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물길을 만드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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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 ‘검룡소 이야기’
보태지고 합해져 흘러가는 물줄기
물길을 만드는 아이
글 홍종의/ 그림 한태희 / 키다리
서울의 중심부를 유유히 흐르고 있는 한강! 한반도의 젖줄인 그 장엄한 물줄기를 바라보노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 물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의문을 품은 어린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동화가 있다. 바로 한강의 발원지에 관한 동화인 『물길을 만드는 아이』이다.
‘검룡소(儉龍沼)’는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 금대봉 기슭에 위치한 아주 작은 샘이다. 검룡소라는 이름은 ‘검소한 용의 연못’ 또는 ‘부족한 용의 연못’ 이라는 뜻으로, 이곳에는 용이 되려는 이무기 설화가 존재한다.
옛날 서해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자 하였으나 여의주도 없고 공덕도 쌓지 못했다. 그래서 궁리 끝에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면 승천할까 하여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 곳이 바로 ‘검룡소’라는 것이다. 설화에는 그 이무기가 결국 용이 되었는지 결말은 나와 있지 않으나, 이무기가 연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자국이 지금의 검룡소에서 쏟아지는 폭포라는 것이다.
검룡소는 작은 샘이지만 이곳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1285리(514km)나 되고 3개의 도와 12개의 시군을 거쳐 32개의 지류와 합하여 한강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검룡소 설화에는 왜 위대한 용이 아닌 ‘모자란 용’이라는 뜻의 ‘검소할 검(儉)’자를 붙였을까. 이 부족함이『물길을 만드는 아이』작품의 주된 서사이고 작가의 주제의식과 맞닿아있다.
이름에 걸맞게 동화 속에는 부족한 인물들이 나온다. 착하기만 하고 영악하지 못해 업신여김을 당하는 무탈이, 그리고 칭찬 세 마디에 마음을 쏙 빼앗겨버린 조금 모자란 이무기, 또 신령치고는 좀 허당 같은 금대신령과 순박한 송아지.
모자라고 평범한 주인공들은 오히려 그들만의 노력과 수고로움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들어간다. 그들은 물길을 찾아내고 이무기는 검룡소의 주인이 되어 천년만년 물길을 이어가는 주역이 된다. 우리의 옛이야기가 그렇듯 이 동화는 결코 어렵지가 않다. 이야기 흐름이 치밀하기 보다는 현실과 판타지 세계를 넘나들며 적당한 허풍과 단순성으로 설렁설렁 경쾌하게 읽히는 맛이 있다.
태백의 작은 물줄기 검룡소! 그러나 이 작은 샘은 오래도록 흘러 흘러, 정선의 아우라지, 영월, 단양, 충주호, 그리고 여주를 지나, 두 물이 만나는 곳인 양평의 두물머리, 그리고 서울로 흘러 통일로 가는 길목인 파주, 김포를 지나 서해로 흐른다. 한강의 발원지인 작은 샘, 그 시작은 미미하고 검소하나 보태지고 합해져 끝은 영원하고 창대하리라.
글· 김경옥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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