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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54) 꾸룩새연구소 소장 정다미

입력 : 2017-03-08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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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파랑새를 찾아보세요’



 

꾸룩새연구소 소장 정다미(91년생. 이화여대 대학원 재학중)는 파주의 자랑이다. 파주의 자연과 파주 사람들이 키운 조류학자. 조류학자라고만 명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지금 죽어도 아쉬움이 없다는 그는 정말 열심히 살아온 열정맨이다. 그가 살아온 과정이 이 시대 교육을 돌아보게 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로 모신다.

 

꾸룩새연구소는 새 사랑 둥지

꾸룩새연구소는 정다미씨가 사는 집 앞마당에 있다. 창고를 개조하여 연구실을 만들고, 그 앞에 작은 강의실도 있다. 마당에 들어설 때부터 심상치 않다. 새가 먹기 편하게 만들어진 모이통 여럿이 나무에 매달려 있고, 잉어가 사는 연못이 있다. 마당을 돌아 집 뒤로 가니, 폐가에서 주어온 나무목재로 만든 모이통, 물먹이 웅덩이, 마을이 훤히 보이는 평상, 새 관찰대, 벌레들의 잠자리 버그호텔도 있다. 이 집 온갖 구석에 새들이 깃들 수 있게 정성이 차곡차곡 넘쳐있었다.

부모님이 결혼하면서 서울 종로에서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던 이곳으로 이사왔다. 정다미씨는 바로 이 집에서 태어났다. 여기서 자라고, 지금 이곳에 꾸룩새연구소를 차렸다. 60년 된 고택이 정다미의 둥지가 되어있다.

“꾸룩새연구소는 대학 3학년때인 2012년 3월에 엄마 제안으로 시작했어요. 관심있는 분들이나 조류학자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보여주고자 단체 등록도 했어요.”

작년에는 팰릿해부를 환경부 인증 프로그램을 등록하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꾸룩새연구소전경

 

자연이 키운 아이, 마을이 키운 아이

새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한 거냐는 질문에, 서슴 없이 답했다. “사는 환경이 달랐어요. 저는 이 곳에서 태어나고, 이 곳에서 자랐어요. 친구들은 금촌, 일산 모두 도시에 살고 있었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자주 접하고, 좋아했어요. 아빠가 쥐도 보여주고, 두더지고 보여주고. 쥐불놀이, 썰매타기하고...” 집 주변 마을에는 논밭과 야트막한 야산이 있어 수리부엉이, 솔부엉이, 박새, 제비, 소쩍새, 까치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그렇지만, 시골에 산다고 모두 동물이나, 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가 가진 호기심과 관심을 키워준 사람이 엄마 임봉희씨이다. “엄마랑 언니랑 파주시립(금촌)도서관을 아주 자주 다녔어요. 책도 빌리고.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봤지요.”

초등 4학년때 시립도서관에서 독수리 기사를 봤다. 적성에서 독수리들이 농약 먹은 기러기를 먹고, 떼죽음을 당했다는 기사였다. 죽어가는 새들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두지리로 찾아가 독수리 행방을 알아보기도 했다. 이렇게 동물에 대한 관심이 새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아이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엄마 임봉희씨의 한 말씀. 옆에서 자식의 관심을 지지하고 키워준 엄마의 너른 품도 남달라 보였다. 엄마도 조류학자 못지 않다. 꾸룩새연구소 부소장으로 생태교실 교사이기도 하다.

마을도 한 몫 했다. 태어나서부터 오도리에 살았기에 동네 사람들도 정다미를 다 알고, 정다미씨도 동네 사람들을 다 안다. 정다미가 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 동네 사람들이 “애가 문제 있나보다” 하면서 탈진한 새를 갖다 주기도 했고, “어디 어디에 새가 죽어있어”, “여기 두루미가 있어” 등등 알려주었다.

