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협의회] 새정부 지방분권 과제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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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지방분권 과제는 '지방 살리기'
최근의 화두는 '지방분권 개헌'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약간 주춤한듯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후보자들의 입장이었다. 적어도 조만간 개헌의 문제, 특히 지방분권 개헌의 문제는 우리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분권의 과제는 궁극으로는 모든 지방이, 모든 지방 주민이 함께 잘 사는 것이다. 지자체에게 중앙정부가 권한을 많이 이양하고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 기본적인 시각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분권의 과제는 권한의 수평적ㆍ수직적 분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시점에 시들어가는 '지방 살리기'에 보다 역점을 둘 것인지 그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권한의 이양 등 지방 권한의 확대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것을 통해 지자체가 튼튼해지고 지방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며 지방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궁극적인 지방분권 과제가 되어야 한다. 즉, 지방 살리기에 더욱 치중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 인식이다.
Ⅱ. 지방 살리기의 우선 과제는 '지방소멸'의 해소
국민 없는 국가가 없듯이 주민 없는 지방자치는 있을 수 없다. 주민이 있어야 지방분권도, 재정도, 각종 자치권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 지방은 소멸되고 있는데 분권만 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성장률은 2032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특히 유소년 인구가 2015년 703만 명에서 2020년 657만 명, 2065년 413만 명으로 40% 이상이 감소한다고 한다. 출산율은 2005년 최저 1.08명, 2015년 1.24명이다(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자치정책Brief 제18호, 2017). 2013년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은 국토의 53.3%이나, 2040년에는 61.1%로 증가할 전망이다(국토연구원, 2016). 이런 수치는 지방이 소멸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일본은 30년 안에 지자체의 절반인 896곳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마스다 히로야, 지방소멸). 총무대신까지 지냈던 마스다는 전문가 그룹의 연구를 통해 '마스다 보고서'를 만들었고, 아베 총리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지방창생본부를 설치하고 스스로 본부장을 맡으며 그 밑에 전담장관까지 임명했다고 한다(이인재, '지방의 소멸'막을 대책 세워야).
'지방소멸'의 징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필자는 그저 정부의 지방정책 잘못 추진을, 입법권자의 입법 의지 부족을 지적하며 그들의 책임으로만 여기고 정책적 차원의 해결방안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왔다. 당시에도 지방소멸의 감은 있었지만, 그것이 그 전조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필자의 짧은 안목에 자책한다. 어쩌면 주변의 많은 이도 대개 비슷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지방소멸 예방을 위한 정책 실패에는 법학자들을 포함한 법조인들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지방소멸의 문제가 소송을 통해 우리 법학자들의 머리에 각인된 것이 경기 가평의 '두밀분교 폐지조례' 사건이다. 1990년대 중후반 사건이니(대법원 1996. 9. 20, 95누7994 판결) 그때부터 지방은 이미 소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두밀분교 폐지조례가 별로 심각하지 않다고 치부했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했던 것이다.
두밀분교 사건은 댐에 실 구멍 하나 난 것이었지만, 지금 보니 그것은 지방소멸의 '전조'였다. 지방이 죽는 것은 시골을 떠나는 인구 유출이 원인이겠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출산 정책의 실패가 원인이다. 따라서 나는 '지방소멸'을 또 다시 '국가소멸'의 '전조'라고보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입법ㆍ행정ㆍ사법 등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Ⅲ. 지방소멸의 해소는 '지방분권'에서 구체화해야
1. 지방분권 개헌이 필요하다
현행 헌법은 불과 두 개의 조문으로 지방자치를 정하고 있다. 이것은 지방분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던 1987년 헌법에서 정해진 이래 30년간 유지해온 것이다. 지방자치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던 당시의 헌법, 그 헌법이 시행된 이후 1988년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고, 1991년 지방의원선거가, 1995년 단체장 선거가 치러졌고, 주민투표권에서 주민소송권, 주민소환권에 이르기까지 각종 주민의 권리가 법률에 의해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해 또다시 '헌법상의 기본권'이 아닌, '법률상의 권리'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이 지자체 구역 주민의 지위에서는 법률상의 권리에 불과하여 헌법소원으로 다툴 청구인 적격이 없다는 형식논리에 꺾이고 말았다. 이유는 헌법에 주민의 지위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방 공권력에 대한 참정권은 국가 공권력에 대한 기본권인 참정권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또한, 입법적으로 새로운 재정부담을 초래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그것을 지자체 사무로 해두고는 재정지원도 없이 지방예산으로 집행하게 만들어도 지자체는 입법권자인 국회나 중앙정부에 대해 제대로 말 한 마디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의 지위가 헌법적 수준으로 제고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의고충을 중앙정부와 대등한 지위에서 주장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하고, 지자체도 사실상 중앙정부 집행기관의 지위에서 독자적 지위로 격상시켜야 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헌법에 불과 몇 개의 조문만 신설하면 가능한 일이다.
