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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나의 파주 갯말 '갈현리 일기’

입력 : 2014-11-12 15:43:00
수정 : 0000-00-00 00:00:00

 

 

 

- 오두산에서 바라 본 두물머리, 이곳 두물은 한강과 임진강이다.

갈현리를 검색하면 전국에 걸쳐 수 많은 갈현리가 등장한다. 내가 사는 갈현리는 이 수 많은 갈현리 중 한 곳이다.

동네 어르신들은 진구지나 갯말, 윗말로 더 많이 부르는 이곳은 공릉천의 끝자락,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가까이에 장릉이 있고, 제법 큰 헛농사를 지으시는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키는 곳. 마을로 들어오는 두 군데 초입에는 200년은 족히 살았을 법한 느티나무가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갈현리에 산다 하면 이웃 어르신들은 “진구지여, 갯말이여?”하고 물으신다. 갈현리라는 명칭만 보면 칡이 많은 동네인데,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을 지칭하는 진구지나 갯말을 보면 이 마을이 공릉천과 연관이 많은 걸 알 수 있다. 진구지는 말 그대로 물이 많은 진땅을 부르는 말일 테고, 갯말은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개펄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은 얘기는 오래전 자유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마을의 논, 밭이 있는 자리들이 공릉천보다 낮아서 물난리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자유로가 생기고, 간척사업을 벌여 지금은 제방을 사이로 두고 천과 마을이 구분되면서 따뜻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정리되었단다.

이곳은 문명과 원시 사이 어디쯤인 것 같다. 아무래도 주변에 군사시설이 많아서 개발에 제한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마을을 지키고 살아오신 마을 어르신들의 성품을 닮아서가 아닌가 싶다. 밤늦은 귀가 길에 쉽게 고라니나, 너구리, 살쾡이, 큰 부엉이와 같은 야생동물과 마주친다. 이것들은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다가온다. 저녁 아홉시만 넘어도 마을은 칠흑에 잠기고 풀벌레와 소쩍새 울음소리로 채워지는 동네.

이렇게 아름다운 갈현리가 더 빛나는 것은 보석을 품고 있어서 인데 그 보석중의 으뜸은 예술가의 작업실이다. 호두나무와 잣나무를 품은 예술가의 작업실은 갯말을 내려다보며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갈현리 지킴이 고양이 ‘고똘’과 ‘송이’, 얼마 전 태어난 송이의 네 마리 아가와 헛농사를 따라 짓는 어설픈 예술가가 살고있다. 철이 되면 송이송이 알알이 열매를 맺는, 돌보지 않아도 잘 크는 채소들과 뿌리기만 해도 제몫을 다해 가득 피어나는 꽃들이 제 분수만큼 땅을 차지하며 자란다.

사진의 미로를 맞춰 파주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갈현리를 찾아보시라. 그곳에 예술가가 산다. 갈현리의 어여쁨을 표현하라면 그 아무렇지도 않음이 첫 번째이다. 두고 볼 수록 반하는 그 매력은 오래 전 잃어버린 고향의 모습을 하고 있다. 늘 한결같던, 그래서 소중한줄 모르고 떠나온 고향의 풍경을 갈현리는 안고 있다.

환경은 사는 사람을 닮는다. 집이 그러하듯. 갈현리는 마음 깊이 간직해두고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던 나의 소중한 보석 같은 곳이다. 난개발 되고 있는 경기도 곳곳에서 이토록 늘 집이 그립게 하는 옛날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마을이 또 어디 있을까.

글•사진 | 김 성 래 (조각가•화가)


프라하 국립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

히브리대학 베젤레 조형 예술 아카데미 레지던스

개인전 6회와 다수의 그룹/기획전에 참여

크렌아트와 성신여대 강의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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