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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먹는 것이 ‘나’다

입력 : 2014-12-10 10:58:00
수정 : 0000-00-00 00:00:00



 



한살림 설립자이며, 동학사상 연구자이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께 한 사람이 여쭈었다. “선생님! 현대인들이 요가니 명상이니 하면서 도를 닦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째서 세상은 더 혼탁하고 성인은 없는 것인가요?”



“먹는 것이 예전만 못해서 그렇다.”



지금 이 대화의 주인공이 무위당 선생님인지, 인도의 성자인지 정확하진 않으나, 우리 먹거리에 대해 일침을 가했던 일화로 기억한다. 



2010년을 고비로 100%대 였던 쌀 자급율이 3년 내내 80%대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식량안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의미라 한다. 우리 국민이 먹는 쌀의 20%정도는 외국산 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나도 자주 애용하는 1500원짜리 김밥은 중국산 찐쌀이 원료로 쓰인다는 뉴스(쌀은 관세가 붙지만 찐 쌀은 없다한다)도 있었다. 잔치에 꼭 빠지지 않는 여러 종류의 떡도 모두 수입산 쌀로 찌기 때문에 맛이 예전 같지 않다. 



어디 이 뿐인가? 지금 우리가 먹는 식용유는 예전의 콩기름이 아니다(지금 콩자급율 6.4%). 식용으로도 썼지만, 긴머리 딸 때 썼던 유채기름이 지금의 카놀라유(캐나다 유채기름)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 사상가가 보기에 사람들이 제대로 된 것으로 먹지 않는데, 어찌 정신인들 제대로 이겠냐는 일침을 가했던 것이다. 



근래에 몬산토 GMO 식품에 대해 여러 가지 자료를 조사하면서, 내 자신의 무지에 대해 통탄을 하였다. 우리나라 옥수수 자급율이 0.8%이다. 그렇다면 우리 애들이 좋아해서 쪄서 먹는 옥수수가 GMO일 확률이 99.2%가 된다. 더구나 그 옥수수가 햇볕 따뜻한 봄 날 금촌장날에 산 모종을 심어서 나온 옥수수라 해도 말이다. 이 옥수수가 아르헨티나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간 GMO 옥수수란 말인가? 



원래 농민들은 종자를 받아서 썼다. 알곡이 야무지게 열리면 이웃 농가에서 씨앗을 얻으러오고, 나눠주기도 했다. 그런데 종묘회사가 생산성이 높다고, 병충해를 잘 이긴다고 종자를 팔았고, 농민들은 종자를 사서 뿌렸다. 원래 시장에 의존하지 않던 농업이 종자 회사들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제 돈 없는 사람은 작물을 키울 수 없게 되었다. 파주에서 태어나 대대로 농사를 짓던 한 어르신이 어느날 고추씨를 받았다가 다음해 심었는데 고추가 열리지 않았단다. 아마도 GMO 종자 아니었을까? 



왜 이렇게 되었버렸나? ‘잘 먹고 잘 살려고’ 열심히 일한다지만, 열심히 일하다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건 아닐까? 흠이 안난 사과를 찾고, 무르지 않고 빨간 딸기를 찾고, 한겨울에 노란 참외를 찾고...이 이상한 놀이에 빠져서 내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나는 GMO종자처럼 불임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내가 나에게 묻는다. 내 몸을 이루는 100조개의 세포가 무엇을 먹고 만들어진 세포일까?  내가 지금 먹는 것이 ‘나’ 일텐데...



 



임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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