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지키기] 임진강 시민토론회(5월20일) 발제내용과 토론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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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가뭄, 홍수, 생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민토론회 결과 및 발제 요약
일시 : 2015. 5. 20(수) 오후 7시
장소 :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 강당
참석 : 강미경, 김동성, 김문경, 김상기, 김수진, 김옥주, 김현경, 노현기, 박병삼, 박병상(발제1), 박병수, 박은주, 박재필, 백경오(발제2), 사재광, 이상민, 이혜란, 임경란, 임현주, 정명희, 정인철(발제3), 조두극, 조신호, 조영권, 천호균, 최용석, 최정분, 파주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국장 <이상 28명 참석>
Ⅰ. 시민토론회 결과 결정사항
1) 환경영향평가서 거짓작성과 관련 환청청의 조사결과가 ‘단순실수’로 결정날 경우 국민감사청구운동을 시작한다.
2) 환경청의 보완요청에 따른 전문가 조사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지출한다.
3) 농민조직을 위한 논의는 농민대책위 혹은 농민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별도로 논의한다.
4) 국토청 보완서 제출 시기를 감안하고, 임진강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 제 2차 시민 행동의 날 보다 확대된 <임진강 생명평화 축제>를 8월말 혹은 9월초 경에 개최하며, 별도의 준비위를 꾸린다. (임진강 그리기대회, 음반발매 등의 아이디어 구현 포함)
※ ‘임진강 준설반대’가 아닌 임진강 생명평화 축제라는 포지티브 방식은 임진강 지키기의 과정이 지역 주민, 파주시민들이 참여하는 문화운동이며 동시에 임진강 지키기 활동을 만들기 위한 영역의 하나이다. 또한 포지티브 방식을 통해 시민사회 인사나 어른들 뿐만아니라 자연환경의 주인의 일원인 미래세대(어린이나 학생)들이 주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이날 시민토론회이후 5월22일 생물다양성의날 경인방송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약 20분간 있었습니다.
Ⅱ. 발제내용 요약
발제1 : 임진강 하구 생태경관의 경제적 가치 (박병상 박사 - 인천 도시환경ㆍ생태연구소장)
두루미 10여마리가 있는 임진강 사진을 보여주면서 하구가 열려있는 유일한 하천인 임진강의 가치를 설명해주셨습니다. 물론 섬진강도 하구가 열려 있지만 섬진강은 해안도로와 수없이 반복된 준설로 생태경관적 가치를 잃었다는 설명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이날 특히 영양댐으로 훼손되기 전 내성천 회룡포 사진을 보여줬는데 마침, 이날 내성천을 다녀온 생태지평 정인철 팀장은 영양댐 건설로 흙탕물이 흐르는 회룡포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토론회 당일날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내성천의 모습이 임진강의 미래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한 사진이었습니다.
발제내용은 참고자료로 대체합니다.
발제2 : 임진강 유역에 대한 이해 - 가뭄과 홍수, 공유하천과 지천문제 (백경오 교수 - 국립한경대교수)
1) 임진강 유역의 기본 현황
- 임진강은 군사분계선 이북의 유역면적이 5,108.8㎢(62.9%)를 차지하고 있고 군사분계선 이남은 3,008.7㎢(37.1%)에 불과하다. 이 말은 62.9%의 유역에 대해 전혀 모르고(혹은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채) 임진강의 가뭄, 홍수 등을 이야기한다는 말이다.
- 임진강 유역에서 90년대 말 대홍수가 일어난 이후 2000년대부터 북한쪽에 4월5일 댐 4개, 황강댐이 만들어졌고 남한쪽은 연천에 군남댐홍수조절지가 만들어졌고 올해 한탄강홍수조절댐이 준공예정이다. 군남댐은 홍수조절지라고 하는 이유가 한탄강홍수조절댐의 부속시설의 성격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북한의 4월5일댐은 우리나라 4대강의 보와 같은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약 6~7미터 높이의 작은 댐이다. 황강댐은 발전기능을 갖춘 댐으로 물길을 개성 쪽으로 돌리고 있다고 한다.
2) 공유하천으로 인한 문제와 가뭄과 홍수
- 임진강은 유역면적의 약 63%가 북쪽에 있는 남북공유하천이다. 이로인해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9년 9월6일 휴전선 상류 42.3㎞지점에 위치한 황강댐의 무단방류로 6명이 사망하고 차량 23대 파손 인근 어민의 어구피해로 1억4천만원정도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이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황강댐의 무단방류나 붕괴에 대비한다며 남쪽에서는 군남댐홍수조절지를 만들었다.
