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현리 산머루 농원, 감악산 그 곳에 술이 익고 있었네
수정 : 0000-00-00 00:00:00
대한민국 산머루 농사의 원조
파주 북쪽에 위치한 감악산은 197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최초로 산머루 재배가 시작된 곳이다.
원조가 대우 받는 시대, 그야말로 글자그대로 원조인 셈이다.
처음엔 흑염소를 방목하다 우연한 기회에 자생머루를 발견했고 현재는 50여 농가에서 머루를 재배해 매년 9-10월이 되면 연간 400톤의 머루가 생산되고 있다. 그 중 200톤이 와인, 농축원액, 쨈같은 가공품으로 만들어 진다.
파주지역의 심한 일교차와 청정한 공기는 당도 높고 질 좋은 머루를 만들어낸다. 20 브릭스를 넘나드는 당도는 원액으로 마셔도 꿀을 넣은 듯 달다. 특히 포도나 다른 베리과 열매들 보다 뛰어난 항산화, 항암효과를 인정받으며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와 좀 더 가까이- 체험 투어
1995년 가공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머루 관련제품 생산에 나선 농원은 유통과정에서 불필요 하게 발생하는 중간마진과 홍보비를 줄이는 대신 소비자가 직접 농장을 찾아 와인 가공 공정을 견학하고 와인 만들기들기, 쨈 만들기 체험을 하며 와인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팜 스터디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한 병의 와인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농원 곳곳의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을 병에 붙여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자신만의 와인을 가질 수 있다. 성수기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월 5000여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체험투어에 참가하고 있으며 해마다 참가 인원은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만 관광객들의 단체관광이 줄을 잇고 있는데 숙성된 와인에 코르크 마개를 밀봉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어 관광객들이 매우 즐거워한다.
서충원 산머루농원 대표이사는 “체험투어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도 호의적이고 참가한 후 와인이나 쨈, 농축액 등을 추가로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들은 소중한 체험과 추억을 상품과 함께 구입하고, 생산자는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마진을 줄이고도 소득을 증대 시킬 수 있다”라며 앞으로 고객들이 좀 더 많은 체험을 하고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것 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감악산 겨울, 산머루 열매는 없지만,
오크통과 항아리에선 술 익는 소리가 난다.
산머루의 수확 계절은 가을이다. 그래서 겨울인 지금은 나무에 열린 산머루를 볼 수 없다.
하지만 와이너리 지하 와인터널에서는 수확한 머루로 빚은 와인들이 오크통, 항아리, 병 속에서 사시사철 숙성되고 있다.
와인터널을 따라 길게 늘어서 유혹하는 듯한 자태를 감상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일반적으로 3~5년 걸리는 숙성 과정에서 와인은 저마다 다른 풍미를 갖게 되는데, 오크 숙성 와인은 향이 뛰어나고, 항아리 숙성 와인은 부드럽고 다양한 맛을 낸다. 이렇게 숙성을 끝낸 와인들은 다시 병으로 옮겨져 15도 이하 온도와 70% 정도의 습도를 항시 유지하는 와인창고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이곳 와인 터널은 프랑스 와인 창고 느낌에 한국적인 매력을 가미해 특유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와인창고의 격자무늬 문과 전통 문양의 자물쇠가 눈길을 멈추게 한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사람들에게 와인을 빚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창고에선 술 익는 소리를 들려주고, 나만의 와인을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이곳에서 소비자는 제조과정에 대한 신뢰를 얻는다. 산머루 마을은 아름답고 재미있고 미래적인 영농 감각이 빛나는 곳이다.
산머루주의 오묘한 빛깔에, 혀끝을 사로잡는 도도한 향에, 감악산의 아름다움에 푹 취해보자.
글 | 김찬주 기자 / 사진 | 현도영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