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즐기는 파주 ⑧ 자전거로 ‘소녀가 된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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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소녀가 된 엄마들
"남편이 안 놀아줘서요", "바람을 느끼고 싶었어요", "예뻐지려구요", "살 빼려구요", "멋있어 지려구요"
자전거를 타는 이유를 묻자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는 아우성들입니다.
새벽도 좋고 비가 와도 자전거를 타고 공릉천을 달리는 그녀들에게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법하여 다시 한번 되물어 보았습니다.
"대체 비가 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는 이유가 뭐에요?"
"비를 맞으며 달려보고 싶었어요." "비오는 날에는 얼굴이 안타잖아."
"라이딩을 하면 하늘도 보게 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자연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레포츠 잖아요."
"맨날 테이블 술잔만 보다가 자전거를 타니 너무 좋아요."
"시간이 새벽 밖에 없어요. 그런데 타보니까 너무 좋아서 계속 타요. 딱히 목적은 없어요."
자전거를 타면 좋은 이유를 분명하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녀들의 표정은 모두 상기되어 자전거를 통해서 전해지는 행복감이 얼굴에 묻어났습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을 젊은 엄마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딱히 없어서 가끔씩 모여서 생맥주 한 잔을 하는 정도가 전부였던 젊은 엄마들에게 자전거는 새로운 세상이 분명했습니다. 말로는 표현을 하기 어렵지만 자연 속을 시원하게 달릴 때 귓가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소리와 운동으로 적당히 흐르는 땀이 주는 건강한 기운이 기분을 한껏 고양시킵니다.
자전거의 모양과 색상을 보면 각양각색입니다. 아기 바구니가 달려있는 자전거, 네발 자전거에서 보조바퀴를 갓 떼어난 앙증맞은 자전거, 핑크빛 자전거, 빨간 자전거, 꼬마 자전거, 신문을 구독하면 줄 것만 같은 자전거 등 세상에 있을 법한 생활자전거가 전부 모인 것 같습니다.
형형색색, 크고 작은 개성이 넘치는 자전거에 올라타고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만, 시끌벅적하게 공릉천을 달리는 그녀들은 자칭 ‘소녀시대"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소녀시대"는 문발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의 자전거 동아리입니다.
자전거가 주는 생동감이 너무 좋아서 소녀가 된 듯한 기분에 취해서 이름도 ‘소녀시대"라 불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기에 절묘하게도 8명의 학부모가 모여서 자연스럽게 ‘소녀시대" 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제는 연습생 까지 생겨서 총 10명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걸그룹인 ‘소녀시대"는 ‘자전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어서 더욱 어울리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문발동 소녀시대" 는 교하에서 가장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으므로 가장 열렬하게 자전거를 알리는 교하의 ‘자전거 홍보대사" 가 분명합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려면 ‘소녀시대"처럼 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라 남편과 아이들을 출근시킨 후에 자전거를 타고 삼삼오오 문발동의 ‘홍삼나라" 앞으로 모여 듭니다. 주 2회 이상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등교가 없는 토요일에는 특별히 새벽 라이딩을 합니다. 이 때는 대부대가 되는데 아이들을 앞장 세우고 자전거도로를 따라 공릉천으로 달려가는데 그 광경이 아주 장관을 이룹니다. 시간이 허락하면 헤이리 까지 달려가 돼지국밥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평일에는 모두가 출근한 후에 도시락을 싸들고 오전에 약 2시간 정도 가볍게 자전거를 타고 편의점에 모여서 유쾌한 폭풍 수다와 음료 한잔으로 라이딩을 마감 합니다.
‘소녀시대"는 자전거가 줄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으며, 파주에 사는 장점을 가장 잘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틀 무렵 형형색색의 자전거가 송촌교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소녀시대"와 그 가족들인줄 아시면 틀림이 없습니다.
값비싼 자전거 보다도 더 값지게 자전거를 타는 ‘소녀시대"를 응원합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가족들과 한번 자전거 길에 나서 보세요.
글 허심(자전거를 사랑하는 조합원)
‘자전거로 즐기는 파주"는 마지막회입니다.
그간 지면을 행복하게 채워주신 허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파주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파주탐방에 기고하실 분은 편집부로 연락바랍니다.
#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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