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시행과 착오의 학교 ⑪ 온전한 미각이란?

입력 : 2015-08-28 10:31:00
수정 : 0000-00-00 00:00:00


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추억의 절반은 맛’ 온전한 미각이란?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소울 푸드(soul food)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그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의 맛. 왜 사람에게는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는 음식이 존재하는 것일까? 단순히 그 음식이 맛있어서일까? 기억 속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그 음식과 함께 떠올려지는 순간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음식을 먹었던 환경이나 분위기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과의 관계, 음식을 먹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까지 ‘맛’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책 제목처럼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음식은 자연환경과 사회문화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절,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먹을거리가 다양하게 넘쳐나고 있다. 가공기술과 유통의 발달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의 음식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맛도 다양해졌을까? 넘쳐나는 음식만큼 우리 머릿속 맛의 기억도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더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점점 빠져들수록 우리의 기억도 점점 무뎌지는 것은 아닐까?



 



맛의 한자표기인 ‘미(味)’는 미(未)에서 온 말로, 나무 끝의 잘고 가느다란 가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여기서 열매가 맺히는데, 그 맛이 서로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미(味)라고 한다. 그래서 맛이란 말 자체는 담백하면서도 미묘하고 부드러운 것을 의미한다. 이런 섬세한 맛의 차이를 혼동하지 않고 정확하게 구별해내는 것이 온전한 미각(味覺)이라 할 수 있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기억을 잘 한다는 것은 비슷한 사건이나 대상들 사이에서 각각의 차이를 발견하고, 그 질감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까 미각과 기억은 매우 섬세한 독해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깊은 연관관계를 갖는다.



 



실제로 사람이 먹는 식재료의 98%는 무미, 무색, 무취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나머지 2%에서 맛을 결정하는데, 이 중에서도 아주 극소량의 향(香, flavor) 물질이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여기서 향(香)은 냄새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그 당시 환경의 분위기까지 포함하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었느냐에 따라 같은 음식이라도 맛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래서 미각이 발달한 사람들은 주변의 미묘한 분위기를 잘 살피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禮)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작은 차이를 발견해 내는 힘. 이것이 미각의 본 뿌리(舌根)이다. 그래서 본래의 미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텍스트든 이미지든 상황이든 현상 이면에 감춰진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소위 ‘읽기’가 되어야한다. 다음 시간에는 오감학습의 방법론으로서 ‘읽기’에 대한 의미와, ‘읽기’가 구체적으로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글 카페 방하 봄동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