- 한편 2014년 임진강유역의 가뭄이 심각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뭄 장기화로 파주 민통선지역의 농업용수 부족사태, 염도피해가 심각했다고 하며 경기도에서는 임진강 유량감소 관련 정부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수자원의 합리적 활용을 위해 ‘남북공동협의체’ 구성을 추진할 것을 건의했다. 또 이와 관련 군남홍수조절지와 한탄강댐이 담수기능을 갖도록 하자는 등의 상류댐의 용도전용 움직임이 보이기도 하다.
- 그렇다면 임진강 유량감소의 원인은 무엇인가? 북한댐(특히 발전용댐인 황강댐)을 전제로 해도 예년대비 50%에 불과했던 강우량 부족이 절대적 영향이었다. 오히려 북한댐보다는 군남댐이 가뭄을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즉 2014년 3월초에서 5월까지 군남댐을 저류하여 하류유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 이날 백경오 교수는 임진강 유역관리를 위해서는 기초자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첫 번째 문제는 군남댐의 유입량과 방류량 자료가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국토부 자료와 수자원공사의 자료가 일치하지 않으며 국토부가 제공하는 ‘군남수위표’는 3월2중순부터 4월말까지의 수위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수문자료의 불확실성 제거 작업부터 해야 유량감소 원인분석이 가능하다.
두 번째 문제는 북측 유역의 정보접근에 한계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의 2001년 임진강 하천기본계획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에 비해 2001년 기본홍수량이 갑자기 증가한다. 기본홍수량에 따라 계획홍수량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제방이든, 준설이든, 댐이든 필요한 하천정비계획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홍수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임진강은 북측 유역의 정보접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본홍수량이 갑자기 늘어난 것을 반박할 근거를 가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 임진강 상류 북한지역 댐(황강댐, 4월5일댐)과 군남홍수조절지, 한탄강 댐 등으로 홍수발생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황강댐은 유역변경 방식으로 평상시에 물을 예성강유역으로 보내고 있어 북측 댐은 홍수피해 우려보다는 오히려 유량감소를 걱정해야 한다. 또한 황강댐이 홍수시 만수위 상태에서 붕괴하더라도 군남댐의 저류로 홍수피해는 방어할 수 있다.
3) 하구유역에서의 지천과 홍수 대책
- 하구유역에서는 하천의 만수위 때 본류에 비해 지천의 수위가 낮아 역류현상이 발생한다. 때문에 하구유역에서 홍수위험이 높다. 한강하구 유역에 속해 있는 굴포천(인천 부평에서 김포 신곡수중보 아래서 한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은 한강 만수위보다 수위가 낮아 한강물이 역류하여 늘 홍수위험이 있었다. 1987년 굴포천 유역에 큰 비가 내렸을 때 인명피해가 있어, 이후 굴포천 유역의 홍수예방을 위해 굴포천 방수로를 파 홍수가 나면 물이 서해로 바지도록 하는 수로를 만들었다. (이것이 본래 홍수예방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이명박 정부 시절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로 만들어 한강과 서해물길을 연결하여 물은 늘 가둬놓고 있다.)
- 임진강 문산시도 한강의 굴포천 유역과 같은 구조이다. 임진강 만수위보다 문산천과 동문천 수위가 낮기 때문에 물이 역류한다. 때문에 큰 비가 올 때 임진강의 만조가 겹치면 문산천과 동문천의 물이 빠져나가질 못해 문산 일대 동문천 유역과 문산천 유역이 홍수피해를 겪게 되는 것이다.
즉 홍수는 외수위인 동문천 때문에 난 것인데 임진강을 준설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굴포천 유역에 홍수가 났다고 한강을 준설하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동문천의 홍수예방은 동문천 합류부 일대의 흐름개선이 필요하지 임진강 본류 준설은 불필요하다.
또한 외수위(동문천 등 지천)는 제방범람도 문제지만 홍수위가 낮더라도 내수위(본류인 임진강)에 비해 높은 수위를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홍수피해도 가중된다. 따라서 문산 지역 홍수는 임진강 본류 수위를 저감시킴으로써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동문천 물이 원활히 빠질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직접적인 홍수예방책이 된다.
발제3 :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보완통보 내용과 동향(정인철 생태지평연구소 정인철 정책팀장)
- 2010년 8월30일 DMZ일원 5개소 보호지역으로 지정추진하는 발표에 이어 환경부에서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신청, 2014년 환경부 3차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을 발표하기까지 환경부에서는 임진강하구를 포함한 DMZ일원을 국가의 3대 생태축으로 보전하고자하는 각종 정책들이 있었습니다.
- 반면 국토부에서는 96, 98, 99년 발생을 이유로 임진강 하천기본계획을 2011년 7월 임진강하천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와 별도로 4대강외 국가하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임진강에 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보여줬습니다.
