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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① 임진강과 한 몸으로 살아온 농부 박해연

입력 : 2014-11-12 12:57: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① 박 해 연



하천정비사업 반대  농민대책위원장, 마정 2리 이장



 





 



  



 



 



 



 



 



 



4대강 사업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심한 녹조현상과 큰빗이끼벌레라는 기괴한 생물이 뒤덮는 등 강들이 죽어가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마치 복권에 당첨되는 일인 냥 기대했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성토지역 영농보상비, 관리비용 등으로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게 되었다는 언론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생태계가 뒤틀리는 후유증과 득보다 실이 더 많아 보이는 하천정비사업이 임진강에 밀어닥쳤다.



 



임진강은 DMZ를 끼고 있어 개발의 손이 닿지 않아 자연 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하구가 열려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는 기수역이 살아있고 하천 유역으로는 논과 초지 등 넓은 습지가 펼쳐져 있어 임진강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멸종위기 조류, 양서파충류, 곤충 등 생명들의 안식처로, 인근에 펼쳐진 넓은 농경지에는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 동물이 살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친환경쌀은 파주와 광명지역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는 급식쌀이다.



 



4대강의 악몽, 임진강에서 되풀이 되는가



국토부가 여기에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사업은 민간인 통제구역안 거곡리, 사목리, 마정리 그리고 문산천이 합류하는 칼섬 등 철책선 안의 습지와 논을 긁어내고, 그 흙을 장단반도의 광활한 논에다 쌓겠다는 것(3~4m높이로)이다. 사실, 문산 지역 홍수예방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오히려 홍수 위험이 커진다는 전문가의 진단도 나와있다. 더구나 장단반도에 쌓는 준설토는 밀물의 영향으로 되 메워질 수 밖에 없으니, 4대강처럼 돈만 버리는 사업이라고 농민들은 보고 있다.



 



그래서 농민들은 지난 9월 11일 [임진강 거곡 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 반대 농민대책위원회(이하 농민대책위)]를 만들었다. 6월에 있던 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된(정식으로 폐회하지 못하고 유회함) 후, 이대로 청춘을 바친 농토를 빼앗길 수 없다고 마을 이장과 농촌지도자 들이 모여 조직을 결성했다.



 



「파주에서」는 임진강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박해연 농부를 ‘파주를 지키는 아름다운 얼굴’로 정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마정리를 찾았다.



 



박해연씨는 마정2리 이장이며 북파주농협 이사이면서 농민대책위 공동대책위원장이다. 박해연님처럼 이 농민대책위에는 그동안 마을일과 정부의 농정에 적극 협조하던 마을 이장 과 농촌지도자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마을 전체의 반대가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파주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겁니까?”



“내가 그랬어요, 앵무새들 아니냐고. 국토청 사람들 얘기 그대로 옮기는 앵무새 아니면 뭐냐고. 공청회 일정도 그래요. 아시다시피 지금 농번기 아닙니까? 그러면 농민들 한 숨 좀 돌리고 그거(공청회)하면 어때요? 농사일에만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안 갈 수도 없고.”



 



박해연씨는 격앙되어 있었다. 지난번 공청회가 유회된 이후 열리는 ‘속개공청회’인데, 바쁘니 추수이후 하자는 농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국토청이 강행하고 있어서이다.



 



“농사꾼이 땅을 잃어버리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인데 그거 보상해 준다고 해도 그 보상은 땅주인들한테 가는 거고 나처럼 땅 임대해서 농사 짓는 사람들은 어떡하란 말입니까? 이런 애타는 마음을 파주시에서 알아서 우리를 대변해 줘야 하잖아요.”



 



“문산에 홍수 날까 봐 그거 예방하려고 강을 파헤치겠다는 건데. 난 그게 이해가 안 되요. 내년에 한탄강 댐 만들어지는데다 펌프장도 잘 돼 있어서 요즘은 관리가 잘 된다구요. 그리고 이 임진강에는 밀물 썰물이 드나들면서 계속 흙이 퇴적이 되는데 그럼 그거 계속 파야 홍수 예방하냐고. 이해가 안 돼서 질문을 하면 이 사람들(국토청, 파주시 관계자)이 얼버무려요.”



 





 



 



 



▲ 임진강은 삶의 터전, 어머니 품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고 직장생활을 하다 서른 무렵 농사 일을 시작한 박해연씨에게 농사는 애증 그 자체였다고 한다. 농사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땅과의 교감, 곡식이 익을 무렵의 보람 운운하겠지만 발이 닿아야 하고 손이 가야 하는 일이 농사인지라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다. 이미 시작했고 먹고 살기 위해 열심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 학교 보내야 했고 농협에 진 빚을 갚아나가려면 손을 쉴 수 없었다. 그래도 땅이 있어 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진한 웃음을 보인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임진강을 찾는 사람들, 올망졸망 손잡고 견학 오는 아이들에게 꽃을 가르쳐주고 개구리를 보여주며 지역관광홍보대사 노릇을 한다는 얘기를 할 때 는 땅을 지켜온 농부의 자긍심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날벼락이 친 것.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삶의 터전이고, 전부였던 임진강을 파헤친다니 자연이 얼마나 노할까 두렵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비극인데 왜 농부들만 이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누가 농부를 독하게 만들었는가



임진강가의 농토를 둘러보러 나선 길. 그는 농한기에는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배우러 금촌이든 서울이든 다닌다고 했다. 임진강의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참 예쁘지 않냐는 얘기를 할 때, 그는 임진강과 하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과밭을 지나며 “이 북쪽에서 사과농사가 가능할 만큼 기후가 이상해졌다”며 환경을 걱정하며 “아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줘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해연씨가 임진강을 바라보며 이렇게 나지막이 말했다.



“임진강은요~ 삶의 터전이고 어머니 품 같은 겁니다. 함부로 건드리면 안됩니다.”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을 때문에 결국 불도저가 들어온다면 자신의 몸을 던지겠다는 박해연씨. 땅을 딛고 강을 바라보며 선하게 살아온 이 농부를 누가 이토록 독하게 마음 먹도록 했는지 안타깝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강조했던 박해연씨 의 당부는 자연과 하나인 사람의 진심이었다.



“자연을 인간이 다스리겠다는 건 오만입니다. 있는 대로 어우러져 살아야 그게 아름다운 것이죠.”



 



 



글•사진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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