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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주년 사설

입력 : 2015-10-21 13:20:00
수정 : 0000-00-00 00:00:00

귀를 더 키우겠습니다 



발을 더 만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렵게 꿈꾸지 말고, 그냥 하자.’(창간 1호 사설 2014년 10월21일)고 시작한 일이 지금 1년이 되었습니다. ‘헬기타고 정상가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골짜기는 버리고 산만 택하려 하지 말고’, ‘돈과 경쟁’을 버리고 협동으로 살아야 한다고 1년을 달려왔습니다.



 



시민들이 돈을 모아, 시민의 힘으로 신문을 만든다고 하면서,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문이 되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래도 모자라고 아쉬운 것이 많았습니다. 가슴은 뜨거웠으나 현장으로 달려가는 발이 부족했고, 마음은 열려있으나 담는 귀가 크지 못했습니다.



 



이제 자신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뛰면 더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지금 영국에서 노동당 당대표로 제러미 코빈이 66세의 나이로 당대표가 되어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대표가 된 이후 3개월만에 당원이 12만 명이 늘었습니다. 제레미 코빈은 런던의 달동네, 이슬링턴에서 국회의원을 32년째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지역을 돌고, 그 성실함으로 지역에서는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합니다. 하지만 노동당 내에서는 ‘왕따’에 가까울 정도로 아웃사이더. 어떻게 그가 노동당 대표가 될 수 있었을까요?



 



미국에도 돌풍이 불고 있습니다. 74세의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를 좇고 있습니다. 30년 정치인생이지만 무명이나 다름 없던 버니 샌더스가 40여만 명의 후원자들로부터 160억 원의 정치자금을 모금하면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샌더스는 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버몬트주의 가장 큰 도시 벌링턴에서 8년간 시장을 했습니다. 샌더스는 지역의 갑부가 호숫가 불모지에 호화 호텔을 지으려는 계획을 수용하지 않고 대신 누구나 보트를 빌려 탈 수 있고, 핫도그도 사 먹을 수 있으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민을 위한 호수’로 바꾸었다 합니다. 시장으로 당선되자마자 시장 직속의 예술위원회를 만들어 시민들이 무료로 예술과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서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사업도 벌이고, 대형 식료품 체인점이 시내에 슈퍼마켓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거부하고 소비자들이 주인인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합니다. 그가 받는 지금의 ‘돌풍’같은 사랑은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 나이 많은 두 정치인들은 어느날 뜬금없이 우리에게 나타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30년 이상 꿋꿋하게 자신의 소신을 실천해왔던 삶이 사람들의 눈에 띤 것이고, 믿음을 얻게 된 것이지요.



 



우리 「파주에서」도 꿋꿋하게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거창한 정론직필이니 언론의 사명이니 하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시민이 주인공인 그 현장에, 시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그 자리에 함께하면서 시민이 파주시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우리 신문사에서 매달 넷째주 토요일 ‘임진강 나들이’를 해왔습니다. 어느날 문산행복센터에 갔더니 30분이 늦었더군요. ‘9시반’이라는 생각으로 수첩을 들추거나, 시간을 확인할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할 생각도 못한 채,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기에 지각한 것입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옳다고 ‘확신한다는 것’이 다른 것을 외면하거나 못믿는 행위가 될 수 있고,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언론은 특히 열린 눈과 귀를 가져야할 것입니다. ‘내가 옳다. 니가 그르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면 시민의 눈과 소리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집이 쓸모 있는 것은 기둥이나 벽 때문이 아니라, 비어있는 공간 때문입니다. 좌니 우니, 보수니 진보니 하는 세상의 딱지를 버리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현장으로, 시민이 아프고 힘든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파주에서」가 가는 길이고, 정론직필의 길이 될 것입니다.



 



그간 「파주에서」를 믿고 기꺼이 조합원과 구독자가 되어주신 파주시민에게 온 마음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귀를 더 키우겠습니다. 발을 더 만들겠습니다. 주신 사랑을 발로 뛰며 답하겠습니다.



 



오스트리아에는 주민의 70%가 구독하는 포랄베르거 나흐리히텐 신문이 있습니다. 우리 「파주에서」가 대한민국의 ‘나흐리히텐 신문’이 되겠습니다. 



 



 



편집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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