- 환경청에서 국토부로 보낸 환경영향평가서 보완통보 내용은 ①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 거짓작성되었고 ②준설사업이 문산지역의 홍수위험을 더 키우고, 염수피해도 증대시킬 수 있으며 ③제방높이가 충분히 높아 준설사업이 불필요하며 ④법정보호종의 위협과 하천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는 요지로 내용을 별첨합니다.
- 그러나 국토부에서는 보완서를 무리없이 작성할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안에 보완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에 우리도 환경청의 보완요청 내용에 따라 임진강 준설지역과 성토지에 대해 정밀조사를 하여 국토부의 보완서에 대비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전문가를 조직하여 조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국토부가 보완서를 낸 다음 그에 대한 반박을 준비하면 늦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사를 한 이후 보고서를 준비할 때 2차 시민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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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1. 임진강 생태경관의 경제적 가치 참고자료
비좁아지는 갯벌의 묵시록
돌고래는 지진 징후를 느끼는 걸까? 돌고래 뿐 아니라 자연의 동물은 자연변이의 증후를 미리 알고 대처한다던데, 기계에 예후를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사람만 둔해진 건 아닐까?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혀 발생했다는 지난 4월 네팔의 지진은 규격 미달되는 콘크리트 건물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7천명 넘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는데, 그때 어떤 동물이 이상 현상을 보였는지 주목한 언론이 없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전 4월 10일, 도쿄 북쪽 해안에 돌고래 150마리가 올라와 떼로 죽은 뒤 대만과 오키나와에서 고강도의 지진이 잇따랐다.
바다 아래의 지반에서 커다란 지진이 일어나면 쓰나미가 발생한다. 2004년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남아시아 해안을 강타해 30만 이상의 주민과 관광객을 사망하게 한 지진이 그랬다. 돌고래는 해저 지반의 이상 신호에 민감하다던데, 과연 동일본 대지진 때에도 그랬다. 2011년 3월 인근 해안에서 돌고래 50마리가 집단으로 밀려와 죽은 뒤 6일, 진도 9의 강진이 강타해 18000명이 숨지는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았나. 그 여파는 후쿠시마 해변 지진대에 위치한 4기의 노후 핵발전소가 연이어 폭발하는 사고로 이어졌고, 그로인한 방사능 누출은 아직 맹렬하게 진행 중이며, 언제 진정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진과 쓰나미가 잦은 일본의 해안은 리아스식이다. 해안선이 들쭉날쭉 복잡하게 길다. 우리나라 서해안도 리아스식이다. 들쭉날쭉 복잡하게 길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이 연근해에 자리 잡아 큰 파고가 거세게 밀려와도 해안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일본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리아스식이 아닌 해안이 더 많다. 해안에 가장 늦게 정착한 사람이 리아스식 해안을 반듯하게 개발한 이후의 일이다. 영겁의 세월 동안 해안을 덮친 높은 파고와 쓰나미가 다듬으며 만들었을 리아스식 해안은 재해를 상당히 완충했을 것이나 높은 제방을 앞세워 직선으로 만들자 거친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서면 속수무책이 되었다.
갯벌이 있기에 따뜻한 서해안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새해 첫날 새벽이면 추위를 무릅쓰고 많은 이가 동해안을 가는 이유가 그렇다. 하지만 우리 동해안은 해 뜨는 모습을 언제나 보여주지 않는다. 맑은 날 잠시 보여주곤 이내 창백한 하늘로 올라가고 만다. 해변에서 금방 수심이 깊어지고 파고가 높으니 너그럽지 않다. 긴 모래사장에서 부서지는 파고는 이따금 너울성 파도가 되어 해안도로를 덮치며 아스팔트를 뜯어내곤 한다. 지구온난화로 바다의 수온이 높아진 이후의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는데, 해안 가까이 도로를 깔고 시설물을 세운 탓이라는 말은 애써 참는다.
