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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시장 뇌물수수 사건 686일, 무엇이 쟁점인가?

입력 : 2016-06-07 2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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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 시장 뇌물수수 사건 686일, 무엇이 쟁점인가?

받은건 인정하지만 즉시 돌려줬다?

 
 지난 5월 24일 이재홍 파주시장이 재판장에 섰다. 임기 시작 8일 만에 뇌물을 받은 지 686일
째다. 이제 그의 임기는 768일 남았다. 비리 혐의로 재판장에 선 시장을 바라보는 시민의 마음은 답답하다. 그는 1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자치 행정부의 수장이다. 대체 왜 시장이 법정에 서게 되었는지 그 이유와 비리혐의를 밝히기 위한 경찰 조사와 이제까지의 재판과정은 어떠했는지 시민의 눈높이에서 정리해보았다.

 
먼저, 사건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파주에 위치한 엘지디스플레이의 통근버스 사업을 운영하는 뉴신일관광이라는 업체가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엘지디스플레이는 통근버스사업자 복수화를 추진하며 뉴신일관광이 운용하는 통근버스를 감차하기로 한다. 이때가 2013년 12월 경이다.
 

한편 이듬해 민선 6기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이재홍 파주시장이 당선되어 2014년 7월 1일부로 취임하였다. 그리고 정확히 8일 후, 김임준 씨와 이재홍 시장은 헤이리 모 식당에서 함께 식사한다. 이날이 바로 250만 원 상당의 이재홍 이름이 새겨진 금도장과 98만여 원 상당의 루이뷔통 여성용 지갑 등이 건네진 날이다.

 
이날 이후 김임준 씨는 이재홍 시장의 부인 유양숙 씨를 통해 금품과 현금, 고가의 건강식품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구정을 앞두고는 직접 집으로 찾아가 5만 원권 200장이라는 일반 시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단순한 세뱃돈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현금을 건네주기도 하였다. 7개월 동안 이재홍과 그 부인에게 건네진 뇌물의 총액은 무려 5천2백5십여만 원에 이른다.

 
그리고 구정이 지난 어느 날 이재홍 시장은 엘지디스플레이 사장에게 차량 반납을 유예해달
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데 그 편지의 초안은 뉴신일관광의 실장이 썼다.

 

▲이재홍 피고인의 뇌물수수 혐의 목록 이재홍 시장은 취임8일 만에 엘지디스플레이 통근버스 사업자 대표와 밥을 먹고 금도장 등 460여만 원어치의 금품 등 총 4천5백3십6만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재홍 시장의 부인 유양숙 씨의 제3자 뇌물취득 혐의 목록 유양숙 씨는 김임준 통근버스 사업자 대표에게 총 4천7백8십여만 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이재홍과 부인 유양숙의 수수금액을 합하면 5천만 원이 넘는다.

 

5월 24일 증인 김임준은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라는 판사의 질문에 “네, 다 맞습니다.”라고 증언한 반면, 이재홍은 “받은 건 인정하지만 즉시 돌려주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정말 즉시 돌려주었을까? 그리고 다 돌려주었을까? 첫 번째 재판의 법정증언에 근거하여 정리해보자.

 
의문 1. 즉시 돌려주었다더니 7개월 만에 돌아온 금도장
김임준은 2014년 7월에 이재홍 시장에게 ʻ이재홍ʼ이름이 새겨진 금도장을 건네준 바 있는데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2015년 3월 8일에야 비서팀장을 통해 돌려받았다. 이재홍은 금도장을 7개월이나 보관한 것. 법원은 ʻ즉시ʼ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까?

 
의문 2. 다 돌려주었다더니 루이뷔통 지갑은 어디로 갔나?
검찰의 뇌물목록에는 루이뷔통 여성용 지갑이 있다. 98만 원짜리다. 금액을 강조하는 건 이후에 뇌물수수 금액에 따른 형량 결정에 이 지갑의 수수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찰의 압수수색 직전인 2015년 3월 5일 이재홍의 비서팀장 이재청은 김임준에게 물품을 돌려주었는데 거기에 루이뷔통 지갑은 없었다. 김임준은 “재청이가 물건을 다 들고 왔는데 금도장과 화장품 그리고 여성용 지갑은 없었어요”라고 증언했다.

