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모유수유는 언제까지? - 래소한의원 권해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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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와 목이 아파서 찾아온 환자가 있었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부워있어서 ‘출산하셨어요.’ 물었다. 출산한지 50일되었다고 했다.“첫아이 신가봐요? 제가 산모환자들을 보면 첫 아이때 힘들어 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 이렇게 말문을 열기시작하면 이제는 의사와 환자가 아니라 아이를 조금 일찍 나은 엄마와 첫 애기에 힘들어하는 엄마 사이의 대화가 시작된다.
예전에 어느 아기엄마가 말했다. “원장님은 모유 수유 언제까지 하셨어요? 저는 2년까지는 하려구요. 완모(분유를 간간히 먹이는 혼합수유가 아닌 모유수슈만하는 것)로 애들 키울꺼예요. 애들하고의 애착이 있어야하니까요.” 그는 모유수유 2개월인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완모 중요하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을 아이에게 전념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모유수유학회가 있을 정도로 모유수유의 중요성이 대두되지만 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위로할만한 근거를 찾아보았다.
애착의 본질-심리학자의 실험
해리 할로라는 심리학자는 애착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품고 실험을 한다. 새끼원숭이를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떼어놓은 다음, 강철로 된 젖이 나오는 가짜 어미인형(a)과 진짜어미와 비슷한 느낌의 부드러운 천으로 된 젖이 나오지 않는 인형어미(b)를 만들었다. 이때 새끼원숭이는 젖을 먹으러 갈 때만 가짜어미(a)에게 가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부드러운 천을 입은 인형어미(b) 곁에 붙어서 안기고 놀았다. 그저 생리적인 욕구만 채워 주는 대상은 어미로서의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인간도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친밀감을 느끼고자한다. 그렇다면 완모만이 아이에게 애착을 줄 수 있는 것일까? 우유는 젖병으로 주더라도 안아주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면 애착은 형성될수 있다.
가벼워진 어깨
어깨와 목이 아파서 찾아온 환자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녀는 수유만 하고나면 어깨와 목이 아프고, 바닥에 앉아서 수유하다보니 허리까지 아팠다고 했다. 쇼파에 앉는 것으로 허리는 그럭저럭 해결이 되었지만 여전히 수유 후의 어깨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때로는 ‘내가 이렇게 힘들게 젖을 물리는데 아이가 알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가 가끔 미워진다고 했다. 수유가 힘들어 못하겠다고 하자 시머어니 친정어머니 두 분 모두 ‘힘들면서 아이는 키우는 거’라고 답했다 한다. 그녀가 결정을 못내린 것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크게 커서였다.
해리할로 심리학자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엄마가 몸이 편하고 마음이 편해야 아이에게 좋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애착관계가 되는 것이지요. 젖을 먹이면서 아이에 대한 미움이 생기고 자신의 처지를 힘들어 한다면 그 아이도 엄마의 그런 감정을 느낄꺼예요.”
내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그녀는 모유 수유를 중단해도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이 처음이라면 눈시울이 빨개졌다. 어깨 침 치료를 받고 한결 가벼운 어깨로 집에 돌아간다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간 그녀. 어깨 근육도 풀렸겠지만 누군가 공감해주어서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져서 돌아갔을꺼라 믿는다.
래소한의원 권해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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