동해안과 달리 서해안은 다정다감하다. 육지와 가까운 곳에 늘어선 크고 작은 섬들이 외롭지 않고 해안은 완만하기 그지없다. 크고 작은 섬과 완만한 해안이 파고를 낮춰주는 서해안은 수심이 깊지 않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밀물이 가장 높게 다가올 때와 썰어 나가는 바닷물이 가장 낮을 때, 그 수심의 차이가 10미터를 넘어서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조간대는 광활하다. 이따금 하얀 모래가 부드럽게 펼쳐지는 서해안은 갯벌로 덮인 곳이 유난히 넓다. 경우에 따라 모래와 입자가 가는 개펄이 섞이기도 하는데, 육지에서 강물을 따라 떠밀려 오랜 세월 곱게 쌓인 갯벌은 수많은 생물의 안식처다. 갯벌에서 먹고 쉬며 알을 낳는다. 유사 이전 조상은 덕분에 서해안에 패총을 만들며 터 잡을 수 있었다.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서해안은 홍조로 상기된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장관을 저녁마다 연출한다. 먹구름만 몰려들지 않는다면 언제나 누구에게나. 경작 가능한 땅이 상대적으로 좁은 한반도에 많은 인구가 삶을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었던 큰 이유는 갯벌이 제공했다. 같은 면적의 농토보다 10배 이상의 영양분을 공급해온 갯벌은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일 뿐 아니라 육지에서 흘러나가는 영양염류를 분해한다. 인체에 비교할 때 자궁과 콩팥의 기능을 맡아주는 갯벌은 허파이기도 하다. 드넓은 갯벌 깊숙이 분포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막대한 산소를 공급한다. 그뿐이랴. 검은색 갯벌에서 햇살을 받아 내보내는 습기는 또 얼마나 되랴. 이래저래 편서풍 지대의 한반도는 갯벌 덕분에 건강할 수 있었다.
강은 갯벌의 원천
하루 한 차례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지구가 1년에 태양을 한 차례 공전하면서 대지의 모든 강은 곡선으로 흐른다. 또한 대부분의 강물은 해마다 한 차례 이상 범람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홍수를 겪고 한 번은 가뭄을 만난다. 그런 순환에 따라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돼 오랜 세월 이어져왔다. 강의 생명력이다. 강물이 마를 때 산란을 준비하고 범람할 때 너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생물이 서식하면서 강은 풍요롭고 주변 생태계는 건강할 수 있다. 사람은 그런 강이 있기에 주변에 터 잡을 수 있었다. 다른 생물이 강과 강가의 생태계에 정착한 덕분에 가장 늦게 강에 기대며 살아왔다.
경북 예천의 회룡포를 낙동강이 거의 감돌아 흐르는 이유는 산이 강물을 가로막지 못하거나 강물이 산을 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물길을 막는 바위 하나 없는 몽골의 초원지대나 아마존의 우림,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강줄기는 우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돌아 흐른다. 국토의 60% 이상이 경사가 깊은 산림지형이고 내리는 빗물의 절반 이상의 여름 한 철 집중되는 우리나라의 강은 차라리 직선에 가깝다.
강우가 한 계절에 집중되어도, 강줄기가 경사진 지형에 빠르게 흘려도, 맑고 차가운 물이 우리 강에 사시사철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강이 일정량 유지하는 건 아니지만 농사가 불가능하거나 강가의 마을에 우물이 바닥 날 정도로 강물이 바싹 마르는 경우는 드물었다. 강물이 끊어져도 지하에서 이어지므로 비가 조금만 내려도 강물의 생태계는 되살아났다. 댐과 대형 보로 강물이 가로막히기 전의 일이다.
한반도는 유럽대륙과 달리 과거, 빙하에 덮이지 않았다. 거대한 빙하가 녹으며 흘러 지면을 깎자 유럽은 편평해졌지만 우리는 과거 고생대의 지형을 유지한다. 그 덕분에 다채로운 생태계를 유지하고, 긴 세월 동안 쌓이고 쌓인 부엽토를 산록에 간직하고 있다. 그런 부엽토는 빗물을 스펀지처럼 저장해 조금씩 하류로 흘려보낸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전문가들은 모래를 주목한다. 상류 지역의 화강암 지층이 풍화되면서 빗물과 더불어 강으로 흘러드는 모래는 강바닥과 강변에 두툼하게 쌓이면서 하류로 이동한다. 그런 모래 사이에 상당한 수량이 저장된다는 것이다.
