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맛있는 쌀밥 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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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밥 한 술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벼농사 이야기
맛있는 쌀밥 묵자
글 이호철/ 그림 김종도 /고인돌
귀한 밥 한 숟가락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농부의 진한 땀방울, 사랑과 정성, 그리고 사계절 자연의 선물 등…, 우리가 날마다 먹는 밥 한 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동화책이 나왔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처럼 예나 지금이나 하늘 아래 가장 근본이 되는 큰 일은 바로 농사라고 했다. 특히 한 해 농사의 시작인 벼농사는 논갈이부터 볍씨뿌리기, 못자리 만들기 등 사계절 내내 가장 공들여야 하는 일 중 하나다.
볍씨를 갈무리하고, 못자리에 볍씨를 뿌리고, 모내기를 하고, 뜨거운 여름 내내 김매고, 가을에 벼 베고 타작해서 얻은 벼. 그 벼는 정미소를 거쳐 하얀 쌀이 되어 우리 입에 들어온다. 이 책에는 이러한 모든 과정의 사계절 벼농사 이야기가 주인공 호철이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 입말로 정감 있게 쓰여 있다.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을 곁에서 거드는 호철이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농사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대해 깊이 알게 된다. 어린이책의 미덕이라면 아마도 친절함일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낯선 사투리 외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모르는 용어들이 많다. 모찌기, 못강아지, 웃거름, 도열병 외에도 도시 아이들에게는 생경한 농기구. 그리고 논을 중심으로 철따라 보여지는 풀, 꽃, 곤충, 새 등 자연 생태에 관한 것들이 요즘의 도시 아이들에겐 낯설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따로 설명을 두거나 정성껏 그려진 삽화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선연히 펼쳐지는 김종도 화가의 서정성 짙은 그림은 독자들의 마음에 푸근함과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산기슭 양지쪽엔 분홍 진달래 꽃망울 터지고 논두렁 사이사이에는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아있다. 너른 들판 한가운데에선 느릿느릿 황소가 주인과 발을 맞춰 논갈이 밭갈이 하는 옛 시골 풍경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련한 그리움과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이와 더불어 각 계절마다 농부들의 생생한 노동 현장의 모습들도 삽화로 엿볼 수 있다. 농사일이란 얼마나 고된가. 그러나 그 고단함 뒤에는 자연이 주는 평안과 선물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고된 농부의 일상을 엿보면서 한편으로 우리는 평화롭기 짝이 없던 옛 농촌 풍경을 슬며시 떠올리게 된다.
피땀 흘린 노동 뒤엔 와랑와랑 신나게 타작하고, 긴 겨울 뜨끈한 방에서 고슬고슬하고 구수한 쌀밥의 맛을 느낄 수 있음은 당연한 선물이다. 독자들은 비로소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뜨끈한 밥 한술의 의미를 느낀다. 밥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힘이고, 사계절 자연의 질서이며, 농부의 땀의 결실이며 이웃 · 가족 간의 정이라는 것! 그리고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주는 정직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서평 김경옥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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