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26) 결국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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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람인지라 1년에 두어번은 폭발을 한다. 그럴 때는 법륜 스님의 가르침이나 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다운 생각도 다 먼 이야기다. 허허허 웃고 다녀도 화내면 몹시 무서운 사람이란 말이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또, 불같이 화를 내고 또, 있는 힘껏 짜증을 내다보면 어느 순간 방전이 되면서... 아 내가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땐 이미 늦은 시점이다. 느즈막한 후회와 허탈감이 온몸을 급습하고 어찌 수습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특히나 나의 온갖 화를 다 받아낸 상대방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순도 100프로로 화를 내고 나면 가슴 한 구석에 작고 강한 후련함이 있다. 그것은 온탕에 들어가서 아이 시원해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아이러니한 기분이다. 대학 때 친구들이 한글꼴을 연구하는 동아리에서 욕의 순기능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욕을 하는 것이 일종의 정신적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고 화를 내보내는 기능을 한다는 거였다. 물론 정말x정말로 욕은 좋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매순간 스트레스와 싸워 이겨야만하는 사람들이 화를 쌓기만 하고 풀지 못한다면 건강상에 이상이 생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일년에 두어번은 시원하게 화를 내는 것이 마음의 병을 얻지 않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화 예찬론은 아니지만)
변화와 통일과 균형... 세가지 덕목은 미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프랑스 그림작가 장자크 상빼는 수많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책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
균형이 늘 어려운 문제다. 나와 남 사이에서의 균형, 이해와 오해 사이에서의 균형, 소망과 절망 사이에서의 균형,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균형... 속 시원하게 화를 내고도 자괴감으로 무너진다면 혹은 분노한 질량 보다 후회의 질량이 더 무거울거라면 우리는 보다 균형감 있게 생활해야하지 않을까. 때론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는 미덕을 실천하면서... 그래서 알고보면 행복한 ‘바보 이반’으로 살고싶다.
(김유진, amel)
#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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