모래와 부엽토뿐이 아니다. 강으로 빗물이 스며드는 지역의 풍화된 화강암은 무수한 틈을 가진다. 그 틈에 빗물이 저장되므로 여름 한철 쏟아진 빗물이 사시사철 조금씩 깨끗한 상태로 흐를 수 있다. 전문가는 화강암 모래의 성분인 운모를 주시한다. 운모는 강도가 약하므로 흐르는 과장에서 잘 긁히는데, 그 틈에 살아가는 미생물이 강물을 정화한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수많은 생물에게 건강한 생태계를 보장하며 사시사철 흘렸지만, 언젠가부터 강물은 오염되고 있다. 흘러야 할 모래가 댐과 대형 보에 가로막혀 고이자 미생물의 생명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러시아의 악성, 차이코프스키의 사망설은 구구하다. 비소가 들어간 독극물로 자살했다는 설이 있으나 콜레라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설도 나온다. 그의 마지막 교향곡 제6번 ‘비창’의 초연이 싸늘한 반응을 받은 뒤 9일 후 발견된 시신에서 콜레라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설이 그것이다. 그가 사망한 1800년대 말, 유럽은 콜레라가 주요 사망원인이었지만, 끓이지 않은 물을 마셔도 콜레라에 감염되지 않은 지역이 있었다고 한다. 화강암 모래가 흐르는 강물을 마신 지역이었다는 거다. 그래서 그런가?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치명적 사망 원인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에 화강암 모래가 흐른다. 커다란 바위가 이리저리 얹힌 산간계류의 흐름이 더딘 구석에서 광대한 하구에 이르기까지 모래는 이어진다. 호박돌이 흩어지는 중상류 하천을 지나 하류에 폭넓게 쌓이는 모래는 바다로 빠져나가 동해안과 남해안의 여기저기를 하얗게 수놓고, 서해안에 개펄과 뒤섞이며 쌓여 조금씩 움직였다. 수심이 낮은 서해안의 근해 바닥에 거대한 모래사장이 숨겨 있기도 하다. 지금은 그 크기가 많이 줄었지만 바닷물이 썰며 나가는 간조 때 인천 앞바다 한가운데서 넓게 드러나는 ‘풀등’이 그 현장이다.
위기의 갯벌
화강암 모래가 조수간만의 차가 큰 리아스식 해안으로 영겁의 세월동안 흘러나가며 형성된 풀등은 국제적으로 그 유래가 드물다. 바다 한 가운데에 돌연 파고가 일더니 순간 일제히 펼쳐지는 모래사장의 장관은 오직 인천 앞바다 일원에서 진귀하게 경험할 수 있다. 바닷물이 다시 차오르기 전까지 한두 시간 들어가 뒹굴게 허락해주는 풀등은 유혹이 대단한 여름철의 관광 명소의 가치가 충분하지만 요즘은 이작도 주변 해역에 잠시 나타났다 이내 사라진다. 수도권의 맹렬한 개발에 막대하게 소비된 모래를 인천 앞바다에서 퍼올린 탓이지만 원인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몽골제국의 공격을 피해 강화로 이전한 고려왕조가 주도적으로 매립은 강화의 해안 저습지를 사라지게 했는데, 이후에도 야금야금 매립된 서해안의 저습지는 시방 거의 보기 어려워졌다. 요즘은 소박하게 해안을 매립하지 않는다.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해졌다.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을 삽으로 메워 농토를 소박하게 넓히는 매립은 지역 단위였지만 이제 서해안의 매립은 국가적 사업이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는 대기업이 시공하는 매립으로 복잡한 서해안의 리아스식 해안은 거의 사라졌다. 어느새 자 대고 그으면 충분할 정도로 해안선은 일직선으로 변했다. 지리 교과서에 리아스식 해안선이 남았다면 수정해야 한다.
단조롭게 변한 해안선을 한동안 지켰던 갯벌도 뭉텅뭉텅 사라져 보기 어려워졌고 드넓었던 조간대마저 위축되었다. 인천공항, 남동공단, 송도신도시, 시흥신도시와 인근 공업단지로 이어지는 굵직굵직한 매립은 군장공업단지와 새만금으로 이어져 이제 가로림만 일원과 순천만을 제외하면 서해안의 조간대는 온전하지 못하다. 간척지 사이로 부분적으로 남은 갯벌의 생명력은 전 같지 않다. 비교적 온전한 갯벌이라고 해도 품고 있던 생물종의 수가 크게 줄었다. 수많은 댐과 보로 자유롭던 강물의 이동이 제한된 이후 육지에서 모래와 유기질 풍부한 풍적토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우리 갯벌은 건강을 전혀 회복하지 못한다.
굴삭기는 물론, 대형 선박까지 동원하는 해안 매립은 해안선 밖으로 거대한 제방을 쌓으며 맹렬하게 갯벌을 집어삼킨다.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송도신도시도 세계 최대의 제방으로 둘러막은 새만금 간척사업과 마찬가지로 제방으로 갯벌에 드나드는 바닷물의 유통을 틀어막았다. 인천공항도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갯벌을 그런 방식으로 질식시켰다. 갯벌위에 조성한 공항은 물론이고 송도신도시도 바닷물의 최고 높이보다 지면이 높아야 한다. 무언가 들이부어 제방 안쪽의 갯벌 위를 채워야 하는데, 육지에서 흙을 퍼올 수 없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지만 민원을 이길 수 없다. 남산이 150개 필요하다는 새만금을 위해 어떤 육지를 뜯어낼 수 있겠는가.
