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세상과 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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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 사이
4월 12일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경찰국 소속 백인 경찰관이 무단횡단을 한 20대 흑인 청년을 땅에 메다꽂고 주먹으로 마구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당사자인 케인이 무자비한 폭행을 당할 만큼의 이유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이 사건 전,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더 늦은 항공편으로 갈아탈 지원자를 찾다가 없자, 강제로 네 명을 지명하였다.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이들 중, 베트남계 미국인 다오 박사가 끝까지 거부하자 항공국 소속 보안요원을 불러 강제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다오 박사는 코뼈가 부러질 정도의 심한 부상을 입었으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이성이 가장 발달되었다는 21세기에, 그것도 인간의 몸을 폭력적으로 착취하지 않고도 지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국가가 되었다고 믿는, 민주주의라는 순백의 도시와 테러리스트, 독재자, 야만인, 그리고 그 밖의 여러 문명의 적들 사이에 버티고 선 외로운 투사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미국에서 이런 인종차별적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세상과 나 사이>에서는 아버지인 작가가 자신이 겪었던 인종차별적 행위를 열다섯 살 아들에게 담담히 들려주고 있다. 미국에서 까만 몸으로 산다는 게 죽음의 공포를 느낄 만큼의 두려움인지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나 역시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이렇게 심한 줄 이 책을 읽고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불과 2-3년 전, 무허가로 개비 담배를 팔고 있다고 의심을 받던 마흔셋의 에릭 가너가 경찰에 의해 목이 졸려 죽었고, 새벽 시간에 자동차 충돌 사고를 내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동네 주민의 문을 두드렸다가 집 주인의 총에 맞아 사망한 레니샤 맥브라이드 등,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하고 목숨을 잃어야 했다.
지금 내 몸은 한 치의 부당함 없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을까? 나와 세상 사이에 세워진 단단한 벽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장경선 동화작가
#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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