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의 학교 ⑮ 귀가 잘 발달하면 균형감각 뛰어나 - 유비는 굉장히 큰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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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귀가 잘 발달하면 균형감각 뛰어나 - 유비는 굉장히 큰 귀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영웅호걸 중에 대표 주연을 꼽자면 단연 유비와 조조일 것이다. 그리고 둘 다 자(字)에 ‘덕(德)’이라는 글자가 있다.
유비는 현덕(玄德), 조조는 맹덕(孟德). 덕(德)은 쉽게 말해 포용력이라는 뜻인데, 유비와 조조 옆엔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모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재들을 다스리고 거느리는 방법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판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조조는 호방한 기개와 빠른 판단력, 상대를 설득하는 언변을 갖춘 전형적인 리더 스타일이었다. 맹(孟)이 ‘맏이’, ‘첫째’라는 뜻처럼 맹덕(孟德)이란 자(字)는 그만큼 그가 얼마나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유비는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주변에 있는 관우나 장비, 제갈공명과 조자룡이 훨씬 더 유능했다. 대신 유비는 다른 능력을 사용했다. 바로 그의 귀(耳)이다.
삼국지에 나온 유비의 인물 묘사에 따르면 유비는 굉장히 큰 귀를 가졌다고 한다. 사실일수도 있고 과장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귀가 밝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유비의 덕엔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타인의 말을 잘 경청할 수 있는 두 귀뿐이었다. 이 덕에 뛰어난 참모, 장수들과 신의(信義)를 다져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 된 것이다. 그의 자(字)를 현덕(玄德)이라 한 이유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玄:검다, 그윽하다) 타인이 재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무게중심이 되어 토대(德)를 만들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귀가 잘 발달하면 청각뿐만 아니라 균형감각 또한 뛰어나게 된다. 이는 해부학적으로도 알 수 있는데, 귀는 크게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반고리관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반고리관은 세 개가 있고 각각 수평, 수직, 회전을 감지해내서 몸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기울었는지를 알 수 있다. 흔히 우유부단하여 타인의 말에 쉽게 유혹되는 사람들을 귀가 얇다고 하는 것도 귀의 균형감각기능이 그만큼 떨어져있음을 묘사한 표현이다. 그래서 소리를 왜곡 없이 정확히 듣는 것과 정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 모두를 갖췄을 때 비소로 좋은 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이야기를 나눠도 달리 해석하여 서로 오해를 하고, 생각 없이 무작정 따르거나, 내용에 상관없이 거부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듣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본래 귀의 기능이 점점 퇴화되어 바깥의 소리뿐만 아니라 내면(마음)의 소리도 들을 수 없어, 매사에 억지와 고집으로 일관하게 된다. 이것이 진짜 ‘귓병’이다. 만일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을 설득하기 전에 자신이 잘 듣고 있는지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글 카페 방하 봄동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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