논으로 매립할 경우라면 가까운 산에서 가져온 흙을 쌓아올리겠지만 신도시나 공항, 대규모 농업과 공업단지와 같이 방대하다면 제방 밖의 갯벌에서 모래와 개펄을 퍼와 채운다. 부지 조성을 마친 송도신도시에 초고층빌딩을 신축할 때, 사업자는 개펄과 모래를 매립지에서 다시 퍼내야 했다. 현재 송도신도시를 넓게 차지하는 공원은 크고 작은 나무들이 근사하게 뿌리내려 주변 아파트단지의 주민에게 호평을 받지만 그런 공원의 조성을 위해 인천시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육지의 흙을 4미터 이상 추가로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송도신도시를 매립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모래와 개펄이 인천 앞바다에서 사라졌을까? 그 방면 자료를 찾을 수 없어 모르지만, 대규모로 거듭 매립된 인천 앞바다는 모래와 개펄만 잃은 게 아니다. 연근해 어업의 황폐화로 이어졌다. 미생물이 가득한 육지의 표토가 중요하듯 바다도 해조류가 뿌리 내리고 수많은 어패류들이 먹이를 찾으며 알을 낳는 바닥의 표면이 중요할 텐데, 준설하는 과정에서 매립지 주변의 광대한 갯벌은 치명적으로 손상되었다. 풍성했던 인천 앞바다의 조개류는 온데간데없고 낙지마저 전멸했다.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며 바다로 텀벙텀벙 버렸던 아귀도 더는 어선에 올라오지 못한다. 심지어 흔해빠졌던 박하지와 밴댕이도 귀한 몸이 되었다.
대만과 중국 남쪽 해안에서 겨울을 지내고 우리나라와 일본 해역에서 번식하는 여름철새 저어새는 갯벌에 주걱처럼 넓적한 부리를 담그고 부지런히 저어 먹이를 먹는다. 한때 700마리에 불과했던 저어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과 일본 활동가들의 지극정성으로 3000마리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국제적 보호대상종이다. 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2014 아시아장애인경기대회의 상징동물로 저어새를 천거한 인천시는 체계적으로 보호하겠다고 시민에게 약속했지만 저어새들이 먹이를 찾는 갯벌은 급속히 줄어들기만 한다.
인적 드문 서해안의 외딴섬에 둥지를 쳤던 저어새들이 해마다 남동공단유수지 안의 작은 섬을 10년 가까이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갯벌이 가깝기 때문이다. 비록 악취가 진동하지만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위협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까닭이리라. 문제는 인천시다. 이미 충분히 넓은 송도신도시를 더 늘리려고 하필 저어새들이 주로 드나드는 갯벌마저 매립하지 않았나.
인천시만 저어새의 서식을 방해하는 건 아니다. 갯벌을 매립해 ‘배곧신도시’를 조성한 시흥시는 송도신도시와 잇는 ‘배곧대교’를 하필 저어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나가는 길목에 지으려한다. 남동공단유수지는 인근 송도신도시의 고층 아파트 군집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부지런히 먹여야 하는 저어새는 그 병풍을 넘지 못한다. 먹이를 찾아 나서려면 유수지와 갯벌 사이의 좁은 수로로 우회해야 하는데, 자동차 통행 시간을 작 20분 단축하기 위해 무든 걸 다 차지한 사람은 저어새의 길목마저 차단하려 든다.
온난화를 맞은 갯벌
2008년 가을은 유난히 더웠다. 늦여름 더위가 11월 중순까지 이어졌는데 그게 알량하게 남은 인천의 갯벌에 내려앉은 겨울철새에 재앙을 안기게 될 줄이야.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우리 정부에 항의하고 싶을 것이다. 봄가을로 시베리아와 뉴질랜드를 왕복하는 도요새 무리는 징검다리인 서해안의 갯벌에서 보름 정도 먹이를 착실히 먹어야 건강하게 이동할 수 있는데, 비좁아지는 갯벌은 도요새들의 방문을 거절한다. 그러니 도요새 무리를 보아야 비로소 봄을 느끼는 마오리족 화가는 봄이 와도 화구를 챙기지 못한다. 농부는 농기구를 찾아야하는데, 날이 갈수록 도요새들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도요새 무리와 같은 나그네새만이 아니다. 오리 무리인 겨울철새들도 갯벌이 사라진 서해안에 날아와 내릴 곳을 찾지 못한다. 시베리아 부근에서 긴 시간 쉬지 않고 날아온 겨울철새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먹이가 풍부했던 지역을 기억 더듬어 찾을 텐데, 익숙했던 갯벌이 해마다 위축되지 않던가. 남은 갯벌이 있지만 거기엔 내려앉은 철새들로 벌써부터 북적거린다. 낯선 곳이라도 찾아나서지만 쉽지 않다.