 

초등 4학년때 동네에 차린 생물학교실

“친구들에게 못된 짓 많이 한 것 같아요.” 정다미씨가 말하는 못된 짓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던 것을 일컬었다. 또래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그물에 걸린 새들을 풀어주거나, 덫을 설치해놓으면 돌 던져서 덫이 닫히게 해버렸다. 어느 날 새 그물을 친 할아버지에게 잡혀서 “한 번 더 하면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겠다.”는 으름장을 듣고 떨기도 했다. 그래도 안주로 잡아먹으려고 새를 잡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엄마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에 집에 자주 왔다. 그러면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놀고, 아이들은 정다미가 데리고 다니면서 곤충 채집하고, 적송나무밑 아지트에서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이날을 위해 퀴즈도 만들고, 자료도 만들어서 아이들의 선생노릇을 했다. “아이들이 저 때문에 고생했어요. 더운데 끌려 다니고...” 그때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다가 덧붙였다. “지금은 그 기질이 사라진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한다.


▲꾸룩새연구소에는깃털과팰릿,탐조도구등소장의땀이벤자료가많다.

 

‘아빠의 눈물’과 ‘갈색양진이’

“중학교때는 카메라와 쌍안경, 망원경 들고 전국을 다 다녔던 것 같아요. 어디에 새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얻고 부모님을 졸랐어요. 그럼 아빠가 데려가 주고는 아빠랑 언니는 영화 보러 가고, 엄마랑 저는 산으로 올라갔어요. 동행을 잘 해줬어요.”

아빠와 언니는 민물고기 좋아하고, 엄마와 다미는 새를 좋아하는 재밌는 가족이다. 어릴 때부터 캠핑을 많이 다니던 아빠도 딸의 탐조활동 때문에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단다.

“수리부엉이를 보러 장곡리에 갔어요. 거기 산에 오르려면 위험해요.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거든요. 아빠가 동행하시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그날 저녁에 아빠가 집에서 술 한 잔 하시면서 가지말라고 눈물을 흘리셨어요. 절대 가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눈물이 없으신 분인데...” 아빠가 눈물 흘릴 정도로 위험한 바위를 타고 넘고, 동상에 걸리고, 넘어져서 정강이가 패이고... 새를 보다가 많이 다쳤다 한다. “저는 용감한 편이예요. 무서움도 안타고.”

어느 날은 왼손이 부러져서 기부스를 한 상태였는데, ‘갈색양진이’새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알고, 겨울산을 올라갔다. 그런데, 어찌나 추웠던지 카메라 뱃더리가 얼어버렸다. 사진을 못찍게 된 판. 그 때 정말 우연히 그 새를 보러온 아는 사람이 와서, 그 사람 카메라에 메모리카드를 넣고 겨우 찍은 적도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말하며 정다미씨는 ‘갈색양진이’의 예쁜 깃털은 “초콜릿이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예쁜 색”이라며 눈을 반짝이며 설명했다.

“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인지 새들이 잘 보여주는 편이예요. 거의 새를 항상 만났어요. 못보고 온 경우 거의 없었어요. 저는 남들보다 ‘조복’이 많은 것 같아요.” 새를 보러가기 전에 그 새에 나온 책은 다 찾아보고, 철저히 조사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지금은 못할 것 같은데, 좋아하니까 열심히 공부했더라구요. 공부라는 생각 안하고 공부한 거죠.”

 

‘청호반새사랑 정다미’에서 제비연구자로

깃털색이 매우 아름다워서 청호반새를 좋아했다가, 지금은 제비를 좋아하고, 제비를 기다린다.

정다미씨는 제비와 인연이 깊다. 고등학교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제비의 귀소율에 관한 실험’으로 교과부장관상을 받은 바있다. (수리부엉이의 펠릿(먹이를 소화시키고 뱉어 낸 덩어리)을 통한 먹이분석과 소화 특성 연구로 국무총리상 수상/ 2013년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 수상)

지금은 사람과 제비와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폐가에는 왜 제비가 살지 않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폐가에 제비모형과 제비 배설물을 설치해 놓았다. 폐가에 포식자가 많아서 일까 하는 가정을 했는데, 포식자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앞으로 2년 후에 논문을 완성하려는데, 통계도 들어가야 하고, 실험도 해야 하고 쉽지 않다고 한다. “그냥 새를 좋아서 볼 때와 연구하는 것은 달라요. 어려워요.”


▲ 둥지에 있는 알을 반사경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설치했다.

 

“외국친구들은 야생 경험이 많더라구요”

“제가 야외경험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외국 친구들은 야생과 자연에 대한 경험이 아주 많더라구요. 그래서 유리하죠.” 정다미가 외국 연구자에게서 느끼는 점은 그들의 자연친화력이다. 어릴 때부터 야생경험이 많은 것은 연구자에게 아주 좋은 소양일 것이다.

