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의 학교 ⑤ 기분과 상관하는 곳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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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몸에서 기분과 상관하는 곳 ‘왼쪽’
5월의 끝자락인 요즘, 끝나가는 봄이 아쉬운지 날씨가 연일 청명하다. 그래서인지 주말이면 기분전환으로 나들이 가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부쩍 늘었다. 집에서 쉬는 것이 제일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나들이 때문에 오가는 수고로움은 공기가 맑고 시야가 탁 트인 곳에 있다보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오히려 집에만 있는 것이 몸을 더 무겁게 하고 지치게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쌓였던 피로가 풀릴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창문을 열어 방안 공기를 환기하듯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호흡을 해보는 것이 몸을 더 가볍고 상쾌하게 한다.
이렇듯 외부 상황조건에 신체가 적응할 때는 일정한 리듬을 갖게 되는데 이를 기분(氣分, mood)이라고 한다. 흔히 기분이 좋다고 하는 것은 외부 공간의 ‘전자기적 흐름(氣)’에 신체가 적절한 ‘마디/리듬(分)’으로 적응했음을 의미한다.
영어로 ‘기분’을 뜻하는 ‘mood’ 또한 ‘moon’에서 기원한 말로, 달(月)이 차고 이지러짐에 따라 달라지는 신체 반응을 말한다. 날씨나 계절 등에 따라 신체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 가령 색다른 공간에 가거나,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들었을 때, 혹은 근사한 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될 경우 일순간 기분전환이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서 외부와 가장 먼저 반응하여 기분과 상관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왼쪽’이다. ‘왼쪽’은 ‘외다’에서 기원한 말로, ‘외다’는 ‘멀다’를 의미하며, 나의 중심이나 내부가 아닌 주변이나 바깥을 의미한다.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에 비해 시각과 공간지각능력, 직관력이 더 좋은 이유도 내부가 아닌 외부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 발달되어있기 때문이다. 집단 체제를 유지하려고 했던 문화에서 왼쪽이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되거나 터부시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은 경우엔 인체 좌측면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좌측 옆구리가 결리거나 왼쪽 어깨가 유난히 뻐근하고 왼쪽 귀가 잘 안 들리게 된다. 또한 외부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예민해져서 냄새에 민감해지고, 명분과 형식에 유난히 집작하게 되며 짜증을 자주 낸다. 반대로 육체적으로는 둔감하고 무거워져서 다리가 잘 붓고 허리가 무거워지며 몸이 자주 차게 된다.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도 이와 같은 기분장애의 증상들이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거워지는 삶의 무게를 덜기위해, 사소하더라도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매일 하나씩 만들어가보면 어떨까? 이런 작은 쉼표들이 모여 일상을 더 다채롭게 한다면 잃어버렸던 삶의 리듬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카페방하 봄동 유창석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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