2008년 겨울철새의 일부가 남동공단 너머, 송도신도시로 넘어가기 전 지점의 외암도유수지 주변의 습지에 내려앉았다. 좁지만 갈대가 있고 갯벌이 가까워 내려왔건만, 그만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되고 말았다. 희석하면 ‘보톡스’의 원료가 되는 보툴리누스균의 독성은 200g의 양으로 모든 인류를 사망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는데, 그런 세균이 외암도유수지를 오염시켰을 줄이야. 때 아닌 11월 더위가 갯벌 안의 산소를 고갈시키자 보툴리누스균이 증식했고, 그 독성으로 죽은 저서생물을 덥석 먹은 겨울철새들이 ‘보툴리즘’으로 잇따라 희생된 것이다.
보툴리누스균의 독성에 마비되는 현상을 보툴리즘이라고 한다. 보툴리즘에 빠진 철새들은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을 못한 채 습지에 떠 있게 된다.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본 철새들은 먼저 내려간 철새들이 편안하게 쉬는 것으로 착각하며 내려왔고, 주변에 흩어진 구더기들을 보고 허겁지겁 먹었을 것이다. 죽어가는 철새의 옆구리에서 빠져나간 구더기들이었는데, 그 구더기도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되었다. 내려앉자마자 거푸 마비되어 철새들이 죽어가면서 구더기가 들끓던 2008년 11월 중순의 더위는 끔찍했다. 이후 늦가을의 더위는 재현되지 않았지만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지구는 계속 뜨거워진다.
100년 전보다 고작 0.7도 상승한 바다의 수온은 태풍을 거세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해일의 파고를 전에 없이 높였다. 동해안의 너울성 파고가 인근 도로의 아스팔트를 뜯어내는 일도 잦아졌다. 북극해의 얼음 크기가 최근 눈에 띄게 줄었고 그로 인한 기상이변은 우리나라에 혹한으로 이어지곤 한다. 겨울철 바닷물이 얼어붙어 형성되는 북극해의 빙하가 녹는다고 해수면은 오르지 않지만 육상에 거대하게 솟아오른 남극의 빙하나 그린란드의 빙하는 다른 결과를 빚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50cm 정도 상승한다고 계산하는데, 그린란드의 빙원은 여름철마다 녹은 물이 강물처럼 어디론가 흐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은 욕조에 온수 차오르듯 서서히 상승하는 게 아니다. 욕조에 한 바가지의 물을 갑자기 들이부으면 욕조 바닥으로 물이 넘치며 쏟아지듯, 지구온난화는 해안선에 격한 파고를 일으키며 상승시킬 게 틀림없다. 그린란드 빙원의 깊게 갈라진 틈, 다시 말해 크레바스로 여름철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얼음물은 지표면과 빙하 경계면을 흐르지만 거대한 빙하는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대행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 달라질 것이다. 거대한 빙하가 육지에서 떨어져나가며 바다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 그때마다 바다는 거대한 파고를 일으키며 상승하고, 그 여파는 인근 해안부터 휩쓸 가능성이 크다. 해안선이 리아스식으로 길고 조간대가 완만하게 넓다면 충격은 그만큼 완충되겠지만 많은 해안은 지나치게 개발되었다. 우리나라가 특히 그렇다.
2003년 9월, 추석을 맞은 당시 마산시의 매립지, 월령광장은 비극을 맞았다. 오후 8시 만조 시간에 태풍 매미가 해안을 강타하자 해안에 쌓아두었던 원목들이 해일과 함께 아파트단지의 지하상가 출입구로 돌진한 것이다. 추석이라 상가가 한산했어도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감당해야 했지만 대규모 해안 매립이 없었다면 생기지 않을 사고였다. 완만했던 해안이 사라지자 해일은 완충되지 않고 개발된 매립지를 덮친 것이다. 2012년 9월 태풍 산바가 다가오면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자 창원시는 거액을 들여 방재 언덕을 설치했지만 앞으로 안전을 확신해도 좋을까?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해일은 파고를 높이기만 하는데.
비좁아지는 갯벌의 경고
화려한 송도신도시와 인천공항은 해수면상승 이후에도 주구장천 휘황찬란할 수 있을까? 해안에 집중된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는 내내 안전할 수 있을까? 한 기 당 초당 50톤에서 100톤 정도의 온배수를 쏟아내는 발전소는 완만했던 해안을 매립한 지역을 차지하면서 주변 해역의 수온을 거침없이 높인다. 리아스식 해안을 직선으로 매립하며 드넓은 조간대의 갯벌을 없애고 들어선 인천공항과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신도시는 더욱 높아질 해일에 대한 대책이 없다. 우리나라에 쓰나미는 없을 거라고? 수심이 낮은 서해안은 안전하다고? 일본에서 쓰나미가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해안도 태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더욱 거세지는데 우리는 오늘도 갯벌 매립에 여념이 없다. 인천공항의 활주로에 개펄이 잔뜩 포함된 해일이 휩쓴다면 손실은 얼마나 될까? 송도신도시는 쉽게 복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 가치는 곤두박질할 게 틀림없다.
