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획] 우리는 놀이, 터로 간다 (3) 우리 아이들이 더하고 빼는 곳... [놀이, 터]
수정 : 0000-00-00 00:00:00
붉은 닭 새해를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세 가지 소원을 말했다.
첫째는 만점 왕이 되는 것, 둘째는 단짝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것, 셋째는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잘 먹어 크고 잘 자라길 바란다고…. 그러자 큰 애는 빵점 왕이 되고, 혼자서도 잘 놀고, 좋아하는 단 것만 먹을 거라고 아주 청개구리표 답변을 했고, 작은 애는 백점 왕이 되고, 친구들과 매일 실컷 놀 것이며, 잘 먹고 잘 싸고 잘 크겠노라 다짐을 했다. 그리고 막내는 아직 말을 못 하므로 함박 웃어주는 것으로 패스.
과연 우리 아이들의 인생이라는 시험지위에 매겨진 동그라미표와 짝대기표는 평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을까? 의식있는 부모와 교육 정책 담당자들은 학벌위주의 경쟁으로 아이들의 노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모두가 학원으로가는) 현재의 교육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이제는 공유 놀이터로 가자고 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놀이는 ‘개인이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도모하는 활동’이라고 한다. 놀이는 온갖 가능성을 실험하고 자기 능력을 시험해 한계에 다가가고 경험을 모으는 일이며, 어떤 지시도 받지 않고 교사나 감시자 없이 배우는 공부이다. 아이들만 노는 것이 아닌 강아지나 고양이도 놀고, 예술가, 과학자, 발명가를 비롯해 창조적 활동을 하는 어른들도 논다.
어른들은 놀 공간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 하기 때문에 놀이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돈을 주고 사는 체험식 사유화 놀이터에 아이들을 보내 방임 방만할 것인가?
엄마들의 놀이터
놀이란 무엇일까? 학습인가, 훈련인가, 일인가, 아니면 휴식인가? 재미없는 놀이는 일이고, 재미있는 일은 놀이다. 더 이상 놀지 않는다면 그 때는 마음이 병들고 인간으로서는 성장을 멈추고 늙어가는 때이다.
운정신도시 가람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가까운 도서관을 자주 갈 수 있게 되었고, 그곳은 아주 멋진 엄마들의 놀이터였다. 해솔 도서관 - 물푸레 도서관 - 교하 도서관 - 중앙 도서관- 한톨 도서관 - 문산 도서관 -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 - 평화를 품은 집 등에는 굉장한 서가는 물론 갤러리와 공연장, 매점, 주변 산책로와 맛 집 등이 조성되어 있다. 오고 가면서 더불어 저자와의 만남, 출판사 편집자와의 만남,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주로 그림책에 관련된 공주(공부하는 주부)가 되었다.
대개 아이들을 원이나 학교로 보낸 9시에서 2시(~4시)를 알차게 보내려는 의지가 강하다. 추구하는 건 역시 아이들 육아•교육에 관련된 것이 많아 엄마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
함께 하는 공감놀이터
초등학교 교사 친구에게 아이들 미래교육에 대해 물으면 한숨을 쉬며 ‘요즘 공부는 엄마들이 시키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안전만 지키면 된다’고 한다. 자기 안전은 자기가 책임지게 하면서 정작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지 못하는 기사를 접하게 될 때면 서로 역할이 바뀐 것은 아닌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이들 놀이는 시간과 공간과 친구 사이에 존재한다. 2시에 유치원을 마치면 학원가는 시간과 학습지하는 시간을 빼고 시간이 되는 친구들끼리 모인다. 주말엔 가족과 특히 아빠랑 놀아야 하기 때문에 5일 동안 매일 돌아가면서 다른 친구네 집에 놀러가 4시까지 논다. 친구엄마들이 뭔가 배우러 다니거나 집안일을 하다가 늦으면 늦는 데로 육아공동체가 되어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돌봐준다. 그 친구네 집에는 우리 집에는 없는 장난감이 많다. 새롭고 신기하게도 꼭 그렇다.
또는 놀이터에 나가면 비슷한 또래의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속에서 같은 놀이를 원하는 친구이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공공의 놀이터에서 공유하며 놀 수가 있다. 집에 가는 길에 집 앞에 있는 오렌지 놀이터에서 우리 아이들과 친구들이 그네를 타며 놀았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면 제일 먼저 차지하려고 하는 것은 역시 그네다.
그네는 매달려 흔들리는 원초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공상에 잠기게도 하지만 힘으로 움직여 공격성을 해소하는 방식을 취하며 그네의 높이가 높을수록 놀이가치가 커진다. 혼자서 타면서 차례를 기다리고 그러다 지치자 둘이 같이 바이킹을 만들어 탔다. 아직 흔들기가 미숙한 아이들을 위해 엄마는 처음 조금 밀어주기만 거들어주었다. 조금 더 세차게 힘껏 밀어주었더니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다며 더 신나한다. 혼자 놀 때보다 여럿이 같이 놀 때 더 즐거워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하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곱하기도 하고 나누기도 잘 하는 [놀이, 터]가 많아지길 엄마들은 바라고 또 바란다.
같이 읽어보아요 [놀이터 생각] 귄터 벨치히, 옮긴이 엄양선. 베버 남순, 소나무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편해문 글 .사진/ 소나무 |
#59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