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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53) 파주시청소노동자비상대책위원장 권성식

입력 : 2017-02-22 13: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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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믿어줘, 아빠가 이긴다.”



 

이번호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은 파주시의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파주시청소노동자비상대책위원장’ 권성식(47세, 금촌)씨이다.

파주시의 무리한 민간위탁이라는 시행정으로 ‘난데없이 해고자’가 될 위기에 처한 노동자이다. 그는 처자가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파주시는 민간위탁이란 이름으로 청소노동자, 다시 말해 한 파주시민의 가정을 위기에 내몰고 있다.

 

난데없는 해고통지, 이상한 민간위탁

파주시는 작년부터 16년간 청소업무를 맡아온 파주시설관리공단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100% 민간위탁을 추진했다. 특히 작년 9월부터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으나(대책위 의견), 그 때 노동조합이 적극 대응을 하지 않자(파주시 시설관리공단에는 5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강행하는 기류가 된 것이라 추정된다.

168명의 공단 청소노동자 가운데 민영화에 찬성한 절반이 사직서를 내고 3개의 민간업체로 재취업했다. 남은 83명중 18명이 나간후 65명(환경미화원 31명)이 3월 12일자로 해고예고 통지를 받았다. 파주시는 모두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파주시는 2억이 넘는 청소장비를 대여해주면서까지 위탁공고를 내는가하면, 모과장의 배우자가 공모 신청을 해서 ‘이상한’ 민간위탁이라는 논란이 끝이지 않고 있다.


▲ 천막 농성장 안에서 대책위노동자들과 함께 파이팅!

 

민간위탁 추진 팀장 뇌물수수 체포

급기야 2월 15일에 시설관리공단 이 모(55·행정 4급) 씨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고 공단 사무실도 압수수색 당했다. 이씨는 시설관리공단에서 공단 소속 운전기사와 환경미화원들을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지난달 민원인에게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작년 3월, 시설관리공단은 수의계약으로 ‘청소차 헐값 매각하여 날아간 억대 혈세’(2016년 3월 15일 기호일보 보도)라는 지탄을 받은 바있다. 청소차량 28대를 민간업체에 총 3억9천300만 원을 받고 수의계약으로 매각한 것. 공매과정을 거쳤다면 보통 감정평가액의 130%의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는 것을 생략하여 특정업체를 밀어주는 편법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 구제역파동 당시 살처분 매립지 지원을 나갔다.

 

임우영 공단이사장의 이상한 셈법

이 모든 것이 임우영씨가 시설관리공단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부터이다. 임우영씨는 이재홍시장이 임명한 대표적인 보은인사로 이사장이 되었다.

2016년 6월부터 청소미화원들의 월급이 많게는 100만원 가량 줄어들었다. 예산절감을 내세운 임우영 이사장이 근무시간을 조정한 것이다. 토요일 근무를 없애서 60만원 줄고, 새벽 4~6시 근무를 없애버려서 30여만원이 줄어들었다. 당시 노조와 협의를 요구했으나, 시간외 수당이므로 협의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강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적정인원보다 20여명이 적은 인원으로 일하도록 방치하였다. 이런 조건을 무시한 채 공단 담당지역에서는 청소서비스 민원이 많고, 민간위탁 청소업체에는 민원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적정 인원 73명, 실제로는 47명만 제대로 고용’ 「파주에서」 54호 2016년 12월 7일자 보도).

 
공단은 민간위탁, 파주시는 ‘나몰라라’

권성식 위원장이 말했다. “공단 간부란 분들이 고용 해지에 놓여있는 직원들의 생계는 고민하지 않고, 민간업체를 차리겠다고 직원들을 회유하고 다니고 있으니 공단이 제대로 운영이 되겠습니까?”