조류독감은 2003년 이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발생했다. 한데 2003년 이후 풍토병처럼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에 없던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갑자기 창궐할 리 없다. 겨울철새가 옮긴다고? 어떤 겨울철새도 떼로 죽지 않는데.
우리나라에 창궐하는 조류독감이 서해안 일원에서 주로 발생하는 건 그 지역에 양계장이 많기 때문이겠지만, 갯벌이 사라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가진 철새들이 기진맥진 날아와 충분한 먹이를 먹으며 쉴 수 있다면 이내 회복되겠지만 갯벌은 위축되었고, 비좁아진 갯벌에 내려오는 겨울철새들은 허기진 상태에서 북적거리며 질병을 공유하게 된다. 그런 철새들이 이동하면서 공중에서 흘린 배설물이 양계장에 스며든다면 빼곡하게 사육되는 닭과 오리와 메추리는 조류독감 감염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공장식으로 사육하는 가금류는 면역력이 유별나게 약하기 때문이다.
되풀이되는 미시시피 강의 범람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미국은 습지를 복원하여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한다고 한다. 태풍으로 인한 해안의 피해가 크지 않아서 그런가, 우리나라는 갯벌을 개발을 위해 마련된 간척 대상지로 여기는 태도를 여태 버리지 못한다. ‘한국의 베네치아’를 꿈꾸는가? 새만금 간척지도 신기루 같은 단꿈을 버리지 못한다. 광활한 새만금 간척지의 땅 높이를 상승할 해수면보다 높이려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들어갈 텐데, 정부와 전라북도는 대처할 재력과 수단을 가지고 있을까? 개발 계획을 아직도 확정하지 않은 새만금은 해수면 상승을 견딜 수 있을까? 애초 식량기지로 개발하겠다던 새만금 간척사업은 변질되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일원을 농토로 환원 개발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데, 갯벌은 어떤 농지보다 생산력이 높다. 우리는 식량 자급률이 25%를 밑도는 국가에서 산다. 도시국가도 아니면서.
갯벌을 매립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제방 밖의 바다 일부에 개펄이 지저분하게 쌓인다. 주민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죽벌’이다. 죽처럼 물컹물컹한 갯벌에 어패류는 깃들지 않는다. 철새도 외면하는 갯벌이 새로 생겼다며 기뻐할 이유는 없다. 생태적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인데, 앞으로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갯벌처럼 어패류들이 터를 잡으며 건강해질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겠지. 하지만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까?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한강과 금강이 댐과 하구언, 그리고 4대강 사업이 만든 대형 보다. 모래와 개펄의 흐름이 차단되면서 서해안의 갯벌은 회복될 가능성마저 잃었다. 중국의 거대한 물줄기인 양자강은 세계 최대인 삼협댐으로 가로막혔고 황하는 1년 중 4분의3의 시간 동안 건천에 가깝다. 대신 공장 폐수가 발해만을 끔찍하게 오염시킬 따름이다. 서해안은 건강을 회복할 수 없다.
우리 서해안에 ‘상괭이’라는 이름이 붙은 돌고래가 산다. 멸종위기종으로 국제적으로 분류되었지만 서해안에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상괭이는 시방 위기에 처해있다. 물고기를 잡으려 친 그물에 걸리거나 비닐을 먹이로 착각하고 삼킨 뒤 죽어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안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닌데, 상괭이가 지진파동을 미리 알고 해안으로 몰려들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지진의 강도가 낮기 때문이라기보다 몰려들 해안이 매립되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박병상(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발제1. 임진강 거곡ㆍ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본안)에 대한 환경청의 보완통보 내용
“준설하면 문산지역 홍수위험 더 커져”
환경청은 지난 3월19일 국토청이 제출한 임진강 준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보완통보를 했습니다. 수리수문 전문가들을 포함해 13인(기관)의 전문가 자문을 통해 사실상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특히 사업의 필요성이 불분명한 것은 물론 준설을 하면 문산지역의 홍수위험이 더 커질 우려가 있고, 밀물 때 문산천 등으로 바닷물이 올라와 농작물과 지하수의 염수피해 우려도 지적했습니다. 보완 요청서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총괄
2. 수리수문, 수질
3. 자연생태분야
4. 토지환경분야(지형, 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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