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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빽’없는 일반기계직의 죽음, “남편의 명예를 살려달라”

입력 : 2017-03-23 17:52:00
수정 : 0000-00-00 00:00:00

 

‘줄빽’없는 일반기계직의 죽음,

 

“남편의 명예를 살려달라”

 

파주시설관리공단 환경순환센터 장광수씨 사망, 말없는 파주시설관리공단 

  

파주시의원, 사망 현장 찾아

지난 3월 14일 파주시의원 김병수, 안명규, 윤응철, 이근삼, 손배찬의원이 월롱면에 위치한 파주시시설관리공단 환경순환센터를 찾아 장광수씨(49세) 사망현장을 조사하였다. 다섯 의원은 환경순환센터에서 장광수씨가 사망했던 현장을 둘러보고, 유족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사망당시 CCTV를 분석하였다. 사망 당시 CCTV는 환경처리 기계 앞쪽만을 비춰 사망 당시의 정황을 파악할수 없었다. 다만 사망전 처리시설 압축파이프에서 오물이 넘치면서 물청소를 한 후, 이동하는 모습은 확인되었다. 이후 설비 위쪽(120cm높이)으로 올라가 작업하다가 갑자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앞서 3월 6일에 안소희, 손희정의원이 현장 조사에 나선바 있다.


▲ 파주시의원 5명이 파주환경순환센터를 찾아 사망당시 CCTV를 보고 있다.

 

질식 이전에 왜 갑자기 의식을 잃었는지 밝혀져야

동생 장문수씨(48세, 인천)는 장례당시 경찰이 밝힌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가스를 들여마셨는지는 부검 결과 나와봐야 한다. 폐에 가스가 남아있으면 가스를 들여마시고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떨어진 다음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셨기에 바닥에 떨어져 오물을 마셔서 질식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폐에서 물이 나왔다. 이외의 코에 생긴 상처는 떨어질 때 생긴 것이며, 다른 외상은 사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는다. 다른 질병은 없다고 타살 흔적도 없다.” 이상의 내용은 경찰이 부검전 조사한 결과이다.

유가족들은 ‘과실에 따른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저는 반드시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다음에는 이런 일이 안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안되어 보이더라구요.”

 

부검 결과 1개월 넘게 걸려

파주경찰서 형사지원팀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부검의뢰중이다. 통상적으로 부검은 상태에 따라 1개월에서 3개월이 걸린다”고 밝혀 사인을 규명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사망 현장을 조사하여 고용노동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 산재예방지도과 이영철감독관은 “현재 조사를 진행중이며,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이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온 후 조치를 할 것이다. 국과수 부검 결과에 따라 파주시시설관리공단에 보완조치를 명령한 후 작업이 재개될 것이며, 결과 내용에 따라 공단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장광수씨 사망현장을 동생이 둘러보고 있다.

 

‘줄빽’없는 남편 실상 이제야 알게돼 가슴 아프다.

미망인 한모씨(69년생, 운정)은 누누이 남편의 명예를 살려달라며 말했다.

“4일날 발인한 후 파주시나 시설관리공단에서 온 적 없어요. 시의원들이 현장에 온다는 말도 저희가 알아서 온 거예요. 시에서는 ‘조사하겠다. 시설 문제, 인원배치 못하고, 무리한 인원감축을 인정한다’는 구체적인 언사 없이 단순히 ‘죄송하다. 드릴 말씀 없다’고만 말해요.

인원은 항상 부족했어요. 처음에도 여유있는 인원이 아니었는데... 연차를 쓰면 다음 날 더 힘드니 안쓰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안 쓴 연차에 수당을 주지 않았어요. 경영성과를 위해 연차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보고했을 것 같아요. 안전수당은 받은 적이 없고, 호봉수는 올라간다고 하는데, 올라가는 것을 체감 못하겠더라구요.”

한모씨는 남편이 이렇게 열악한 곳에서 일하고 있을 줄 몰랐다며 분노했다.

“남편은 남원출신으로 고교와 대학을 모두 다 졸업하고 저 만나서 여기왔어요. 공채로 일반직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조직개편으로 일반기계직으로 변경되더니 환경순환센터에만 10년 있었어요. 남편이 맨날 ‘줄빽’ 얘기를 해서 이해하지 못했어요.

처음 3년간은 어울려보려고 못마시는 술도 마시고 힘들어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은 포기하더라구요. 정년은 보장되니까 가장으로 책임감이 있어 그냥 다닌 거죠. 피곤하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했지만 이렇게 일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숙직을 하면 다음날 아침에 퇴근해야하는데, 8시반에 퇴근한 날은 없고, 거의 10시, 11시가 되어야 퇴근했어요. 야근이 한달에 4, 5번 정도했고요. 여기 이 조직은 줄 빽이 없으면 가망이 없대요. 10년동안 승진을 하나도 못했어요. 2008년에 들어와 만 10년이 되었는데. 저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줄빽 줄빽....이런 줄 알았으면 진작 그만 두게 할 걸. 저는 실감을 못했어요.”

부인이 원하는 것은 ‘과실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하여 ‘남편의 명예를 되찾는 것’이다. “여기서는 한직으로 돌다 돌아가셨지만, 죽어서까지 불명예스럽게 처리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하고 또 말했다. 그리고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사망당시현장.조도가낮아조명을비춰야사진을찍을수있었다.

 

파주 환경순환센터 운영에 문제는 없는가?

파주환경순환센터 축분혼합처리시설에는 정규직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반기계직으로 장광수씨가 근무하고 있었고, 전기직 1명, 환경직 2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파악되었다.

1. 조도가 무척 낮았음. 사고 이후 바꿔서 밝아진 것임.

2. 현장에 비치된 비상전화선은 처음부터 쓰지 않았다.

3. 작업현장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비상연락이 불가하다.

4. CCTV도 1개만 있어, 현장을 파악할 수 없다.

5. 월 4~5회 야간근무

6. 적정한 작업 인원 여부 문제 – 경영합리화로 인한 인원감축 문제

특히 적정 작업 인력 여부 문제는 관련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는 작업자가 사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파주시와 파주시시설관리공단이 적극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원들이 현장 조사 나온 날(3월 14일) 임우영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유족에게 “죄송합니다”를 여러번 반복하면서 “변호사와 상의중이고, 시에 제안을 해야해서 준비중입니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현장을 어떻게 개선하겠다거나, 작업인력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체 말이 없다고 유가족은 말했다.

안소희 파주시 의원은 “파주시시설관리공단은 시와 협의도 안된 상태로 유가족에 보상안을 제시해, 과실 여부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하고 있다”며 공단과 파주시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막을 수 있는 죽음, 한 가족의 운명을 바꾸는 죽음, 줄빽없는 일반기계직의 죽음,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임현주 기자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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