 
의문 3. 구권 모아 보냈는데 깨끗한 신권으로 바뀌어 돌아와
김임준은 이재홍이 일본 출장을 가자 출장비를 빙자하여 1만불을 건넸다. 김임준은 법정에서 “저는 해외에 10년 동안이나 나가지 않았어요. 파주시내 돌아다니며 100달러짜리로 1만불을 만들어 보냈는데 구권이 많았어요. 그런데 돌려준 건 신권이더라구요”라고 증언했다. 즉시 돌려주었다면 어떻게 신권으로 바뀌었을까? 해명이 필요하다.

 
이상의 의문만 살펴보아도 “즉시 돌려주었다”는 이재홍의 증언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증거로 제시된 김임준과 이재홍의 부인 유양숙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김임준 : 파주시의 가장 큰 어른인 시장님 건강 잘 챙겨주세요.
유양숙 :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금품이 부담스러워 다 돌려주었다는 이재홍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다. 이 문자메시지가 오간 직전에 건네 홍삼정의 가격만 1,850,000원으로 총 세 번에 걸쳐 5백5십5만 원 어치다. 즉시 돌려준 사람이 “감사하다, 잘 쓰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의 쟁점은 차차 법정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지겠지만, 재판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전관예우의 악습에 관한 우려가 컸다. 또한 재판 진행이 늦어져 시장이 임기를 채우려 한다는 논란도 벌어졌다.

 

재판 관련 논란 1. 전관예우의 악습이 되풀이 되는가?

하나, 검사 출신 전 대법관 안대희 씨가 설립한 법무법인이 변호를 맡았다.
둘, 이재홍 측은 로펌에 변호 의뢰 불구하고 재판 시작 일주일 전에 전라도 광주에 있는 변호사 추가로 선임했는데 알고보니 담당판사와 고교, 대학 동문에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출신 변호사였다.

 

재판 관련 논란 2. 재판 끌어 임기 채운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지 7개월 만에 비로소 첫 재판이 열리는 듯했지만, 이는 재판준비기일이었을 뿐 검사와 변호인은 재판부의 중재 아래 제출된 증거에 대해 합의하는데 만 5차에 걸쳐 6개월을 보냈다. 그사이 임기 시작 8일 만에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재홍 시장은 686일을 보냈고, 이제 남은 임기는 786일이다.

 

마지막으로 왜 이재홍 측이 다른 것은 인정하면서 루이뷔통 지갑만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까?

그 이유는 형량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부인을 통해 받았든 직접 수수했든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되면 이재홍은 ʻ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ʼ에 따라 처벌 받는다. 그런데 수뢰액에 따라 형량이 다른데 공소장에 따른 이재홍의 수수금액은 5년 이상과 7년 이상을 가름하는 5천만 원에 걸쳐있다. 만약 루이뷔통 여성용 지갑과 화장품 등의 금액을 합쳐 2백만 원 이상을 빼게 되면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5천만 원 미만에 해당하는 형량에 처하게 된다.
 

<이재홍 현 파주시장의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일지>
2015.3.12 시장 집무실 및 자택 압수수색
2015.5.14 경찰, 검찰에 구속영장 신청 / 검찰, 기각
2015.9.3 이재홍 의정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
2015.11.3 이재홍과 그의 부인 비롯 총 8명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혐의로 불구속 기소
2015.12.8 ~ 2016.4.19 재판 준비기일 1,2,3,4,5차
2016.5.24 심리공판 1차 (증인: 김임준)
2016.6.14 심리공판 2차 예정 (증인: 이재청)
2016.6.28 심리공판 3차 예정 (증인: 장용석)

 

 

 
글 정용준 기자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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