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상상교육포럼] 학부모 발제-학생자치와 학교자치의 성장을 기대합니다.

학생자치와 학교자치의 성장을 기대합니다.

 

 

2016, 2017년 지산고등학교 학부모회장 정이경입니다.

 

작년 지산고등학교는 참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작은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학부모들이 법과 제도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학교의 관행이 드러났고,

진행 과정에서 서로 솔직하지 못했던 것이 의심을 증폭시키고,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으나, 지금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시스템을 새로 만들기 위하여 애쓰고 있습니다.

 

저는 지나간 과정에서 학교 측의 관행과 잘못을 들추고 싶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학교 시스템이 학생의 미래를 위해 동작하기”를 원하는 것이라는

기본 믿음은 학부모와 교직원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학부모회의 미비했던 점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문제를 인정해야 해법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벌어졌던 개별사건들의 선과 악을 판단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잘못된 선택들을 했었는지 말해보려고 합니다.

 

학부모들은

첫번째, 발생되는 상황들에 대해 학교 내 구성원들을 통해

해결하려하였으나 학교자치의 기본 개념을 몰랐습니다.

상황이 벌어지자 저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인식하고 교장선생님에게 해결을 요구했습니다.

규정에 법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누구의 권리이고 권한인지

알려주지도 않았고 알 수도 없었습니다.

학교에는 집행부이신 교장선생님과 별도로 학교 운영위원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생 선도위원회, 수학여행·수련활동 활성화위원회,

학교교권보호위원회 등 교직원으로만,

또는 학부모, 학생들이 같이 있는 위원회까지,

정말 많은 위원회들이 있지만 이를 정상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일부 위원회의 위원이기까지 했지만, 솔직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규정집조차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매년 수십 명의 학부모들이 각종 위원회에 참여합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동일한 시스템임을 감안하면,

벌써 서너 번씩 하신 분들도 계신데,

학부모들 중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두번째, 위원회에서 우리와 동일한 한 표인 선생님들,

관련된 준비와 일은 왜 선생님들이 하시는 걸까요?

작년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습니다.

원래 선생님들이 준비해주셨기에 그분들의 일이 라고 생각했습니다.

학부모들이 위원회에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땐,

우리들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세번째,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했고, 같은 교육 파트너로서 선생님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알 수 없었습니다.

 

교직원과 학부모는 학생을 성장시키는 같은 목표를 가진

학교 구성원이며 파트너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해달라는 부탁을 할 뿐,

그들의 근무여건은 어떤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

그들의 관행이 왜 이렇게 만들어져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모이면 말합니다.

“내 아이가 인질로 잡혀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고”

그런데, 우리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요?

선생님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와 배경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교직원들은 학부모를 동급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는지요?

우리는 그들을 같은 학교 구성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직원의 고민들 또한 학교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은 학부모들이 같이 해야 할 일입니다.

 

 

넷째, 규정을 너무 몰랐습니다.

학교 구성원이 운영규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습니다.

우린 바른 문제해결을 위해 상급기관을 쫓아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운영위원회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위원회들은

상급기관의 규정과 학교 내 운영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만 하부 위임규정이 없습니다.)

모든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여 만드는 것은 불가능 할 것입니다.

경험을 반영하여, 일선에서 각 위원회 운영규정을 수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이러한 일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산고등학교는 작년 많은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재검토해서 규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그것을 반영하여 개정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야하나,

우리가 과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규정이 잘못되면 모두 상급기관의 탓을 합니다.

학교자치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자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학부모회 규칙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학부모들이 고치고,

학교 규칙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학교 구성원들이 수정할 수 있다는

단순한 권리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들을 겪고 나니 우리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와 “자치”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민주주의”란 법과 운영세칙 등으로 정한 절차에 따라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의사가 반영된 결정을 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자치”란 민주주의를 통해 결정을 지을 때, 제3자나 저 멀리 있는 상급기관이 아닌, 구성원들이 (또는 구성원들의 대표자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는 뜻입니다.

 

지산고등학교는 이러한 면에서 민주주의와 자치가 동작하지 않았습니다.

그 동작을 위한 구성원인 교사와 학부모들이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이 준비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초중고 12년과 사회생활을 할 만큼 한 30, 40대의 성인들이

무엇을 더 배웠어야할까요?

 

민주주의와 자치를 『글』과 『수업』으로만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생활과 실천을 통해 민주주의와 자치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성공과 실패라는 경험에서 성장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학생회는 자신들의 의결을 통해 학교 경영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자치기구임을 알지 못합니다.

학생회, 학생의 예산에 대해 독립적 결정을 내리고,

학칙을 개정하는 시작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SNS에 글을 쓰는 것은 익숙하지만,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상호토론 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치가 교실 안의 수업과 책상 위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사회에서 살아있는 경험을 배워야합니다.

그것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현해보고 실패도 겪어봐야 합니다.

학교에서의 실패라면 교직원과 학부모들이 손을 잡고 한 번 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우리와는 다른 학교를, 다른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이제 수시 등의 입시제도의 변화는 이러한 시도를 수용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대학의 진학”이라는 목표와 동일해졌습니다.

입시공부 때문에 학교자치, 학생자치를 못한다는 고정관념은 벋어나야 합니다. 오히려 이를 파주교육의 기회로 삼아야합니다.

 

선생님과 학부모가 보호하며, 학교라는 온실 속에서 크는 것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우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제시하는 다양성에서 출발하지만,

학생들이 자치의 영역에서 더 뻗어나갈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학부모로서 학교자치, 학생자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를 적극 지지하겠다는 발제 밖에 못 드리지만,

교감선생님이신 다음 발제자의 이야기에서 학교의 현실에 순차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찬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017. 6

지산고등학교 학부모회장, 학교운영위원 정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