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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55) 임진강생태보존회 윤도영 사무국장

입력 : 2017-03-22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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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살아온 파주토박이의

파주사랑 이야기


  
 
독수리 아빠, 생태다큐멘타리 작가, 국립생태연구소 연구위원, 뜸부기 사랑에 빠진 남자. 이 분 노영대씨를 찾았다. 그와 인터뷰하려했더니, 극구 사양한다. 그가 추천한 사람이 바로 윤도영씨이다. 그는 윤도영씨를 사랑 가득 담아 소개한다.

“임진강변 통일대교부근 파주 마정리에 사는 국민학교 후배 윤도영. 이곳에 1천년을 살아 온 진짜 파줏사람입니다. 그는 자연 – 땅, 벌레, 풀과 나무, 새, 물고기,...을 사랑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가 사고(?)를 쳤습니다. 농업법인 '파주미래DMZ'를 세웠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던가? ‘지속가능한 경제’라고. 돈도 벌면 좋지 않겠습니까? 이제 사랑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고향, 땅과 친구들을 지킬 모양입니다. 배우고 사랑하고 지킬 것이랍니다. 함께 살아 온 농부들을 주축으로 찾아 오는 철새들도 보호하고...”

 

빵빵하게 잘나가던 사업가가 30억 부도 맞아

윤도영씨는 56년생으로 문산읍 마정리가 고향이다. 이곳에서 조상대대로 살아와서 그의 표현을 빌자면 ‘천 년을 살아’왔다.

윤도영씨가 마정리에 돌아오기 전에는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문산에서 상아탑학원을 운영했다. 상과학원으로 주산, 부기, 타자 등을 가르치다가 나중에는 컴퓨터를 가르치고, 89년부터는 입시학원을 했다.

학생이 500~600명이나 되었다. 학생은 많은데 건물이 작아서, 학원을 두 곳에서 운영했다. 20년 동안 학원을 하면서 학생들을 학교보다 더 무섭게 다뤘다한다.

“너희 엄마 아빠가 학원비 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댓가를 해야하지 않냐”며 무척 엄하게 다루었고, 좋은 성과도 내서 학원이 잘 되었다.

더불어 금촌에 수입가전 대리점 사업을 벌였다. 당시 파주에도 아파트가 들어설 때여서 전망이 좋았다. 그러다 서울의 규모 큰 아파트에 수입가전을 납품했다가 30억 부도를 맞았다.

“그 때는 정말 파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빵빵하게 잘 나갔죠. 학원 두 곳과, 금촌에 가전 대리점. 아침에 출근하면 밤 12시 돼서야 집에 들어갔어요. 사람 만날 시간도 없을 정도였지요. 그러다가 한 방에 날아간 거죠. 내가 부도 나고 힘들어졌다니까 잘 나갈 때 술 밥 먹던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더라구요. 인생 크게 배웠습니다.”

 

‘퀸 카페’열어, “희한하다. 너만 주면 잘된다”

그래서 99년에 마정리에 들어왔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정리하려 했다. 99년 11월 6일 퀸 카페를 개업했다. 그때가 45세. 그 때부터 5년 동안 카페를 가꾸었다. 풀도 베고, 나무도 심고, 잔디 가꾸고.

“집 가꾸는 것만도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 때만 해도 자연생태에 대해 잘 몰랐어요. 영대형님이 이거 저거 갖다 주면서 심으라 했고, 많이 도와주셨어요. 영대형님이 ‘희한하다. 너만 주면 잘된다’고 하시더라구요. 농사가 잘되는 건 곡식들이 아침 저녁 주인장 발자국소리를 듣고 큰다고 하잖아요. 제가 잘되는 것도 그거예요. 저는 무척 열정적으로 키우니까. 형님이 나한테 주면 잘 된다고 좋아하셨던 거지요.”


▲ 임진강생태보존회가 돼지풀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파주에서 천년을 넘게 산 내가 내 앞마당도 못 쓸고 살았어.”

그러다가 2013년에 사회적기업가 양성과정 교육을 서영대학교에서 받게 되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또 같이 강의 듣는 40여명의 사람들이 자기 고향도 아닌 파주에 와서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토박이인 자신이 무엇을 했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한다. 그리고 무척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노영대씨를 찾아 말했다.

“파주에서 천년을 넘게 산 내가 내 앞마당도 못 쓸고 살았어.” 윤도영씨는 파주 마정리에서 조상 대대로 천년을 넘게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무척 크다.

노영대씨가 답했다. “너도 이제 철이 나는구다.”

“나도 농부의 아들이지만, 농사를 짓지는 못해. 생태를 보존하면서 농촌이 잘 살 수 있는 생태관광의 길을 찾고 싶어.”

그래서 시간만 나면 두 사람이 전국을 돌아다녔다. 우포늪, 순천만, 주남저수지, 화포천, 봉하마을 등등. 생태관련 성공지를 찾아다니면서 네크워크를 형성하였다.

