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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렬 미디어 칼럼<7> 뉴스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

입력 : 2024-07-19 00:30:57
수정 : 2024-09-20 03:09:34

윤장렬 미디어 칼럼 <7> 뉴스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

 

 

윤장렬(언론학 박사)

 

미디어 경제학에서는 기업으로 운영되는 언론사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합니다. 이를테면, 언론사는 기업으로서 자유롭게 영업할 권리가 있고, 사적 이익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저널리즘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언론사는 공적 이익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언론은 의견과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중과 공익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모순은 언론사가 미디어 시장에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가는 기업으로 운영되는 언론사에 공적 임무를 수행하도록 시장 규제와 함께 재정적인 지원을 합니다. 재정적 지원에는 기금을 마련해 언론사를 직접 지원하거나, 세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언론사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줍니다. 공익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국내·외에서 확인됩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지역신문법)이 있습니다. 한편,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19세기부터 신문을 지원해 왔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신문지원은 유럽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사례로 유명합니다. 특히, 1944년 프랑스가 독일의 지배에서 해방됐을 때, 프랑스 정부는 독일에 부역했던 신문을 강제 폐간하고 민주주의 재건을 위해 신문을 지원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의 신문지원은 방송과 인터넷 미디어로 확대되었고, 202136,7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5천억 원이 지원되었습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다원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일간지에 국한되지 않고, 토론과 정보 및 비판적 시각을 전하는 미디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기 때문에, 그만큼의 효과가 있었는지 회의적인 비판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금이 재벌언론에 사용되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지원방식이 조건적이고, 선별적이며, 한정적이라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정부가 한정된 기금을 지급할 때, 행정적인 절차와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지원정책 대부분이 언론사의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정보의 다원주의나 양질의 저널리즘이 아닌 언론 기업의 운영, 즉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지급되었다는 지적입니다.

 

프랑스와 달리 독일 정부는 언론사에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금지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자금지원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직접적인 자금지원 대신 모든 언론사의 부가가치세를 간접적으로 감면해 줬습니다. 일반적으로 19%의 세율이 신문사에는 7%로 적용됩니다. 독일에서는 2022년 기준으로 약 1억 유로의 부가가치세 감면 혜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도 프랑스와 같이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2017년 독일 연방하원은 언론에 대한 자금지원을 공론화하고, 합법적인 가능성을 모색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정기적인 언론은 현대 민주주의에 필요하므로 시장 경쟁에 처한 언론사가 다원적인 언론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상업언론에 빼앗긴 자리를 되찾기 위해 공영방송은 물론 지역신문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독일에서도 프랑스와 같이 언론사를 위해 다양한 자금지원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뉴스가 상품이 아닌 재화로서 생산, 분배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한번 생산된 뉴스를 시장에서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고, 간단히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은 본래 공개와 연결 그리고 협력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기술은 공동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뉴스와 같은 공공재화를 더욱 쉽게 생산, 분배할 수 있게 합니다.

 

물론 디지털 환경에서도 뉴스와 같은 공공재화가 상품으로 판매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뉴스는 광고와 감시 그리고 가짜 뉴스가 지배하는 상업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상업화된 디지털 미디어는 이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경제학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지닌 특성, 즉 공개와 연결 그리고 협력을 바탕으로 뉴스가 더는 상품이 아닌 공공재화로써 생산, 분배될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사익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언론사의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은 뉴스가 상품이 아닌 재화로서 생산될 때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만약 언론사가 뉴스를 상품이 아닌 재화로서 생산한다면, 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비판적인 저널리즘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뉴스 재화를 공동으로 생산, 분배하는 방안들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공동체가 필요로 한 재화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적, 법률적 조건들을 모색해야 하며, 자본(광고)과 국가(정치)는 언제나 언론과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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