“외국에는 새만 연구하는 기관이 있어요. 어떤 대학교는 제비연구소가 있어요. 그 연구소는 제비 연구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을 대표할만한 연구 동물이 많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역사와 전통이 뒤지지 않나 생각해요.” 우리나라와 외국의 생물학 연구 인프라의 차이도 크다. 그런 면에서 어릴적부터 제비를 연구해온 정다미씨의 연구는 우리나라의 정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새를 연구하는 후배들이 많다는 말이 약간의 위안이 된다. 우리나라도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더구나 ‘종자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생물자원에 대한 지적소유권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터이니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동물보다 나은가요?”

흔히들 좀 멍청하거나, 기억력이 없는 사람을 일컬어 ‘새대가리’라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일까?

“새 뇌가 작기는 해요. 하지만 멍청하지는 않아요. 어떤 까마귀 종류 하나는 5m 높이를 정확히 계산해서 호두를 떨어뜨려 내용물을 주어먹거든요. 높이 올라가면 체력이 소모되고, 낮으면 호두가 안깨지잖아요. 그 높이를 정확히 찾아요. 제비도 작년에 왔던 집을 똑같이 찾아오거든요. 새가 새대가리를 넘어서는 것 같아요.”

정다미 소장은 동물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 동물을 이용하려고 하고, 동물보다 고등하다고 행동하는데, 사실 사람도 동물이잖아요. 동물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 AI 대응한다고 쓸데없이 많은 닭을 죽이고있고... 실제로 우리가 동물보다 나은가 생각해봐요.”


▲ 수원시 어린이들에게 생태체험 미술관에서 팰릿 분해 체험 교육을 했다.

“다른 건 정말 몰라요.”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과 연애도 하고 싶다. 결혼도 하고 싶다. 고, 책 읽고, 맛있는 커피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 같은 운동을 좋아한다. 몸을 써야 에너지가 생기는 스타일이란다. 좋아하는 새를 연구하고 있으니 걱정이 없을 것 같았지만 고민 많은 대한민국 청년이었다.

“새를 통해 산 삶이 길잖아요. 다른 것들은 잘 몰라요.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 정치적인 것이나, 사회구조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요. 이런 것도 알고 배워야하지 않나 생각해요. 친구들이 취직하는 나이이고,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나이인데, 저는 아직 학생이고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되어요.”

더구나 “새로 뭐 먹고 살래?”라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냥 접고 있다.

“동물하고 같이 살아가면서 그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서...그래서 행복해요.”

 

‘당신만의 파랑새를 찾아보세요’

작년에 봉화에 있는 대안학교 ‘내일학교(경상북도 봉화군)’ 친구들을 만나보고 깜짝 놀랐다. 그날 축제여서 초중고등부 다 모여있었는데,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주제를 회의하고, 쓰고 얘기하고, 자기 손을 집도 짓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이다. “그 아이들은 자기 생각과 가치관이 뚜렷했어요. 스티브잡스같은 아이들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머리에 돌 맞은 것처럼 충격이었어요.” 그 후에 고등학교 대학교로 주어진 틀에만 맞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후배들이 여러 경험을 하면서 원하는 것이 뭔지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는 지금 죽어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아요. 새를 통해서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고. 새를 통해서 여러 활동도 조금은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꿈은 있는데, 재밌는 책을 쓰고 싶어요. 그림책, 환경 생태책 이런 것 말고, 어른이 되어도 보고 싶은 재밌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연구하는 연구자이기 때문에, 좋은 연구 업적을 세워서 제인구달처럼. 제인구달이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밝혔잖아요. 그처럼 제비에 대해 잘 알려졌으면 해요.”

지금 정다미 소장은 엄마 임봉희씨와 같이 책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분도 당신만의 파랑새를 찾아보세요’(가제)라 한다. “자기만의 것을 찾아보세요. 저에게는 새가 되었고, 누구에게는 그림이 될 것이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간에 파랑새를 찾아보시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파주에서」를 읽는 독자들의 ‘당신만의 파랑새’는 무엇일까?

돌아서 오는 버스정류장에서 정다미 소장이 스크랩한 새들의 아름다운 깃털이 찐하게 어른거렸다.


▲ 꾸룩새 연구소 뒷마당에 있는 버그호텔


임현주 기자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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