더구나 파주시청 환경시설과는 공단 환경미화원은 시청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해지에 대하여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것저것 부려 먹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는 나몰라라 하는가? 편법으로 공단 환경미화원을 내몰면서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의회에 보고하고 답변하는 당신들을 보면서 정말 나쁜 인간들이란 생각이 든다.” 해고통지를 받고 막바지에 다른 대책위 노동자가 하는 말이다.

파주시 시설환경과는 민간위탁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작년 12월 A청소용역업체가 청소근로자에게 100% 지급되어야 하는 직접노무비의 일부를 부당하게 수령해왔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직접노무비 지급 조항 위반으로 계약 해지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런데도, 100% 민간위탁이 서비스 개선방안이라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 일일호프 수익금으로 리더스클럽, 라온 태권도 원생들, 참사랑교회와 함께한 연탄배달 봉사

  

킥복싱, 행정실, 경호업무를 하다가…

고2로 올라가는 딸을 둔 권성식 위원장은 시청 인근에 살고 있었다. 그는 고양동에 살던 부인과 결혼해서 파주로 이사왔다.

어렸을 때부터 킥복싱 운동을 해왔던 권성식 위원장은 몸매가 다부졌다. 그래서인지 그의 목소리도 힘이 넘친다. 형들이 모두 공무원이어서 시험을 봤다. 합격하여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다가 적성에 안맞아 나오고, 경호업무를 했다. 대통령 친조카는 경호가 붙는데, 처조카는 안붙으니 사설 경호 업무를 한 셈이다.

대통령이 바뀌어 경호 업무도 끝나고, 결혼을 했다. 고양시 KTX 차량 지지단에 입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처형이 “파주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사람 모집한다”면서 “차로 인부들을 실어다 주기만하면 되니까 시험이나 봐보라”고 강권을 했다. 시험은 50m 달리기, 턱걸이, 오래 들고 서있기. 운동을 한 몸이니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고생을 시켰으면 우리 생계를 흔들지는 말아야죠.”

출근 첫날 눈 치우러 나갔다. “다음 날 310번 도로로 나갔더니 둑방쓰레기를 치운다는 거예요.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그 날 집에 가서 니 오빠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뭐냐라며 그만 두려 했는데... 부인이 1달만 다니라고 해서 그냥 다니다보니 벌써 12년이 되었네요.”

구제역때는 1달 반동안이나 살처분 매립지에 지원 나갔다. 구제역때 미화원이 없었다면 처리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주로 방역보초에 있었고, 살처분 매립지에서는 돼지 몰고, 소 끌어내는 일을 우리가 했어요. 두 다리가 돼지머리에 받쳐 다 멍들었어요.”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시민들이 고생한다 고맙다는 소리를 하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만일 제가 사기업에 있었다면 그런 말을 들을 일 없었겠지요.”

이렇게 시민 말 한마디에 자부심을 갖던, 딸 하나 둔 평범한 아빠였던 권성식씨가 어느새, 파주시와 싸우는 ‘파주시청소노동자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었다.


▲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동호회 활동도 열심이다.

 

“아빠를 믿고 기다려줘”

그런 그가 딸에게 한마디 했다. “믿어달라. 아빠를 믿고 기다려주면, 정의는 살아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수당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가정을 지키는 가장이 되고 싶습니다. 해고라는 편법, 불법 조치이기에 싸우는 겁니다. 시에서 쥐고 있어야 하는 공공서비스를 모두 넘겨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산 홍수 때도 지금 여기 있는 환경미화원들이 나서서 일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 우리 생계를 흔들지는 말아야죠.”

올 1월 3일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민간위탁에서 국회 정규직으로 직고용되었다. 정세균 의장이 “공공기관 비정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무색하다. 거꾸로 가는 파주시. 시민들은 우리 이웃이 거리로 내쫓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동호회 활동도 하고, 리더스클럽에서 일일호프 수익금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건강한 이웃이었던 권성식씨. 그가 축구도 하고, 연탄배달 봉사도 하는 가장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임현주 기자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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