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25) 목욕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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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재계
으슬으슬 추워진 날씨. 뜨거운 탕에 몸을 녹이자며 엄마와 금촌에 갔다. 계산을 하고 옷장 키를 받으려고 하는데, 엄마가 외쳤다. “홀수 번호로 주세요!” ...홀수 번호를 좋아하시나? 하고서 목욕탕에 들어가니 놀랍게도 목욕탕 옷장의 윗칸은 모두 홀수고 아래칸은 짝수였다. (허리나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님들은 아래칸 보다는 윗칸을 선호하신다.) 모임에서 주로 목욕탕을 다니시면서 터득하신 엄마만의 귀여운 노하우였다.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가 누워있노라니 세상 남 부러울 게 없었다. 세신(때밀이)을 받기로 결심하고 열쇠 줄에 2만원을 끼워 대기줄에 놓아두었다. 곧 세신을 받을것이지마는 왠지 부끄럽기도 해서 혼자 열심히 때를 밀고 있을 무렵, 157번을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난가? 난가?! 헛 나다. 쭈볏쭈볏하며 매트 위로 올라가 얌전한 고양이 마냥 쥐죽은 형태로 세신사님의 손길을 기다렸다. 때 미는 강도는 아프기 직전의 시원함이였다.
갑자기 톡톡 하고 가볍게 두번 몸을 누르는 신호가 느껴졌다. “뒤집으세요~” 어리버리하게 뒤뚱뒤뚱 몸을 뒤집고 또 옆으로 눕고 앞으로 눕고를 한바퀴 반복했다. 전신을 깨끗하게 해주시더니 곧 “올라가도 될까요?” 헉... 어깨며 등 여기 저기를 살짝 밟아주셨다. 말은 못드렸지만 너무나 시원했습니다(눈물).
온몸을 맡긴 결과 반질반질하고 말랑말랑한 몸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었다. 탕을 나와 마시는 탄산음료의 맛도 일품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세상 만사가 다 아름다워보이는 형용할 수 없는 개운함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래서 목욕재계라는 말이 존재하나보다.
(김유진, amel)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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