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건 너 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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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의 노동운동가로서의 생활, 아내가 오랜 병 치료를 받게 된 최근 7년 동안의 현장노동생활, 자신의 작품 활동, 자신의 생에서 만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거의 실명으로 실제보고서나 다름없이 기록하였다. 현장생활을 하면서 도저히 작품을 쓸 수 없어서, 주변의 도움을 받으려 애쓰는 이야기. ‘한 달에 백만원만 주는 사람이 있다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글을 쓰겠다’는 절박한 심정도 고백한다. 작품 중 ‘그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소설을 쓰게 된 경위도 밝히고 있다.
이 작품에는 정태춘과의 첫 만남에 대하여, 정태춘의 사라짐과 그 이유를 찾아 나가는 도정에 관해, 정태춘이 오랜 은둔을 깨고 광화문 제3차 촛불집회에 나와서 노래를 한 것에 대한 기록이 있다. 열혈투사 정태춘이 왜 잠적했는지에 대하여서는 책 끝부분에 정태춘의 말로 소개하고 있다. “내 입술이 붙어 버린 건 절망했기 때문이야. 더 이상 사람들이 현실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절망, 더 이상 내 노래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절망 말이야. 들으려 하지 않는 노래는 부르지도 않을 거라고 다짐했고, 들려주고 싶지도 않았어. 들으려 하지 않는 노래를 왜 부르려 하나... 그 상실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
지난 2016년 3차 촛불집회에서 정태춘이 나온 사실을 소개하며 저자는, 그날 정태춘이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고, 촛불집회를 위한 그의 생각, 그가 언급한 내용, 그리고 새로운 노래말 몇 줄을 소개하고 있다.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한 작가가 세월을 건너 온 이야기. 그 찬찬한 기록. 작금에 읽어보면 가만 눈 감게 되는 지나간 시간, 그러나 오늘을 있게 한, 그 시간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박연철/변호사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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