였다.
“과거 시험은 문과와 무과를 모두 치를 것이고, 중앙에는 국학(國學)을, 지방에는 향교(鄕校)에 생도를 더 두어 교육함으로써 인재를 기를 것이다.”
이성계의 즉위 교서에 따라 고려시대부터 있어 온 향교가 정비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태조 7년(1398)에 서원과 파평이 합쳐져 원평군이 됨에 따라 치소 또한 성산(봉서산) 아래에 자리를 잡고 향교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원평군은 원평부로 승격했다가 세조 5년(1459) 정희왕후(자성왕비)의 고향이라고 하여 파주목으로 또 다시 승격하게 된다.
향교의 소실과 복구가 거듭되다
파주 향교는 조선 초기에 건립된 이래로 여러 차례 복구와 보수가 이루어졌다. 임진왜란 때 전란으로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인조 8년(1644)에 복구되었다. 일설에는 현종 1년(1660)에 사액되어 돈암서원으로 개칭되었고, 고종 7년(1870)에 홍수로 파괴되었다고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현대에 들어와 6·25 전쟁 때 대성정, 내·외삼문, 동재를 제외한 건물이 모두 소실되었다. 그 후 명륜당과 서재를 재건하고 대성전을 단청하는 여러 차례에 걸쳐 보수가 이루어졌다. 현재는 동·서무가 복원되지 못한 채 대성전, 명륜당 동·서재, 내·외삼문, 교직사 등이 유지 및 보존되고 있다(2009, 파주시지 5~6쪽).
명륜당에서 유학 교육이 실시되다
성균관이 도성에서 핵심 교육 기관이라면, 향교는 지방 교육의 중추 기관이다. 따라서 지방의 향교는 기본적으로 성균관의 재실, 명륜당, 대성전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향교에 이르러 첫 문(외삼문)을 열고 들어가면 좌우로 동재와 서재가 있는데, 학생들이 기숙하고 머무는 곳이다. 향교에는 양반의 자제뿐 아니라 서민의 자제도 입학할 수 있었는데, 대체로 동재에는 양반의 자제들이, 서재에는 서민의 자제들이 기숙하였다. 머무는 공간을 분리함으로써 학생들의 신분적 차이를 명확히 한 것이다.
동재와 서재 사이에 명륜당이 있다. 명륜당은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배우는 강학 공간이다. 공부할 때는 차별을 두지 않고 명륜당 한 곳으로 모이게 하였다. 공부하는 내용은 유학이었다.
봄 가을 25위 명현에 제향을 지낸다
명륜당 뒤쪽에 있는 문(내삼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성전을 마주하게 된다. 대성전은 공자를 비롯하여 중국의 안자, 증자, 자사, 맹자 등 5성현의 위패를 모셔 두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그리고 대성전 앞 좌우로 동무와 서무를 설치하여 송나라 때의 유학자 정호와 주희, 우리나라의 동국 18현의 위패를 봉안하게 된다. 파주 향교에는 동무와 서무가 없기 때문에, 대성전 안에 중국과 우리나라의 유교 명현 25위가 한꺼번에 봉안되어 있다. 봄과 가을로 유교 명현에 대한 제향이 이루어진다.
※동국 18현: 설총, 최치원, 안향,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
향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파주에는 6·25 전쟁 때 불타서 복원되지 않은 장단향교를 비롯하여 파주향교, 적성향교, 교하향교 등 4개가 있다. 우리나라 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향교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파주가 그만큼 넓은 지역에 걸쳐 자리를 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사만 지낼 뿐 향교의 활용도가 매우 낮다. 안내하는 사람도 없고 문이 닫혀 있는 때가 많다. 교육 공간으로서의 향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예절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진부하다. 인문학적 담론을 이야기하는 토론장,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 미술품을 전시하는 전시장, 동식물을 관찰하는 생태 학습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더구나 파주 향교의 뜰 안에는 오래된 향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가 다섯 그루나 된다. 봄에 물이 오를 때나 가을에 단풍이 들 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런 자원을 활용하면 좀 더 생기 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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