먼저 헌법 전문과 총강에서 지방분권 국가를 천명해야 한다. 또한, 지역주민의 근거리 행정사무는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이른바 보충성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주민의 참정권 등도 헌법상의 기본권적 성격을 갖는다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의 자치권을 확대하고, 특히 법원에 의해 소극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를 '법률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개정하여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도록할 필요가 있다. 사무와 재정 간의 견련성 원칙도 신설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구체적인 규정을 헌법에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 해석원리 및 재판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는 더욱 근본적인 규정들을 두는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한 것이다.
2. 각종 법률상의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지방분권은 제도 자체의 개편, 대정부 및 국회 관계에 있어 지자체의 지위 격상 및 재정 확충의 시급성을 들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제도에 있어, 먼저 중앙 권한의 지방 이양 및 사무구분 체계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법령의 개폐로 끊임없이 중앙정부에 권한이 신설되므로 지속적인 권한 이양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일회적 권한 이양은 큰 의미가 없다. 사무의 경우에도 사무의 성질이 명확하지 않으면 중앙정부와 사법부의 해석에 좌우된다.
따라서 예컨대 국가사무를 먼저 규정하고 국가사무가 아닌 한 모두 지방 사무에 해당한다는 수준의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 또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관,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의 삭제, 광역-기초 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자치의 지방자치로의 통합이 이루어질 때가 되었다. 몇 차례의 헌법을 거치면서 존속했던 교육자치제도가 교육의 질적 제고보다는 오히려 국민의 부담과 국정의 혼란을 가중시켜온 것을 보면 이를 독립시켜야 할 명분은 크게 약해졌다.
둘째, 지자체의 지위 격상과 관련하여, 먼저 중앙-지방 간의 갈등은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에서 야기된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것이므로 양자의 합리적인 역할 분담은 물론이고 상호 간의 대등한 입장에서의 협력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 또한, 지방재정 부담을 유발하는 정책을 도입할 때는 지자체나 지방협의체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회에 지방분권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 지방분권의 주요 쟁점이나 지방분권 관련 법령의 제정 및 개폐 시 함께 심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재정과 관련하여, 지방분권 및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재정분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지방세제, 지방교부세제, 국고보조금제도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특히 지방세조례주의의 도입을 보다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Ⅳ. 지방분권의 구체화는 지방 살리기의 실천 과제
최근의 화두는 '지방분권 개헌'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약간 주춤한듯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후보자들의 입장이었다. 적어도 조만간 개헌의 문제, 특히 지방분권 개헌의 문제는 우리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 주민이 없으면 국민도 없다. 국가의 운영이 중앙정부의 전속적 권한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지방은 살릴 수 없다. 지방이 아직 자치권 수행 능력이 부족하여 국가의 관여에서 너무 넓게 벗어나면 혼란을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 양보는 지자체의 근육을 키우고 지혜를 갖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중앙을 바라보며 지방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을 너무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두면 국가소멸로 이어지게 된다는 심각성을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 살리기를 위해 더욱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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