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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 컬럼보다 수다

입력 : 2015-01-12 15:02:00
수정 : 0000-00-00 00:00:00

컬럼보다 수다 / 권해진 래소한의원 원장





눈 내린 날과 낙상 사고



 



눈과 낭만



나는 고향이 남쪽 지방인 울산이어서 겨울에 눈 구경을 하기가 어려웠다. 경기도에서 살게 되자 펑펑 내리는 눈이 신기하기도 하고 신이 났다. 눈이 오는 창밖을 내다보며 차 마시고 음악 듣는 장면은 어릴 적 꿈이어서 현실로 가능해졌을 때 실컷 누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눈에 대한 이런 환상이 깨져버린 계기는 한의사가 되면서부터였다. 



첫 번째 환자는 40대 초반의 건장한 남자다. 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직업이어서 출근이 새벽 4시다. 전날 밤 내린 눈으로 빙판이 된 새벽길에 넘어져버렸다.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출근했다가 점점 아파져서 내원했다. 엉덩이 꼬리뼈 쪽으로 멍이 5센티미터 생겨 있었다. 



두 번째 환자는 70대 할아버지. 작년 눈길에 넘어져서 고관절이 골절되어 고생을 했다. 그래서 빙판 없는 곳만 골라 다니고 보폭을 좁게 내디디며 지팡이까지 이용한다. 그런데도  작년에 다친 골절 부위가 다시 아파서 내원했다.



세 번째 환자는 20대 여대생. 구두를 신고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걷다 눈길에서 넘어졌다. 휴대폰을 지키려고 반사적으로 반대 손으로 바닥을 짚어 체중이 손목에 전달되어 넘어지면서 발도 삐끗했다. 



네 번째 환자는 폐경 이후 골다공증이 시작된 50대 초반 여성. 남편과 손을 잡고 가다가 같이 넘어졌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골다공증이 있는 아내의 발목뼈에 골절이 나와 4주 보조기 착용 진단을 받았다. 



믿어지는가? 이 네 명의 환자 모두 하루에 왔다. 이들 외에도 눈이 온 다음날에는 낙상 사고 환자가 전체 환자의 30%나 된다. 의사로써 낙상 환자를 많이 보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더 이상 눈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겨울철 낙상 예방법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은 외출을 자제하고 움직임을 둔하게 하는 옷은 피한다. 외출 시 춥다고 손을 주머니에 넣거나 휴대폰이나 짐을 들어 손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좋지 않다. 장갑을 반드시 끼고 바닥에 미끄럼 방지가 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너무 높은 굽은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피한다. 미끄러운 곳을 걸을 때는 평소보다 보폭을 10~20퍼센트 줄이고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이용한다. 운동 또한 필수다. 운동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장애물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낙상 위험성이 낮아진다.



 



낙상 후 한의원 방문이 해법일까?



낙상 사고 후 골절이나 출혈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되면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다. 또한 낙상 후 멍이 들면 한의원에서 사혈을 해야 한다며 골절은 의심하지도 않고 오는 경우도 있다. 나는 내원한 환자의 부기가 심할 경우 엑스레이 촬영을 꼭 권장한다. 생각보다 골절은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주말에 낙상이 일어났다면 부기가 심하지 않거나 멍이 없는 경우에는 우선 냉찜질로 부상 부위의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것이 급선무다. 냉찜질은 손상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켜 출혈을 감소시키며 손상된 근육과 인대에 마취효과가 있어 통증을 덜어줄 수 있다. 냉찜질 후 부기가 가라앉지 않는다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꼭 병원에 가기 바란다. 방치할 경우 관절염이나 관절 변형을 초래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온찜질은 냉찜질로 응급처치를 한 후 3~4일 정도가 지나 부기와 통증이 가라앉은 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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