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용기’를 다시 일깨우다! - “야쿠바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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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졌던 ‘용기’를 다시 일깨우다!
“야쿠바와 사자” ① 용기 티에리 드되 글 · 그림, 염미희 옮김, 길벗어린이
‘그림책을 어른이?’하는 의아심이 들수도 있겠다. 그림책이란 어린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물론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읽어주다 어른이 감동받는 그림책도 있다. 여기서는 내 아이에게 읽어주다 그만, 어른인 내가 감동받은 책을 소개해 볼까 한다.
『야쿠바와 사자』(,티에리 드되 글•그림, 염미희 옮김, 길벗어린이)가 바로 그런 책들 중의 하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성치 않은 자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아침 0교시에 책읽어주기를 하는데, 매년 첫 수업시간에 들고 가는 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어떤 내용을 먼저 전해줄까 고민 고민하다 늘 ‘용기’란 주제를 먼저 선택한다.
‘용기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수 없이 ‘용기’라는 단어를 말했던 것 같지만 정작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말하기가 쉽지 않다. 용기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 그럴수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림책을 통해 아이에게 용기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주는 좋은 기회라 싶었다.
『야쿠바와 사자』는 1권에는 ‘용기’. 2권에는 ‘신뢰’를 이야기 한다.
아프리카 작은 마을, 전사가 될 소년을 가려내는 축제가 열린다.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용기를 보여야 한다. 혼자서 사자와 맞서야만 하는 것이다. 내리쬐는 햇볕을 견디며 걷고 또 걸고 숨막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야쿠바는 사자와 맞선다. 하지만 사자는 피를 흘리고 있고 힘이 바닥나 있었다. 사자는 말한다.
“자, 둘 중 하나다.
비겁하게 날 죽인다면, 넌 형제들에게 뛰어난 남자로 인정받겠지. 만약 내 목숨을 살려 준다면, 넌 스스로 고귀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는 거야. 대신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받겠지. 어느 길을 택할지 천천히 생각해도 좋아. 날이 밝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야쿠바는 쉽게 전사가 되느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느냐 하는 선택의 시간을 맞이 한 다. 이 책을 읽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을 선택할까? 그림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다.
쉽게 전사가 될 수도 있을 터였지만 야쿠바는 싸우지 않았다. ‘싸우지 않는 것’도 용기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약자에 대한 괴롭힘이 자주 전해지고 있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약자가 약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멀쩡한 사회가 그립다.
프랑스에서 1994년과 2007년에 각각 출간된 이 책은 흑(黑)과 백(白)만을 사용하면서도 강력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목숨을 걸고 맞선 소년과 사자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검은 아크릴 물감을 묻힌 큰 붓으로 굵고 거침없는 선을 화면 가득 채웠다. 특히 사자와 야쿠바의 얼굴 윤곽을 따라 짙게 표현한 명암은 두 등장인물의 고뇌의 깊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글 | 김영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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