이렇게 생태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 들자, 문득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돌아보니 내가 임진강변에 살고 있었네. 좋다고 생각만 했지 ‘누가 보존하고, 누가 관리하지’ 라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예요. 그동안 임진강을 안보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는 그 때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며, 마정벌에서 두루미, 독수리, 쇠기러기를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의 일이다.

 

‘임진강생태보존회’ 결성

그는 마정벌에 독수리, 두루미 먹이를 주면서 ‘임진강과 마정벌을 우리가 지키고 보존하자’며 주위에 제안하여 ‘임진강생태보존회’를 만들었다.

몇 년전 문산북중고교 교장을 하시다가 은퇴하신 후, 사과농장을 하시는 성연석님이 회장을 맡고, 마정에서 논농사를 건강하게 지켜오신 이이석님이 부회장, 철새 먹이 나누기 등 솔선수범하는 윤도영님이 사무국장을 맡아 보존회를 이끌고 있다. 아로니아힐링팜 주인 문종민 회원, 마정리 이장 김동섭 회원, 생태지킴이 활동가 노영대 회원 등이 먹이주기, 돼지풀제거작업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마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운정, 금촌에도 있고, 토박이 10여명이고, 나머지는 외지사람들이예요. 다들 여기에 대한 기대가 커요. 파주가 그동안 공장 일색으로 갔잖아요. 파주가 이제는 공장 포화상태라고 봅니다. 이제는 난개발 그만하고, 임진강 쪽으로는 잘 살려서 후대에 물려주었으면 해요.”


▲마정벌을찾아온독수리떼

 

뜸부기가 오는 마정벌 만들터

“지금은 임진강을 못들어가게 하잖아요. 그렇지만,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임진강 물 쓰임새가 엄청 다양해질 것라 생각해요.

음용으로도 쓰지만. 그래서 1) 수질 관리, 2) 어족 자원, 3) 임진강 창포 – 멸종위기이므로 복원, 4) 유해식물-돼지풀과 환삼덩굴 제거작업, 5) 두루미 독수리 쇠기러기 먹이주기, 6) 뜸부기 보존 운동이 있지요. 1년이 꽉 차있습니다. 특히 뜸부기가 와서 고무적입니다.

뜸부기가 많이 오도록 농약 안치고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벌써 작년부터 무농약 쌀을 1가마에 50만원에 팔고 있어요. 지금은 서너 농가가 5만평 정도 무농약 농사를 짓고 있지만 점차 늘려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의 머리에는 농약을 치지 않아 메뚜기, 개구리, 벼멸구가 잘 살고, 이를 먹이 삼아, 뜸부기가 오고, 이 뜸부기가 지은 벼를 ‘파주임진강뜸부기쌀’로 만드는 구상까지 꽉 차있었다.

그리고 이런 농법이 마정뿐만 아니라 파주 전역으로 퍼져서 농사를 짓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즐거운 상상을 같이 나누었다.

 

퀸카페를 공동체공간으로 리모델링

임진강생태보존회에 대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벌써 2년, 3년째 가니까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참석을 못해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래서 지난 3월 17일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하고, 사업범위를 확장하자는 회의를 했다고 한다. 30여명의 회원이 월 회비 1만원을 내고, 돼지풀제거, 먹이주기 등 모두가 나서서 몸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임진강생태보존회는 올해 따복공동체 공간조성에 응모하여 2천만원의 사업비를 받게 되었다. 이 사업비로 퀸 카페를 리모델링하여 교육+회의+생태지킴이 공간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제 4월이면 새롭게 변신한 퀸 카페에 가면 ‘임진강 생태보존회’와, 사회적 기업 ‘파주미래DMZ’, ‘뜸부기연구소’를 모두 만날 수 있을 듯하다.


▲ 파주미래DMZ가 주최한 2016년 1월 철새탐조

 

‘파주미래DMZ’는 생태관광

윤도영씨는 사회적 기업 ‘파주미래DMZ’를 통해 철새 투어, 사과따기 체험, 농사 체험 등의 생태관광을 사업화하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철새투어를 시작했는데, 올 겨울에는 AI 등으로 단체투어를 하지 못했다. 간간히 5~10명 내외로 개인적으로 연락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 투어해주었다.

그는 “좋은 생태 자원은 공개적으로 홍보를 해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생태를 보존하는 마음을 키워야한다고 보는 거지요. ‘보호’와 ‘관광자원화’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야 농촌이 살 길이라 생각합니다.”

2016년 10월 사과따기 체험행사가 성공적이어서, 올해는 자못 기대가 크다. 그리고 이제 4월, 5월에는 못자리 체험, 6월에는 뜸부기 관련 탐조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업가에서, 카페 사장으로, 다시 환경보존 활동과 사회적기업대표로 변하면서 나름의 파주사랑을 실천하는 그는 60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달하다.

그가 파주시민들에게 당부한다.

“저는 환경좋은 데 살고 있어요. 지금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잖아요. 안전불감증처럼. 생태에 대해서도 안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보존할 생각은 안하는 것 같아요. 좋은 환경을 우리 스스로 지키고, 외지에 자랑하고, 외지 사람들이 파주에 와서 구경할 수 있도록. 파주사람들은 파주생태에 대해 홍보대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현주 기자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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